대학입시가 처한 절박한 환경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대학입시의 빛과 그림자 ④

등록 2020.11.20 17:49수정 2020.11.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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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의 대학입시가 처한 환경은 어떠할까요?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대한민국의 대학입시는 표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우리의 대학입시가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지위경쟁의 도구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해 나갈 아이들을 길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대학입시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거죠. 대학입시가 처한 환경을 안과 밖으로 나누어 살펴볼까요?

첫째 우리의 대학입시가 처한 환경은 대학에 갈 인원이 급감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도 지방의 사립대들은 정원을 다 못 채우는 현실이지만 앞으로 3년 후면 인구절벽의 현실이 우리의 대학입시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23년에는 대학입학 정원에 16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학령인구의 감소는 우리의 대학입시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1980년대는 인구 10명당 학생인구가 4명이었지만 현재는 10명당 1.5명만이 학생입니다. 2017년 현재 대학입학 정원이 55만 명 정도인데요. 현재 대학을 가는 2002년생 이후 신생아 출산 수는 40만 명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대학을 가는 인원의 절대적인 감소, 우리 대학입시가 안고 있는 절박한 환경입니다.

둘째 우리의 대학입시가 처한 환경은 대학의 구조조정입니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인 선택입니다. 대학 진학 인원에 비례하여 현재의 대학 중 30% 정도가 소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대학다운 대학만 남고 무늬만 대학인 대학들은 다 퇴출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정부는 2단계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습니다. 대학들을 평가하여 A,B,C군과 X,Y,Z군으로 나누어 A,B,C군 대학은 정원감축 없이 잘 살리는 반면, X,Y,Z군 대학은 강력한 정원감축 및 나아가 퇴출까지 시킨다는 방침이었죠. 그러나 대학들의 강력한 반발로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습니다. 현 교육부 장관도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처사는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의 방치 속에 대학의 구조조정은 암담한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대학의 강력한 구조조정, 우리 대학입시가 처한 급변 모드의 환경 중 하나입니다.

세 번째는 대학 서열 파괴 조짐입니다. 아마도 대학의 서열이 파괴된다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진행되어온 대학입시에 격렬한 요동이 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점수대로 '서연고서성한이중경외시'라고 하는 서열에 따라 대학을 가면 그만이었던 거죠. 그러나 이러한 서열이 파괴되는 순간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맞는 과를 찾아 대학을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학서열의 파괴는 더욱더 가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이러한 대학 서열 파괴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가장 주목할 만한 조사는 대학을 학과 단위로 평가해 본 것입니다. 즉, 대학의 각 학과들을 상위 10% 이내의 학과를 조사해서 한 대학의 전체 학과 중 몇 개가 이 10% 안에 들어가는가를 조사해 보았는데 한양대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서울대는 8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조짐은 소위 SKY를 나온 아이들이 지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그냥 고시나 시험에 올인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대학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학의 서열이 더 이상 좋은 직장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대학서열의 파괴는 대학입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폭풍전야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우리의 대학입시가 처한 환경은 학자금 대출의 기만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인식 구조는 최소한 대학을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한다는 문화였죠. 그러나 요즈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대학을 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찾아 진로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더군다나 이전까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대학을 다녔고, 이는 대학졸업 후 바로 취직이 되질 않아 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014년 현재 학자금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자가 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개월 이상 연체를 하면 신용유의자로 분류하는데 이런 졸업생도 4만 명이 넘습니다. 빚을 내서 학교를 다녔는데 취업은 안 되고 하니 연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대학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리하게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대학을 다니려고 하지 않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도 우리 대학입시에 급변 조짐을 불러올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4차 산업혁명과 노동시장의 변화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수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에 의해서 없어질 직업 중 대부분은 고학력자들이 점유하고 있는 직업들입니다. 의사나 판사 같은 직업은 앞으로 인간보다는 인공지능에 의한 판단을 사람들이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지 못할 직업이 부상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대학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의 부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대학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론이 나타날 것이고 이는 우리 대학입시에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출산 세대가 청년이 되는 시기가 되면 사람이 부족해 인력난과 구인난이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보다 저출산 시기가 더 빠른 일본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다른 회사로 전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것이 유행입니다. 또 자발적 비취업 청년을 뜻하는 '자비청'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사토리 세대가 유행입니다.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고 이를 토대로 대학입시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사교육의 붕괴 가능성입니다. 지금까지는 사교육에 의해 길러진 학력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대학에서 그러한 인재를 절대로 선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사교육에 의해 길러진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걸러낼 것인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라는 생각들이 퍼져나갈 것이고 이러한 사교육의 붕괴는 우리의 대학입시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으로 묘사되는 미래 사회에는 사교육에 의해 길러진 인재는 더 이상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대학입시 #대학입시 환경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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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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