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진짜 공룡같은 정크아트, 제 아버지 작품입니다

남은 고철과 철제 용품으로 만든 아버지의 취미 활동

등록 2020.11.28 16:52수정 2020.11.28 16: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10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나 계란 수플레와 같은 음식과 관련된 취미가 있고, 종이접기, 컬러링북과 같은 손으로 만드는 취미가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만들기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버지
 

에일리언을 따라 만든 것이다. 실제로 보면 훨씬 거대하고 위압감 있다. ⓒ 최유라

 
여기 집에서 제작이 가능하지 않은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계신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쓰고 남은 고철 쓰레기와 철제용품으로 작품을 만드신다. 이는 '정크아트'다. 정크아트란 일상생활에서 나온 부산물인 폐품을 소재로 제작한 미술 작품이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만들어 보고 싶은 형태나 이미지를 나중에 따라서 만들기도 하고, 완전히 처음부터 자신이 생각해낸 것을 구현한다. 만들어낸 작품들은 공장에 그대로 두기도 하고 고향인 경상남도 남해군에 허가를 받은 뒤 설치한다.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시골 마을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고향이 사라지기를 원치 않았다. 아버지는 고향이 활기를 띠고 마을이 알려지기를 원했기에 작품을 만들어 마을에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철판을 이용해 만든 티라노사우르스이다. 입 안쪽에 전구를 넣어 불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 최유라

 
처음에 이런 작품을 만드시는 아버지를 봤을 때는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다가 돈을 버는 일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결과, 버려질 쓰레기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철 덩어리가 형태를 갖고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변하는 것은 나에게도 많은 의미를 갖게 해주었다. 

단순히 정크아트에 담긴 환경적인 의미가 아니라 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 그의 열정 넘치는 모습 자체가 나에게 큰 의미를 주었다. 취미에서 이어진 아버지의 열정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돌과 철을 활용한 작품 
 

돌과 철재를 이용해 만든 토끼이다. ⓒ 최유라

 

돌과 고철을 활용한 공작새이다. ⓒ 최유라

 

돌을 활용하여 만든 코끼리이다. ⓒ 최유라

 
아버지는 정크아트뿐만 아니라 돌을 가지고도 작품을 만드신다. 처음에 돌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돌? 돌로 무슨 작품을 만든다고"라며 아버지를 의심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만드신 것을 보고 그 정교함에 놀랐다. 돌을 이용해 토끼, 공작새, 코끼리 등 여러 동물 모양을 만드셨다. 각 동물에 어울리는 돌을 어디서 그리 잘 구해오시는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만드는 모든 작품에 자신이 있다. 항상 긍정적이고 생기 넘치는 아버지는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을 갖고 계신다. 아버지의 그런 영향인지는 몰라도 작품까지 대단해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당당하고 멋있게 해내는 아버지를 보면서 생각한다.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지를. 나 또한 생계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도 취미를 갖고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더 자라서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멋진 삶을 사는 모습으로 보이길 바란다.
#취미 #예술 #정크아트 #아버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학생 시민기자입니다. 부족하지만 좋은 기사를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