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적게 쓰고 더 풍성하게 사는 법

등록 2020.11.22 16:46수정 2020.11.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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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네 번째 강좌가 열렸다. ⓒ 청년아카데미

 
기후위기 시대에 청년, 직장인, 육아의 주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으로 마을 일구어 살아가는 밝은누리 배지은, 심지연씨가 이러한 주제로 11월 12일 강의했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밝은누리가 공동기획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네 번째 강좌로 주거, 살림, 노동이라는 일상의 현장에서 자족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고와 상품의 세계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 만들기
 

밝은누리 인수마을 공동체방에서 살며 낮에는 초등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는 배지은씨 ⓒ 청년아카데미

  
배지은씨는 밝은누리 인수마을 공동체방에서 청년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낮에는 초등대안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강의를 시작하며 배지은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인지, 함께 사는 관계망이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말했다. 

"우리는 쏟아지는 광고와 상품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아무리 덜 쓰고 덜 사며 살고 싶어도 이런 세상에서 개인은 연약할 수밖에 없지요. 몸이 어떤 장에 있느냐가 참 중요한데요. 관념을 실천할 때 개체로서의 몸은 지속 가능하기 힘들어요. 단순히 함께 사는 것을 넘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관계망이 있을 때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해져요.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삶을 통해 배웠습니다."

인수마을 청년 공동체방은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성찰하며 함께 공부하던 청년들이 모여 시작했다. 취업,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자본과 소비의 힘을 직면한 이들은 자본에 휘둘려 살지 않기 위해 삶을 공유하는 관계망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후 함께 살아갈 곳을 정하고 집을 구하면서 인수에 터를 잡았다. 마을이라는 토대에서 때에 맞게 대안을 만들어가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청년들이 공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자본이 조장하는 소비문화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단순 소박하게, 자립 자족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어요. 옷, 생필품 등 다양한 나눔이 오가요. 새것이 좋은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이 적절히 구해지는 게 좋은 거라는 가치가 공유되고 있어요. 실제로 공동체방에 있는 많은 가구들이 바깥에 버려진 것들을 고쳐 쓰거나 그대로 쓰이는 것들이에요. '새것'에 대한 욕망과 환상에서 벗어나 나눠 쓰는 문화를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어요."
 

단순 소박 자립 자족하는 삶을 일구는 밝은누리 인수마을 공동체방 청년들 ⓒ 청년아카데미

 
배지은씨는 공동체방에 살면서 생태와 에너지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레 이어가게 되었다고 했다. 마을에는 자동차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고, 냉방기기는 마을밥상이나 마을찻집같이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에 배치하여 사용한다. 마을이 북한산 아래 터해 모기나 벌레가 많지만, 살충제를 쓰지 않고 대부분 모기장을 사용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애쓰는 문화도 에너지를 줄이는 삶과 맞닿아 있는 실천의 하나다.

"요즘 에어컨이나 난방은 우리 몸이 정상적인 환경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지나쳐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 정상인데, 과도한 냉난방 시설이 우리 몸을 더 약하게 하고 둔감하게 만들고 있어요. 몸에 좋지 않은 살충 성분을 쓰며 모기를 피하고 새벽까지 깨어 있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데, 마치 우리 몸을 해하려고 에너지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내 몸에 무엇이 이로운지 알고 공부하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와 우리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이지 않을까 싶어요."

공동체방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함께하는 공부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는 힘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배우기도 하고 한다. 무엇이 우리 몸과 생태계에 이로운지 고민하며,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일터에 도시락 싸서 다니기 등 자기에게 필요한 수련을 스스로 정해 실천한다. 배지은씨는 지속 가능한 삶은 결국 혼자서 하기 어려운 것을 함께해갈 이들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짚었다. 청년의 시기에 형성된 생각과 신념을 책임 있게 일구어가는 든든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죽임의 힘이 아닌 생명의 힘을 기르는 마을
 

인수마을에서 살림 육아하는 엄마이자,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는 14년차 직장인 심지연씨 ⓒ 청년아카데미

 
심지연씨는 인수마을 공동체방에서 7년 반을 살다가 혼인 후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했다. 8년 정도 화학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주한덴마크대사관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는 14년 차 직장인이다. 심지연씨는 혼인 후에도 공동체방에서 살 때보다 화려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소박한 삶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체방에서 살림을 배우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기본을 배웠어요. 그 기본기가 혼인 후에 좋은 양분이 되었지요. 공동체방도, 혼인 후의 삶도 마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생 전 주기에 있는 다양한 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요. 자본은 취업, 혼인, 출산, 교육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자기증식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는데요. 다양한 세대와의 통전적 사귐을 통해 소비문화에 흔들리지 않고 관계 맺는 능력을 더 단단히 할 수 있었어요."

심지연씨는 마을에서 일구어가는 혼인, 출산, 육아 문화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결혼식 이후에는 다시 입지 않을 웨딩드레스, 나와 상관없는 공간인 웨딩홀이 아니라 온 마을이 함께하는 소박한 혼인잔치 문화를 만들어간다. 불안을 조장해 과도한 검사를 받게 하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분리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출산의 과정을 맞이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마을에서 물려받아 쓰니 크게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저는 1년 육아휴직을 했고, 이후에 신랑이 하던 일을 쉬고 1년 이상 아이를 돌봤어요. 부부 내에서의 육아 품앗이를 바탕으로, 마을 이모 삼촌들도 아이를 함께 키워요. 내 아이, 남 아이 구분 없이 한데 어우러져 같이 자라면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생명감수성을 배워요. 현대인은 가족이나 연인 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그런 점에서 마을은 하늘 땅 생명들과 관계 맺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터라고 생각해요."
 

온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혼인잔치 ⓒ 청년아카데미

 
심지연씨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러한 생명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실감한다고 했다. 기후위기와 지속 불가능한 문명은 그동안 인류가 선택해온 폭력, 착취의 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우리말로 하면 '힘'이지요. 힘에는 죽임과 파괴의 힘이 있는가 하면, 키우고 살리는 생명의 힘이 있어요. 그동안 인류는 개발,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죽임과 파괴의 힘에 이끌리고 그 힘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해왔어요. 그 선택들이 지금의 기후위기 문명을 초래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생명의 힘을 길러야 해요. 그 힘은 생명을 낳고 키우고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깨치게 됩니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원'의 전환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벗어나 자립 자족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마을을 기반으로 생명살림의 가치를 구현하는 작은 선택을 벗들과 함께해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심지연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함께할 동지를 찾고 만드는 것이 느려 보여도 기후위기의 가장 근본적이고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이날 강의에는 이미 공동생활을 하고 있거나 공동주거에 관심 있는 청년들, 직장인, 육아하는 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했다. 강의 후에도 생활에서 실제적으로 겪는 고민과 나눔이 풍성히 나누어졌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다섯 번째 시간은 청년의 시기와 출산 육아 이후 이어지는 아이들의 교육 및 배움터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기후변화와 다음 세대, 온생명과 조화롭고 설로 살리는 교육'을 주제로 공동육아 도토리집,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고등대학통합 삼일학림에서 함께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청년공동주거 #여성직장인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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