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이 '아시아·아프리카에 용기를 준 사건'이라고?

[혐한의 세계 ④] 청일전쟁과 러일전쟁2

등록 2020.11.23 10:21수정 2020.11.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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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문과계 학생들의 교과서, 일본사와 세계사. ⓒ 김광욱

 
일본근대사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일본이 국제무대의 관객에서 주요한 배우로 자리바꿈을 하면서 세계로부터 조명을 받는 사건이다.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조선을 둘러싸고 조선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전쟁이지만 조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개되고 있는 사건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렇기에 과제물에 조선과의 관계 설정을 하라고 하면 어리둥절하다가 주제를 파악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답안지에는 그러한 조선과의 관계를 잘 몰라서 부끄럽다고 한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전쟁의 승리 과정뿐만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주변국과의 관계와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겠다고 하는 속마음을 비추고 있다.

지난 기사(일본 대학생들에게 '조선' 물으니 돌아온 답변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당시의 조선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는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당시 조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라 조선이 관심을 갖아야 하는 전쟁이고, 당시 냉혹한 국제관계 속에서 조선이 자신의 위치와 운명을 주변국에 맡겨버리고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것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이후의 조선의 어려움이 아니었냐라는 대답을 한다. 당시 일본을 노리고 있는 구미 제국주의 앞에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제한적이었다고 변호하면서 논리를 전개한다.

이렇게 일본의 입장을 변호하는 배경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기본적으로 당시 유행하던 제국주의 조류 속에서 일본의 안전보장을 확보해가는 과정이었고, 그러한 연장선 속에서 한일합방이 이뤄졌다는 인식이다. 그렇기에 일본으로서는 조선식민지 지배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교과서에는 '러일전쟁의 승리가 중국 대륙에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같이 제국주의가 가져오는 이익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조선식민지 지배를 안전보장과 방어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또한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다음 일본은 '미국과 영국 등 강대국과의 외교를 유리하게 전개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조선 보호를 위한 외교적인 조치를 미국과 영국 두나라로부터 받아내고 있다.

을사조약 이전부터 일본은 조선을 보호국으로 삼으려는 강압적인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당시 고무라외상은 을사조약이 성립되지 않게된다면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고무라는 한일합방 전인 190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를 합병할 때, 일방적인 통고만으로 이뤄진 관계에 주목하면서 대한 방침을 작성했다. 이 문서는 한일합방 1년여 전 1909년 7월 일본 각의에서 결정된 한국병합에 관한 건이라는 문서에 반영이 된다.  

그러나 그해 10월 안중근 의사에 의한 이토 암살이 있었고, 이는 일본 정부에 민족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조약에 의한 합방을 우선으로 하는 계기가 된다.


조선해방 후 50년이 되는 1995년 8월 15일 당시 연립정권의 무라야마 총리는 담화를 발표했는데, 그 발표 내용에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라는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일본의 식민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무라야마 담화이다.

담화의 후반에서는 과거를 반성하고 독선적인 내셔널리즘을 배격하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제협조를 촉진하여 평화의 이념과 민주주의를 전개하여 간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를 일본의 정치가와 국민이 모두 계승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는 의문이 들고 있다.

아베정권을 포함해 역대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반복하여 표명해왔다. 무라야마 담화로부터 20년이 지난 2015년 8월에 발표한 아베 담화에서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에 대해 과거 정권이 표명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베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러일전쟁에 대해 '식민지 지배 하에 있었던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민족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킨 사건'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당시 유행하던 제국주의적 입장을 떠올리게 하는 견해다. 러일전쟁에 대해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전초전으로 여기는 입장과는 정반대다. 즉. 러일전쟁 결과, 한국을 병합하고 식민지화시키는 과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이는 현재 한일 간의 갈등과 별개의 인식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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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지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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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그 내면에 자리잡은 성숙도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일본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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