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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교수가 차린 카페, 왜 하필 홍차나면요

[관서동 사람들 - 마지막회] 카페 '쌍테' 김일순 대표

등록 2020.11.25 14:10수정 2020.11.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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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카페 쌍테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100세 시대'라고 한다.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환갑을 축하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인생 2막을 여는 시니어들이 많아지며, 환갑은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나이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카페 '쌍떼'를 운영하는 김일순 대표도 인생 2막을 열었다. 20년 넘게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던 그는, 은퇴 후 홍차 공부를 시작해 카페를 열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인생 2막을 엿보았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에서는 지역 가게를 소개해 지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네 상권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서동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홍차는 '쉼'의 음료"

- 카페 쌍떼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쌍떼(SANTE)란 불어로 '건강'이라는 뜻입니다. 카페를 시작할 때 영육(영혼과 육체)의 건강함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힐링의 공간이면서 몸에 좋은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어요. 커피도 물론 몸에 좋은 부분이 있지만, 홍차가 정말 몸에 좋습니다." 

김일순 대표는 대학에서 20년간 경영학을 가르쳤다. 인사관리, 조직관리가 그의 전문 분야다. 경영학을 가르치면서 '실제 비즈니스를 해 본다면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을까' 아쉬웠던 그는, 은퇴 후 카페 운영자가 됐다. 

- 카페를 하기 전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은퇴 후에 카페를 여셨는데, 인생 2막을 이렇게 여신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별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내가 가르치는 학문이 경영학인데 실제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으니 강의가 더 살아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겼어요.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드시 실제 비즈니스를 해 보리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막상 아이템이 문제였습니다. 공부만 하다 보니 딱히 갖고 있는 기술도 없었죠.

어느 날 남편과 미국 여행길에 기내에서 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홍차'라는 키워드를 발견하면서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홍차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귀국 후에도 남편의 지속적인 홍차사랑 타령에, 도대체 홍차가 뭐길래 저러시나 싶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맺은 홍차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카페 쌍테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그중에서도 홍차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선진국으로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건강과 아름다움(health & beauty)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음료시장도 그런 면에서 홍차인구가 늘어날 거라고 본 거죠. 홍차는 몸에도 좋은 차이지만 정신건강에도 좋은 차라서 비전이 있다고 봤습니다."

- 대표님이 발견하신 홍차의 매력이 뭐였나요?
"차나무가 가진 몸에 좋은 성분뿐만 아니라 수색(홍차 우린 물의 색), 향, 맛이 다 다르다는 거죠. 또 여유라는 말과 잘 어울립니다. 바쁘게 일할 땐 커피가 당기는데, 좀 여유가 있거나 쉬고 싶을 땐 저는 홍차가 생각납니다. 또 홍차를 마시다 보면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거나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홍차는 우리는 과정부터 기다림과 집중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음료거든요."
     
"경영학과 실제 경영 차이는..."

- 대학에서 경영을 가르치신 분이 여는 카페니 경영도 잘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요. 보시다시피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학을 이론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경영은 너무 다르니까요. 제가 가르치던 경영학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쓰는 기법이 많아요. 대기업에 해당하는 일들이라 저 같은 소상공인은 그 이론이 먹히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카페매장이 제가 알고 있는 경영이론을 실습하는 실습장입니다. 현장에서 오히려 많이 배웠죠. 돈을 버는 일은 항상 어렵습니다."

카페 쌍떼도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이 있다고 한다. 소규모 자영업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에 만족해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 교육자로 살 때와 자영업자로 살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온종일 서 있어야 해서 힘들죠. 요즘은 아르바이트생도 없어서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세상 살면서 이 정도 힘든 일은 늘 있는 거니까요. 가르치는 일만 하다가 몸을 쓰는 일을 하게 되니, 그게 인이 박히지 않아서 처음에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호칭도 달라졌죠. 교수님에서 사장님, 가끔은 이모님으로 바뀌었죠. 교수님 호칭도 좋지만 구멍가게 사장님, 일인 사장님이라는 호칭도 좋아요. 언젠가는 크게 키워갈 수도 있으니까요. 처음엔 한 줌의 눈을 뭉치는 게 중요합니다. 인생 2막에 또 다른 눈사람을 만들려면 눈을 뭉치기 시작해야죠." 
 

카페 쌍테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 교육자로 살 때 제자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하셨는데 제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었나요?
"첫째는 꿈을 가지라는 겁니다. 생각보다 미래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가지는 사람이 적어요. 일 년이나 삼 년 후도 좋지만 십 년 후, 이십 년 후까지 생각해서 그림을 크게 그렸으면 좋겠어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하잖아요. 늘 꿈을 갖고 꿈을 목표로 바꾸고, 목표를 향해 한 해 두 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반드시 옵니다. 기회를 잡았을 때의 희열을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꿈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언제나 힘들어요. 힘든 걸 피하지 말고 정면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돌아서 가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치고, 그 고통이 나를 더 단련시킨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이 힘든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훈련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세 번째는 인간의 능력은 끝이 없다는 겁니다. 재밌는 일을 하면 계속할 수 있고, 그럼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기 좋습니다. 가능하면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걸 빨리 찾아서 인생의 시간을 절약했으면 좋겠어요."

-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뭔가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평생 하던 일을 그만두고 뭘 할지 생각했으니까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도 팁을 전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세상이 지금 시절인 것 같아요. 나이 들었다고 꿈과 목표설정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과 더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환갑이 넘었는데도 올해 베이킹을 배우고 있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저처럼 기운 내셔서 용기를 가지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이 이미 이렇게 돌아가고 있잖아요.

저는 건강만 허락한다면 일흔이 넘어도 일을 계속 할 생각이에요. 더구나 40대나 50대는 뭘 시작하기 좋은 나이죠. 작은 씨앗이라도 뿌려서 물을 주고 가꾸다 보면 언젠가 거목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희망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인생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하루하루가 지루하지 않을까요? 좀 더 의욕적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계획을 세우고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카페 쌍테 외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카페 쌍떼가 있는 건물은 원래 김일순 대표가 이십 년 넘게 살고 있는 집이었다. 이층 건물 중 일 층을 개조해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방배동에 오래 산 주민인 만큼 동네에 대한 애정도 클 것 같았다. 

- 이 동네는 어떤지 자랑 한 번 해주세요.
"여러 면에서 생활하기 편리한 조용한 주택가입니다. 옛날에는 단독주택이 대부분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빌라들이 들어서고, 골목에 하나둘씩 카페나 공방들이 생기고 있네요. 그러다 보니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는데, 젊은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활기차져서 좋습니다. 동네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저도 기대됩니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베이커리카페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 먹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빵을 만들려고 요즘 열심히 연구 중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이웃과 사회에 작게나마 기여하는 가게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늘 고민 중입니다만, 지금 제게 있는 소질이라도 남들이 필요로 하신다면 언제든 기꺼이 드릴 생각입니다."

김일순 대표는 앞으로 인생의 3막, 4막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기 전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 뭐라도 시작하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100세 시대, 60세에 은퇴하고 나서도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그의 말대로 아직 늦지 않았다.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자. 인생의 막을 새로 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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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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