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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볼 자유, 꿈틀리인생학교에서 키운 스미스와 나의 꿈

등록 2020.11.24 11:36수정 2020.11.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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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교(덴마크 한달살이) 중 일주일동안 여러곳의 에프터스콜레와 코펜하겐 여행을 하였습니다. 울러럽 음악 에프터스콜레 방문해서 꿈틀리인생학교 4기들과 함께.. ⓒ 꿈틀리인생학교

   
스미스는 2019년 한 해를 꿈틀리인생학교에서 보낸 우리 큰 아이의 별칭이다.

중학교 3학년 졸업 직후 아이들과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아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1년간의 꿈틀리인생학교에서 많게는 두 살 차이를 둔 아이들이 동급생으로 지내게 된다. 별칭을 부르는 것은 나이에 대한 서열과 위계의 문화로부터 자유롭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자유롭고 욕구가 많은 스미스에게 학교생활은 답답하고 재미없는 곳이었다. 불우한 가정에서 오로지 공교육 덕에 사명감 높은 교사가 된 나는 스미스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 교사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느꼈다. 아이의 학교생활은 괴로움의 연속이었고, 급기야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등굣길에 뒷길로 새는 거부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좋은 교사 운동'을 통해 막연하나마 공교육의 희망을 그려가던 나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긴급한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마침 발족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이 되어 등대지기학교를 수강하며 등대지기 부모이자 교사로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방과 후를 자유롭게 놀면서 보낸 스미스는 중학생이 되자 공부로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손과 발로 호기심을 해결하는 데 익숙한 스미스의 책상머리 공부는 고통스러운 기억만을 남겨주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학교에 대한 회의는 더 깊어졌다. 매일 학교에 다녀오는 모습이 어둡고 힘겨워 보였다. 시험 문제 한두 개를 틀렸다는 이유로 책상을 내리치며 울부짖는 친구들을 보며 자기 스스로에게 '남들 다 고생스럽게 해내는 공부를 못해내는 못난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

마침 오랜만에 일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나는 입시관리기관으로 전락한 학교의 비정상교육을 통해 죽어가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낱낱이 목격하게 되었다. 학교교육은 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도와 건강하고 주체적인 한 민주시민으로 기르는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학교를 통해 생산 라인에서 등급을 부여받아 값어치가 매겨지는 상품처럼 규격화 되고있는 것이었다.
 

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하는 꿈틀비행기 학교탐방 중. 덴마크 학생들과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그 아픔으로부터 결코 무뎌지지 않았던 내 가슴에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불을 질렀다. 덴마크처럼 모든 아이를 개별적으로 독립된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는 세상의 교육을 경험하고 싶었다.

마침 아이는 학교생활규칙 준수, 친구관계, 내신관리,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잘해야만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 힘겨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꿈틀리인생학교를 권해보았다. 그러나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체제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다. 아이와 함께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꿈틀리 비행기를 타고 덴마크로의 견학기행을 다녀왔다. 다양한 학교급에서 만난 그곳의 아이들의 표정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의 서문에 묘사된 대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밝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아이는 어느새 학교라는 집단이 주는 피로감을 잊고 '매사 승부욕에 불타는 한국'에서 꺼려했던 축구를 낯선 덴마크 학생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어른인 내가 그렇게 느꼈듯 온 사회와 학교가 안전한 울타리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덴마크의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학교가 꿈틀리인생학교라는 말에 주저없이 입학을 결심했다.

강화도의 한 폐교를 리모델링한 꿈틀리인생학교의 입학식 날 자기 몸집 만한 가방을 들고 날아가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뛰어 오르던 스미스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주 만에 만난 아이가 들뜬 목소리로 "엄마, 꿈틀리 인생학교는 정말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학교야. 생활수칙도 교육과정도 함께 만들어가는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야. 그런데 이상한 건 학교의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가 허락되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모든 걸 열심히 하게 돼. 일찍 일어나서 새벽 운동을 하고, 내가 세운 계획에 맞춰 하나하나 목표를 이뤄가고 있어" 라고 전했다. "아, 정말 멋지다! 그곳에 있는 동안 네 마음이 얼마나 편하고 행복했을까", "음. 그건 말야. 아주 멋진 여행을 하는 기분인데, 그게 무려 편안한 내 집이라고 생각해봐. 아쉬운 마음으로 곧 다시 떠나야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내 집인데, 마치 여행지처럼 새로운 세상인거지!" 아이는 어떻게든 그 행복을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어 적절한 비유를 찾아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2주 만에 한 번 집에 오는 아이는 올 때마다 흥보네 제비처럼 '꿈틀리 엄마의 밥이 너무 맛있네, 친구들의 기발한 생각에 놀랐네, 따뜻한 선생님의 마음에 감사하네' 하며 행복의 씨앗을 물어다 주었다. 아이를 꿈틀리인생학교에 보내는 학부형들의 건강한 연대의식도 남달랐다. 학부모들의 자율적인 행사로 두 번의 워크샵을 가지며 학부형이라는 입장을 떠나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환하고 즐거운 어울림을 가졌다. 더불어 아이들 저마다의 특성을 존중하는 교육관을 공유하는 동지애를 다지기도 했다.
 

꿈틀리인생학교 4기 스미스의 개인프로젝트 대장간만들기 입니다. 졸업을 하였지만 꿈틀리인생학교는 여전히 완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5월 어버이날 즈음에 이루어진 '다소미 문화제'에서는 일부러 예술적 재능을 평가하는 입학 전형을 거친 것이 아님에도 음악, 그림, 글, 조형물, 각종 노작물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조화로운 색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이를 꿈틀리인생학교에 보낼 때, 어느 정도의 떡고물이 있을 줄은 예상했지만 덕분에 교사로서도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꿈틀리인생학교에서 받은 영감으로 수업과 학급경영에 변화를 주어 적어도 내 교실 안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키워내는 창조력이 넘치도록 꿈틀거렸다.

중반기에 들어 아이는 다시 관계의 고민을 시작했다. 꿈틀리에서조차 남다른 자신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아이들 스스로 만든 규칙이 일부 친구들로 인해 무력해질 때 실망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부분 대화를 통해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친구들의 강력한 주장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 즈음 입학 전부터 기대했던 덴마크의 국제형 인생학교, 라눔(Ranum) 에프터스콜레에서 꿈틀리 친구들과 더불어 3주간의 교육과정을 함께한 후 1주일간 덴마크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였다. 그곳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페이스북 대문에 걸었다. 세계의 아이들이 모인 그곳에서 K-Pop의 나라, 한국 친구로 각광을 받으며 스스로에 대한 자아상이 한층 밝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온 후에도 SNS를 통해 그때 만난 이웃 나라의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꿈틀리 인생학교의 남은 3개월은 옆에서 보기 안스러울 만큼 소중히 여기며 아까운 듯 생활했다. 여러 이유로 학교생활을 중단하는 친구와 헤어지는 안타까운 경험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동안 다하지 못한 노력을 아쉬워했다. 학년 말 프로젝트 발표 및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깊고 풍부하게 전해주기도 했다. 주말이나 방학 때도 어떻게 하면 학교에 더 머무를까 연구하는지 도대체 얼굴을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졸업을 하고 돌아오는 날 아이는 버스에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꿈같이 소중한 시간을 뒤로 하는 것이 너무나 쓸쓸했단다.
 

꿈틀리인생학교 이동학교(덴마크 한달살이)를 통해 라눔에서 만난 외국친구들과 인스타나 구글 미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 꿈틀리인생학교

 
졸업을 하고나서 다니던 일반 학교로의 재입학을 택한 아이는 학교 수업에서 학습의욕을 자극받지 못하는 점에 더 이상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있다. 학교는 여전히 성적으로 줄 세워 좋은 학생, 나쁜 학생을 가르려 하지만, 아이는 그런 기준으로부터 자유롭고 느긋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자아상을 이뤄가고 있다.

꿈틀리인생학교는 좋은 어른의 곁에서 각양의 안전한 모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 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제대로 감각하게 해주었다.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된 스미스가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시각에도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늘 모종의 욕구불만과 피해의식으로 짜증과 불편감이 많았던 스미스는 다정하고 세심한 형이요, 아들이 되었다.

"너 요즘 참 다르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태도에 품위가 깃들었어."
"음. 아무래도 꿈틀리에서 생활하며 많이 배운 것 같아. 거기서는 한시도 대화의 끈을 놓을 수가 없거든. 생각해봐. 1년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피할 수가 없잖아. 미우나 고우나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아, 함께 살아가는 일!' 그 아름답고도 만만치 않은 과업을 위해 좌충우돌을 겪어내고 돌아와 일반고에서도 덴마크의 고등학생 같은 평화로운 얼굴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성장기인 청소년기를 유유히 향유하는 스미스를 보며 일개 교사인 내 꿈은 마냥 커져만 간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꿈틀리인생학교화 되는 그날까지 나는 다정한 행복교육 전도사가 되어 학교 안팎으로 있는 힘을 다해 꿈틀거릴 것이다.
 

꿈틀리인생학교 5기 스미스의 졸업장입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 꿈틀리인생학교 6기를 모집합니다.

11월 28일(토) 오전 9시30분부터 학교설명회 영상과 라이브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krEkLi_f9tFwvvX1VYi5A

꿈틀리인생학교 학교설명회 영상과 입학안내는 아래에서 참고바랍니다.
* 블로그 : ggumtlefterskole.blog.me
* 페이스북 : facebook.com/ggumtlefterskole

< 6기 원서접수 기간>
- 2020년 11월 16일(월) - 12월 11일(금)
덧붙이는 글 꿈틀리인생학교 4기 졸업생 박찬(별명:스미스) 학부모 김선희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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