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추방주간 기획 : 사천 여성의 삶은 안전한가?

해마다 400명 넘게 성폭력·가정폭력 등 호소

등록 2020.11.24 17:29수정 2020.11.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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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정폭력 증가···피해자는 대부분 여성
서은경 통합상담소장 "경찰, 신뢰 더 키워야"
박창지 서장 "약자의 눈으로 사건을 보겠다"
피해자 2차 피해 없게 세밀한 장치·접근 필요

 

박창지 사천경찰서장(왼쪽)과 서은경 사천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사천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피해자들이 가장 믿고 의지할 곳은 당연히 경찰이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불신이 싹 트면 쳐다도 안 봅니다. '나를 지켜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거죠."

"치안은 늘 약자의 눈에서 바라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변명도 하지 않으렵니다. 대신에 '사천 경찰에 맡기면 된다'는 믿음을 주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1월 20일 오후. 사천경찰서 서장실에서 서은경 사천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장과 박창지 사천경찰서장이 나눈 대화다. 닷새 뒤인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여성폭력추방주간을 앞두고 '사천의 여성폭력'을 주제로 가진 즉석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자리엔 변해욱 여성청소년과장(=여청과장)을 비롯한 관련 업무 담당자들도 배석했다.
 

11월 20일 '사천의 여성폭력'을 주제로 한 즉석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간담회 모습. ⓒ 뉴스사천


뉴스사천도 이날 간담회에 주목했다. 마침 지난 7월에는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젊은 여성을 뒤쫓아가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고, 미처 보도에 이르진 못했으나 성폭력 사건 소식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들려오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추방'이라는 특별한 주간을 맞아 지역민들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기도 했다.

먼저 여성폭력이란 개념부터 살펴보자. 2018년 12월에 제정된 「여성폭력방지법」에는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이라 정의하고 있다.

또, 1993년의 제85회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선언'에는 여성폭력을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해 온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표지"로서 "여성에게 예속적 지위를 강요하는 주요한 사회적 기제 가운데 하나"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여성폭력의 바탕에는 그 사회의 문화나 관습이 짙게 깔려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오늘날 경남 사천시에서는 얼마나 많은 여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을까.
 

사천지역 성폭력 유형별 발생 현황.(자료=사천경찰서) ⓒ 뉴스사천


이날 간담회에서 사천경찰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사천시 관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은 모두 35건이다. 여기에는 강간 15건, 강제추행 12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 3건, 통신매체 이용 음란 4건, 성적 목적으로 공공장소 침입 1건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건과 비교해 비슷한 수치다. 눈에 띄는 점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범죄로, 지난해에는 1건도 없었던 데서 크게 늘었다.

성폭력 범죄의 발생 장소는 유흥업소, 아파트나 주택, 숙박시설이나 목욕탕 등이 주를 이뤘다. 피해자는 여성 32명, 남성 3명이었다. 피해자의 나이는 10대, 20대, 30대 순으로 많았다.
 

사천지역 성폭력 발생과 검거 현황.(자료=사천경찰서) ⓒ 뉴스사천


사천경찰은 올해 발생한 35건 외에 타지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포함해 36건의 성폭력 사범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율이 꽤 높은 편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의 성폭력 사건 발생 추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7년 42건, 2018년 40건, 2019년 40건 등이다.

여성폭력 가운데서도 여성폭력의 주체, 즉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사건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이 대표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사천경찰은 이에 관한 자료도 소개했다.
 

사천지역 가정폭력 발생 현황.(자료=사천경찰서) ⓒ 뉴스사천


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사천에선 339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88건이었으니, 18%쯤 늘어난 수치다. 사천경찰은 이 가운데 74건을 형사 입건했다. 이 가운데 여성 피해자가 68건이고, 나머지 6건만 남성이 피해자였다.

가해자의 나이는 다양했다. 4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16명, 30대가 14명, 20대가 3명이었다. 60대 이상도 18명에 이르렀다. 가정폭력의 발생 추이는 차츰 감소하다가 올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435건, 2018년 341건, 2019년 336건이었다. 
 

사천지역 데이트폭력 발생 현황.(자료=사천경찰서) ⓒ 뉴스사천


이에 비하면 데이트폭력으로 분류한 사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건과 비슷했다. 다만 17건 가운데 16건은 폭행과 상해에 그쳤지만, 살인·성폭력 사건도 1건 발생했다.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그런데 가해자의 나이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40대가 7명으로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에 20대가 1명으로 가장 낮은 점에서다. 이어 30대가 5명, 50대가 3명, 60대 이상이 1명이었다. '데이트폭력이 비교적 나이가 젊은 층에서 일어날 것'이란 일반적 인식은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서은경 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더 적극적인 자세"를 경찰에 요구했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는 심경을 충분히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며 더 세밀한 접근을 바랐다.

이에 변해욱 여성청소년과장은 "피해자 중 상당수는 이혼까지 바라지는 않기에 적절한 선에서 화해를 유도한다"며, "징역이든 벌금이든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결국 그 부담을 피해자가 떠안아야 해 후회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천경찰은 가정폭력 대응 방안으로 "사후 콜백의 강화"를 언급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사건이 발생했던 가정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관리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또 여청과장을 '2차 피해 책임관', '피해자보호팀장'으로 지정해 여성폭력의 2차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보호·지원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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