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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폐기된 산악관광, 문재인 정부가 살려내"

[스팟인터뷰] 윤주옥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록 2020.11.24 18:05수정 2020.11.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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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 지리산아미안해행동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지리산에 살러 갔다가 지리산을 살리는 운동가가 됐다. 지난 2008년 서울 생활을 접고 전라남도 구례로 귀촌했다. 하지만 하동군과 기획재정부가 합작해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리산에 "1980~1990년대식 개발 바람"이 불었다. 이때부터 조용하고 소박한 삶을 꿈꿨던 그의 단꿈이 날아갔다.
 
어쩌면 오는 2024년 기차가 지리산 능선을 달리게 된다. 상상이 아니다. 하동군이 추진 중인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의 계획대로라면 하동군 청암면 청학동 삼성궁~지리산 형제봉까지 15km 구간에 철길이 깔린다.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규제 특례를 통한 산림휴양 관광 시범사례'로 밀어주고 있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산꼭대기에 개발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산악관광 활성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 거였다. 이대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결국 국립공원은 대기업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지리산은 대기업의 이윤 추구 대상이 아니라 전 국민과 미래세대의 자산이다."
 
그가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이유다. 그만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지리산에 산악열차가 들어선다고 하자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뭉쳤다. 아름다운 지리산을 파괴하는 산악관광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7월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아래 반대대책위)'를 출범하고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반대대책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오전 그를 포함한 반대대책위는 국회 앞에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윤주옥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그는 지난 2008년 서울 생활을 접고 지리산 자락으로 이주한 13년차 귀촌인이다. ⓒ 윤주옥 제공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먼저 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요구로 산악관광 활성화 정책이 추진된다. 주요 내용은 산꼭대기에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호텔 등을 건설할 수 있게 특별법을 만드는 거였다.
 
법을 개정해서도 가능하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해당지역을) 지역 특구로 지정하면, 기존에 개발제한 구역도 규제를 풀어 개발이 가능하다. 이러려면 현재의 지역 특구법(지역 특화 발전 특구에 대한 규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을 제·개정하려면 국회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지난 19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국회 앞 농성에 들어간 이유를 묻자 그는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사실상 폐기된 프로젝트를 기재부가 살려냈다며 날을 세웠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하동군에서도 반신반의한 사업이다. 대규모 산림훼손 사업으로 가능성이 낮았던 (윤상기) 군수 공약 사업이다. 그래서 하동군에선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도 없었다. 오죽하면 (기재부의 산림관광) 상생조정기구가 하동군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제출하라고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 프로젝트를 '한걸음 모델'로 선정하면서 희박했던 (사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을 제·개정해야 사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하동군에 알려준 것도 기재부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유지를 도유지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데, 이것도 기재부가 (하동군에) 맞춤형 컨설팅을 해준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열린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등을 '한걸음 모델로' 선정했다. 한걸음 모델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정부가 중재하는 상생 합의 모델을 말한다.
 
"상생 모델이 아니라 갈등 조장 모델이다. 기재부는 이 프로젝트를 우리 사회의 사회적 타협과 상생의 모델로 삼겠다고 했지만, 이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기관과 주민 간의 골도 깊어졌다. 이렇게 당초 계획한 목표와 다르게 갈등을 조장하는 이 프로젝트는 폐기해야 한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것에 대해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반환경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저평가하기도 했다.
 
"국립공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형제봉 일원에 천연기념물인 4~5마리의 반달가슴곰 서식지가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4년 279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복원했다. 이런 곳에 기재부와 하동군이 또 돈을 들여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한다. 이율배반이고, 예산 낭비다. 게다가 산악열차를 건설하려면, 지리산의 수많은 풀과 나무도 베어야 한다."
 
하지만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다. 지난 16일, 경상남도 하동군 문화예술회관에선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하동 산악열차 유치추친위원회'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역에 오래 산 주민들은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다. 도시는 엄청 개발됐는데, 지역은 그렇지 않아서 뭐든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기 돈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귀농·귀촌한 사람들은 다르다. 도심을 떠나 시골로 이주한 이유는 개발되지 않아서다. 따라서 난개발이 진행된다면 더는 그런 지역에 살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귀촌인들 중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실행된다면)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동군은 한쪽으론 자연 친화적인 지역이라고 홍보하며 귀농·귀촌인들에게 자금과 주택 등 여러 가지 정책 지원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개발 정책만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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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은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 하동군청

  
-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 아닌가?
"개발 사업에 대한 환상이다. 사람들은 개발하면 사람이 찾아오고, 돈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자. 개발이 진행되면 사업 초기에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기가 좀 나아진다. 하지만 실제 돈을 버는 것은 개발 사업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도 계획 당시 경제성 평가는 높았다. 그러나 실제 운행을 해보니 기존의 경제성 평가의 61.3% 정도밖에 효과가 없었다. 코로나19 여파 전에 조사한 결과다. 이건 애초 사업계획이 부풀려진 탓이기도 하다.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지역 활성화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자연을 보전한다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자연이 살아있다는 게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다. 자연보호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되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과 지질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여러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 연천, 신안, 청소, 완도 등의 사례이다. 자연을 보전하는 게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산악관광 활성화 정책은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정책이다. 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냐는 목소리도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던 산악관광 활성화 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심폐소생술로 살려내고 있다. 기재부가 '한걸음 모델'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선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 우리 사회는 보전과 개발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지리산에 성삼재 도로가 있다. 이 도로를 건설할 당시에는 자연에 빠르게 접근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그래서 누구도 지리산에 도로가 건설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에 부정적이다. 이것들이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에 전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면서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개발을 해야 한다. 반달가슴곰을 보전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대만과 일본 등은 곰과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지역사회가 살아난 사례가 많다. 소박하고 느린 관광, 지역사회와 주민이 주인이 되는 관광이 (소위) 뜨는 세상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확산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실행된다면, 국내 최초로 산악열차를 타고 아름다운 지리산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개발논리에 대해 그는 자신의 저서 <지리산 아! 사람아>에서 이렇게 에둘러 비판했다.
 
"지리산 관통도로, 계곡 내 취사, 불법 산행, 사람들의 발길에 허옇게 드러난 바위와 흙, 무단 채취, 밀렵, 댐과 케이블카, 골프장… 국립공원은 어딜 가나 신음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게 국립공원이 아름다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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