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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차별 지적했더니... "공무원 되지 그랬나"라고요?

[주장] 공무원-비공무원 갈등은 본질 아냐... 육아휴직 사용 자연스러운 제도 정착이 필요

등록 2020.11.29 20:27수정 2020.11.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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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등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무원/비공무원의 육아휴직 차별에 대한 평등권·양육권 침해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떼쓰지 말고 공무원 시험을 보세요. 그럴 능력 안 되시면 그냥 일상에 만족하시고요."

'공무원처럼 3년 육아휴직 쓰게 해주세요'라는 언론보도(11월 23일 연합뉴스)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 중 일부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16일 110명의 청구인들과 공동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 기사에 달린 1150여 개 댓글의 주요 내용은 '공무원과 민간 노동자 사이에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동일한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비판이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통해 공무원에게 3년의 육아휴직(2년 유급)이 주어지고, 비공무원은 1년으로 제한된 지금의 육아휴직 관련법(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1항과 제2항)이 양육자의 '평등권'과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문제제기 했다.

육아휴직은 무조건 쓴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 보는 기쁨
  

육아휴직 중인 교사 이종관씨가 자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종관씨 제공



고등학교 교사인 이종관씨는 육아휴직을 이용해 12개월 된 딸 지수를 돌본다. 육아휴직 1년 차인 그는 아이가 태어나 말이 트이고 걸음마를 시작하며 감정의 움직임이 생기는 지금이 "가장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육아휴직 3년을 모두 사용할 계획이다.

이씨는 '아이를 위해서 무조건 육아휴직은 기간이 보장된 만큼 사용하려 한다'는 동료 교사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일·가정의 양립에 있어서 "출산장려금이나 수당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와 부모의 안정적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관씨는 정치하는 엄마들이 제기한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 차별의 문제에 대해 "일반 노동자의 육아휴직이 1년으로 제한되는지 몰랐다"면서 "1년의 육아휴직 기간으로 애를 어떻게 키우냐"라고 반문했다.


종관씨는 지수가 태어나 첫돌을 맞이하는 지금과 나머지 2년을 해당 시기에 적정하게 분배해 사용할 예정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이 제기한 3년의 육아휴직 기간 보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교사로서 3년의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골 부모님께 '황혼육아'를 부탁드려야 할 뻔 했기 때문이다.

1년으로 부족한 육아휴직... 자발적 퇴사 위기에 몰리는 일반 노동자
 

유민영씨와 아이들 ⓒ 유민영씨 제공



경기도 부천시의 복지관에서 일하는 유민영씨는 다행이 2명의 자녀에 대해 모두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해 돌봤다. 민영씨 역시 적정한 육아휴직 기간이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최소 3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과 연관된다.

첫 번째 위기는 아이를 낳고 출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1년 남짓 사용하고 복귀하는 시점이었다. 민영씨는 말도 못하는 아이를 1년 남짓 키우다가 어린이집이나 조부모처럼 타인의 손에 맡기고 회사로 복귀하기가 망설여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한 후에도 걱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기간 동안 아이는 낮 12시면 아이가 하교한다. 돌봄교실 등이 운영되지만 추첨제 등으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1년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한 민영씨가 추첨에서 떨어지면 자녀를 돌봄에 공백을 각오하거나 퇴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종사상 지위에 따른 양육권 차이

종관씨와 민영씨의 육아휴직 경험에서 보여지듯 현실에서는 공무원인 종관씨와 비공무원인 민영씨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돼야 할 양육권이 종사상 지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사회보장 정책을 연구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취업여성의 일·가정양립실태와 정책적 함의)에 따르면 취업여성의 경력단절은 첫째 아이 출산시기에 높게 나타난다. 그런데 취업여성의 직종이나 종사상 지위에 따라 육아휴직이나 출산전후휴가등 일·가정 양립제도의 이용 경험 차이는 컸다.

연구에 따르면 첫째 아이 출산 전과 후 6개월 간 취업 중이었던 결혼한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는 등 경력단절 경험율은 공무원이나 교사의 경우 11.4%인데 비해, 일반회사의 노동자는 49.8%로 4배 이상 차이났다. 아이를 낳는 일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육아휴직 제도 활용 여건에서 공무원과 일반 노동자의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인 것이다.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육아휴직 기간 차별에 대해 중앙정부가 손을 대지 못하는 사이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은 나름의 문제의식과 대안을 내놨다.

경기도 공무직 1100명, 육아휴직 3년... 이재명의 시도

경기도는 2019년부터 공무원이 아닌 소속 민간노동자(공무직) 약 1100명에게도 육아휴직을 3년 동안 보장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한 현행 규정이 근로자가 적정기간 육아활동에 전념하도록 한 육아휴직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만큼 (비공무원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아동양육 및 근로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만큼 이를 제도로 구현한 육아휴직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할 필요성을 제기'한 경기도 옴브즈만의 문제의식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용한 결과였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도 지난 8월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최대 1년에서 최대 3년으로 늘리고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을 '만 10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4학년 이하'로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미래통합당 시절인 2020년 8월 "출산 이후 초등 2학년까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시간에 비해 그 사용기간이 너무 짧고 분할이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라면서 현재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일반 노동자의 육아휴직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3회까지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내놨다.

이처럼 현재 1년으로 제한된 민간 사업장의 육아휴직 기간 확대 하자는 주장에 대해 그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제기된다. 중소영세 민간 사업장에서 육아휴직 기간 확대로 인한 인력 공백의 문제나 육아휴직 기간 임금 보전의 문제가 그것이다.

"육아휴직 쓰게 해줄테니 퇴사 합의 종용... 이게 정당한가요?"

"사장님이 선심쓰듯 육아휴직을 쓰게 해줄테니, 육아휴직 끝나고 후 퇴사하기로 이면 합의를 요구하네요. 이게 정당한가요?"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동료들한테 일이 몰빵되는데 눈치 보여서 어떻게 써요? 휴~."


내가 일하는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부천상담소에도 이런 상담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8세 혹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1년 이상 재직 노동자라면 1년의 한도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주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는 상담문의가 주를 이룬다. 

공무원의 경우 3개월 이상 육아휴직으로 인한 결원이 발생할 경우 대체인력의 채용이 법제화 된 반면 민간 사업장에서는 이와 같은 강제성이 없다. 사업주가 인건비로 인해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 남은 인력에 업무의 부담이 고스란히 넘어간다. 때문에 현장에서 맘놓고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것 현실도 문제다.

육아휴직 사용 공무원도 아르바이트 해야 하는 현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육아휴직 기간 임금 보전 문제다. 앞서 경기도 소속 민간 노동자의 경우 3년의 육아휴직이 보장됐음에도 유급으로 사용가능한 1년 외에 무급인 2년의 육아휴직 사용경험은 높지 않았다. 급여소득이 줄어드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공무원·교사 육아휴직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종관씨는 임용 7년 차 정교사인데 육아휴직 2년 차부터는 약 68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부부가 동반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해 아이와의 시간을 갖자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배우자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종관씨는 청약저축을 깨 생활비로 쓰며 버티고 있다. 교사들 중엔 육아에 전념해야 하는 육아휴직 기간에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육아휴직의 기간을 확대하되 분할 사용 횟수를 늘리고 중소영세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임금보전 확대로 업무 공백기간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제기된다. 거기에 더해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현실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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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대통령 선거 후보시절 육아휴직기간 3년으로 확대하고 세 번의 분할 사용을 공약한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정치하는 엄마들'이 제기한 비공무원의 육아휴직 3년 확대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민간영세사업장의 부담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육아휴직수당의 소득대체율을 현실화에 대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고, 실제 낮은 소득대체율로 인해 가구 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여성근로자가 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육아휴직 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액 이상으로 정하자고 주장했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무원과 비공무원 육아휴직 차별 헌법소원 청구는 우리 사회의 평등한 돌봄권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논의의 방향이 공무원과 비공무원간의 차이만을 선정적으로 다루거나 '억울하면 공무원이 되라!' '공무원만 세금으로 잘먹고 잘사냐?'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적정한 육아휴직 기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내고, 육아휴직 사용이 자연스러운 노동환경의 마련을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부천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공무원 육아휴직 차별 #육아휴직 헌법소원 #정치하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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