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자전거 국토종주 출발하는 날 비라니"

[정년 퇴직 기념 서울-부산 자전거 국토 종주1] 서울-양수리 구간

등록 2020.11.30 08:49수정 2020.11.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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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정년퇴직했다. 퇴직하면 무지갯빛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회사 조직을 떠나서 홀로의 시간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늠해보았다. 퇴직은 또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하므로 그 새로운 삶을 서울서 부산까지 자전거국토종주로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하루에 약 60여km쯤을 달리는 여정을 함께 나눈다.[기자말]

늦가을의 비가 단풍 든 낙엽들을 모두 땅으로 내려앉게 했다. 낙엽수의 나뭇잎은 이제 지난 계절의 임무를 마치고 퇴임한 것이다. 나처럼... ⓒ 강복자

 
11월 1일 눈을 뜨니 '똑똑' 빗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퇴직 3일째. 지난 수십 년 아침은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그 긴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이틀은 출근하지 않는 아침이 놀라움이었다면 오늘은 전혀 다른 일로 놀랐다.


퇴직을 1년 앞둔 지난해에 퇴직 후 제일 먼저 할 일로 서울에서 고향까지 걷기여행을 계획했다. 고향을 떠나 산 40년을 회고하고 성찰하는 방식을 고향을 향해 걷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급변한 것은 나를 남미 자전거 여행으로 이끌었던 김광옥 목사님 때문이다. 퇴직도보여행계획을 듣고 서울-부산자전거국토종주를 제안한 것이다. 혼자 걷는 대신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문당식구들과 형편이 허락되는 자전거 여행그룹 식구들이 함께 국토를 종주하자는 것이다.

'홀로'에서 '함께'로, '걷는 것'에서 '자전거'로 방법이 바뀌는 것이었지만 홀로는 더 쉽게 가능하지만 함께는 다른 이의 형편까지 맞아야하므로 목사님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목사님은 이미 두 차례 국토종주경험이 있는 만큼 이 계획은 바로 목사님의 머릿속에서 구성되어 멤버 모집이 공지되었다.

서울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총 647km의 출발일이 오늘 아침인데 새벽에 눈을 뜨니 비가 내리고 있다.

"맙소사! 출발일에 비라니~."


그러나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출발일이 최악이라면 점점 더 좋아지는 일만 남지 않았는가."

어젯밤에 이미 모두 꾸려놓은 패니어를 자전거에 달고 우비옷을 단단히 여미고 대문을 나섰다.
 

패니어에 담길 나의 자전거 여행길 행장이다. 꾸리는 것이 많을수록 여정은 고되다. 많이 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최소한으로 담는 것은 욕심을 비우는 수련이 필요하다. ⓒ 강복자

 
우이천 벚나무 단풍들이 비바람에 거리로 내려앉았다. 내 출발에 뿌려진 꽃잎처럼... 비가 즐거워지고 페달링은 경쾌해졌다.

우이천을 벗어나 군자교를 타고 광진교를 넘어 남한강 하류에 이르니 어린 시절 시골 야트막한 산 아래 우뚝우뚝 솟아있던 미루나무들이 강을 따라 쭉쭉 뻗어 늘어선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활짝 핀 갈대들이 이웃해 있다.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강물 위로 긴 날개를 편 학들이 느리게 비행 중이다.
 

미루나무는 내 그리움의 아이콘이다. 객지에서의 향수는 늘 고향 밭가의 미루나무를 앞세워 밀려오곤 했다. ⓒ 강복자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니 구암정이다. 팔각정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먼 한강 다리들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멀리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이 구름 속에 보이고 떠나온 서울은 더 멀어지다가 끝내 내 뒤로 사라진다. 40년을 산 서울을 떠나 이제 내가 나고 자란 남쪽으로 내려간다.
 

떠나온 서울과 작별하기에는 정자가 제격이다. 그 옆에 느티나무까지 있으니 고향마을 어귀의 당산나무와 작별하던 그 기억이 겹친다. ⓒ 강복자

 
40년 동안 얼마나 마음이 자랐는지, 어떤 존재로 변화되었는지, 앞으로 또 어떤 변화의 길을 갈 수 있을지, 그 길을 찾아보리라. 바퀴를 온몸으로 굴리며... 
 

빌딩으로 가려지지 않은 산을 만났다. 복개되지 않은 물을 만났다. 안갯속에 가린 강너머처럼 회사의 배경 없이 홀로 감당해야 할 나의 날들이 궁금하다. ⓒ 강복자

 
■서울_부산국토종주자전거라이딩
(2020년 11월1일-11월10일)

*총 647km
*매일 아침 8시 출발, 오후 3~4시에 일정 마침(일일 8시간 주행)
* 완주 참여자 | 김광옥, 강복자, 차춘자, 노은실, 정복섭, 김재영, 성동일, 김성식, 김선하

-1일 | 양수리 숙소에서 오후 5시까지 집합. 각자 집에서 출발
-2일 | 여주 강천섬 게스트하우스(60km)
-3일 | 충주 숙소(63km)
-4일 | 문경 숙소(62km)
-5일 | 상주보(57km)
-6일 | 칠곡보(68km)
-7일 | 현풍(55km)
-8일 | 남지(77km)
-9일 | 양산(75km)
-10일 | 부산 을숙도(30km)

●준비물 및 특기사항
*개인 | 고글, 선크림, 털모자, 얇은 목도리, 장갑 여분, 우비, 양말 여분, 상하 내복 여분, 공용물품, 튜브, 컵, 포크, 수저, 젓가락.
*장비 | 펑크 패치, 펌프, 정비 박스
*주방기구 |코펠, 버너, 프라이팬, 버너, 집게1, 접시2, 칼
*차량 없으므로 모두 자전거에 적재
*매일 아침 8시에 출발하므로 아침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함.
*조식 | 커피, 빵, 우유, 오곡 미숫가루, 주전부리 개인지참
*잠자리는 원칙적으로 숙소
*텐트 야영을 하고 싶은 분들은 야영 준비
_Organized by 김광옥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자전거국토종주 #정년퇴지 #은퇴 #양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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