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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여행은 자연속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인터뷰] 명상여행자 '이윤영'만의 진솔한 이야기

등록 2020.11.30 09:02수정 2020.11.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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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 줄곧, 아니 어쩌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는 사회가 정한 궤도 또는 바람직한 인생의 표본이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흔히 대기업,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람은 성공한 인생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일까. 정작 자신이 무엇에 행복해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언제든 쉽게 무너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 '삶'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 있다.


평일은 직장인으로, 주말에는 취미 생활로 명상하는 명상여행자 이윤영씨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그를 알게 된 건 네이버 블로그 '명상여행자 유녕, 저를 소개합니다'를 통해서였다. 그의 프로필 소개 글은 "여행하고 명상하는 1인 여행 기획자입니다. 제 꿈은 여행과 명상을 통해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세상에 선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받은 가치를 지구에 돌려주고 싶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였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터뷰 사진 명상여행자 유녕 매봉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 정미경


11월 15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매봉역 근처 카페에서 명상여행자 유녕(본명 이윤영)을 만났다. 그녀의 밝은 미소와 명랑한 목소리가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상실로부터 얻은 깨달음

그녀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게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갈 차례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사회가 만든 기준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3년 전 연말에 자신을 구성하던 것들이 무너졌다. 그것은 원하는 회사에 합격하는 것과 남자친구에게 사랑받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두 가지가 모두 그의 곁에서 떠났다.

"제가 좋아하고 힘을 주던 것들이 저를 떠나가는 순간, 내가 무너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마음이 공허해져서 방에서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켜야 할 것들이 떠나고나니 새로운 생각과 질문들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저를 찾아왔어요. '사람은 왜 사는 걸까', '지금 나는 온전히 행복해지는 길로 가고 있는가?'라고요."

결국, 우연히 마주친 고통이 그녀의 행복의 기준을 바꿔 놓았다. 그녀는 행복을 주는 외부환경이 떠나면 행복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외부의 것들이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도록 두지 않고 자신에게 있든 없든 그 자체로 행복해야겠다고 확신했다.


"명상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에요"

"그때부터 행복의 기준을 변화하기 쉬운 외부에 두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한 행복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나 자신에게 집중했어요. 그동안 가지고 있던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나로 살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고요. 명상이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들을 관찰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생각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을 그녀는 '명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명상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가치관이나 삶에서 바뀐 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첫째, 내 행복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이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나의 오래된 생각에서 비롯된 필터임을 알게 된 순간 자유로워졌어요. 이처럼 명상은 제 마음가짐을 바꾸어줬어요. 둘째, 나는 이대로 온전하고 괜찮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많은 습관 무의식들이 내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내가 아닌 것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동안 우리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명상여행

"마음이 너무 너덜너덜해졌을 때, 이대로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남양주에 있는 절을 찾았어요. 자연에서 명상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니 마음이 환기되더라고요. 그날을 기점으로 정말 크게 에너지가 높아졌어요. 명상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여행이었어요. 내가 에너지를 받았던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즉흥적으로 명상여행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7개월 전, 그녀는 수종사를 시작으로 명상여행자로 활동 중이다. 명상 여행이 무엇인지 그것을 진행하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명상여행은 자연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갖는 여행이에요.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여행이죠. 그리고 제가 가진 다양한 관심사인 요가, 핸드팬, 글쓰기 등을 명상여행에 녹이고 있어요. 여행자분들이 명상여행을 통해 삶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하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명상여행은 제가 좋아서 하는 여행인 만큼, 저의 취향을 듬뿍 담은 여행이에요. 저와 여행의 결이 맞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어 늘 여행이 즐겁고요!"
 

명상여행자 유녕 강원도 정선에서 명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다. ⓒ 이윤영

 
명상여행자 이윤영씨가 이루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그녀가 꿈꾸는 세상을 묻자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타인·동물·지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따뜻함을 가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명상여행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지구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넉넉하게 제공해주잖아요. 저는 이곳에 여행자로 왔을 뿐이고요. 지금이라도 조금씩 제가 받은 가치를 지구에 돌려주고 싶어요."

그렇다면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싶어요. 예를 들면 나무처럼요. 늘 평온한 것만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바람에는 엄청나게 흔들렸다가도 다시 중심을 잡고 굳게 뿌리내리는, 이 모든 과정이 다 자연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삶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고 싶어요."

그러니 "어떤 상황이 오든 그것들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중에는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길이 있을 것"이라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녀는 오늘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여행하는 중이다.
#이윤영 #명상여행자 #명상 #여행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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