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학부모 '간증후기' 줄줄... 이 선생님들의 상담 비결

[기획탐방] 충남교육청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에 가다

등록 2020.12.02 09:03수정 2020.12.02 10:41
0
원고료로 응원
a

충남 논산과 공주, 계룡, 금산, 부여 지역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 고민을 상담해 주고 있는 충남교육청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 논산교육지원청 평생교육동 2층에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아이 눈높이에 맞게 경험이 녹아있는 얘기로 상담을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이가 진지한 태도로 상담을 하고, 공부할 방향을 잡았다며 의욕을 보였습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사설업체 입시상담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채, 제가 예상했던 답만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1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번 상담예약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아이에게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 중요한 게 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학부모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2·3학년 때도 상담을 받고 싶네요."


충청남도교육청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이하 남부센터)를 이용한 학부모들이 남긴 후기 글이다. 진로나 진학 고민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남부센터의 문을 두드렸던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감사 인사와 함께 다시 방문하기를 원했다.

충남에는 5개의 권역별 '진로진학상담센터'가 있다. 광역단위 진로진학상담센터는 어느 시·도나 존재하지만, 충남처럼 각 소지역단위별로 진로진학상담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교육청은 없다. 그만큼 학생·학부모에게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 진로·진학고민을 함께 나누려는 충남교육청의 의지가 담겨있다.

충남교육청 남부평생교육원(논산시) 평생교육동 2층에 있는 남부센터는 충남 5개 센터 중 가장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공주시와 논산시, 계룡시, 부여군, 금산군까지 각 시·군의 학교와 학생 수가 상당하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경수 교육연구사와 이명진 교사 둘이서 다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금산은 월 3회(목요일) 금산교육지원청으로 출장 상담을 나가기도 한다.

이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도 선호도가 높은 공·사립학교가 즐비하다.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로·진학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노 연구사와 이 교사가 1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상담은 1회 상담을 60분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1시간 30분은 보통이고, 2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담건수보다는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담을 하다 보니 식사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예약은 전화(1588-0795)나 네이버 예약사이트(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138121)를 통해 받고 있는데, 상담 전에 문자를 통해 상담 내용이 무엇인지를 묻고, 준비해야 할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해야 개별화된 맞춤형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담은 건수나 시간보다는 내용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컨설팅 기관 아냐... 학생 이해하려는 노력 최우선"

1대1 맞춤형 상담이 주 업무이지만 그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충남 권역별 대입설명회가 진행되는데, 남부센터가 주관하고 있다. 올해는 1학기 때 천안아산과 보령, 남부 등 3곳에서 진행했다.

2학기 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집합행사가 어려워서 50명 단위의 설명회를 진행했고, 이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대입설명회를 진행했다. 동시접속자가 2000명이 넘을 만큼 상당히 인기 있는 설명회다.

뿐만 아니라 남부지역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들에 대한 교육과 소통도 하고 있다. '찾아가는 대학진학교실', '자기소개서 작성법', '모의면접' 등 상담 외 다양한 방식의 업무도 이들의 몫이다.

특히 토요일에도 각 단위학교를 찾아가 '충남진학지원단'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 개별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만 해도 2000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노경수 교육연구사와 이명진 교사는 남부센터가 아무리 좋은 내용의 상담을 해 준다고 해도 학교가 중심이고 우선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노 연구사는 "어떤 분들은 학교보다는 저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마다 저희는 기본은 학교가 우선이고,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며 "저희는 그냥 서포트하는 기관일 뿐이다. 학교생활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꼭 인지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사 역시 "이 센터는 컨설팅 기관이 아니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수업을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을지, 또한 목표로 하는 학교진학을 위해 어떤 준비와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를 옆에서 조언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우선 그 학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야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님들도 이곳이 어떤 정답을 드리는 곳으로 여기지 마시고,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곳이라고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끝으로 '학교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의 입시결과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 면에서 학교가 조금더 노력하고 변화했으면 좋겠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여기에서 많은 학부모님들을 만나다 보니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쉽지는 않겠지만, 학교, 그리고 교사들이 조금 더 변화하고 노력해서 학부모님들의 신뢰를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충남교육청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 노경수 교육연구사·이명진 교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학생·학부모 대부분 재방문 원하는 이유는..."
 
a

충남교육청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 이명진 교사(왼쪽)와 노경수 교육연구사.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는 언제 개소했나?
노경수 교육연구사·이명진 교사(아래 노 연구사·이 교사) : "2019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이와 같은 진로진학상담센터가 충남에만 권역별로 5개가 있는데, 다른 시·도는 광역별로 교육청에 한 곳만 있을 뿐이다. 충남처럼 소지역별로 센터가 있는 곳은 없다.

아무래도 소지역별로 상담센터가 있으면, 접근성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 학생들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상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센터를 이용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대부분 만족을 표시하고, 재방문하기 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 상담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노 연구사·이 교사 : "이곳에서는 올해 약 700건 정도의 상담을 진행했다. 아마 충남 각 센터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희는 건수보다는 상담의 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상담하고 있다. 모든 상담대상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상담시간은 정해져 있나?
노 연구사·이 교사 : "일반적으로는 1회 상담에 1시간이 기본이다. 전화상담은 30분. 그러나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보통 2시간은 기본이다. 어떤 때는 3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 시간을 조절하기도 하는데, 입시철이어서 예약이 많을 때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여유가 있으면 만족할 때까지 상담을 하고 있다."

-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상담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노 연구사·이 교사 : "코로나19 때문에 상담이 오히려 늘어났다. 학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상담을 더 많이 신청한다. 특히 지난해 3~4월에는 상담신청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3~4월에 학생들이 집에 있게 되니까 상담이 폭증했다."

- 주로 어떤 내용에 대해서 상담을 하는가?
노 연구사·이 교사 :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상담내용이 조금 다르다. 중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문의, 일반고나 특성화고, 특목고 등의 유형별 장단점 등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는 주요교과 학습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 고등학생들의 상담내용은 무엇인가?
노 연구사·이 교사 : "학년별로 특징이 있다. 1학년은 진로 고민이 많다. 1학기 6월쯤이면 2학년 때 배울 선택과목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상담한다. 또 다른 고민으로는 진로 희망에 따른 교과·비교과 활동계획과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서류평가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고3의 경우에는 당연히 자신의 성적에 따른 학교와 학과선택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아이가 원하는 걸 따랐을 때 결과가 좋다"

- 상담내용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노 연구사 : "인근지역 고3 학생이었는데, 3월에 찾아와 상담을 했다. 상담을 통해 그 학생의 수업계획과 비교과 활동계획을 진로희망학과와 연계해서 수립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학교생활을 했다. 또 그러한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그대로 실제 기록되기도 했다. 학생과 어머니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감사하다'며 일부러 다시 찾아오셔서 인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어머니 말씀이 '아이가 상담을 받고 난 이후 교과별로 계획을 세워서 수업을 듣고, 학교생활을 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그 덕분에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생활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하셨다."

이 교사 : "저 같은 경우에는 아이 때문에 상담하러 오셨다가 2시간 동안 본인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하시며 펑펑 우신 어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자녀가 고1 여학생인데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많이 힘들게 했는가 보다. 남편은 늘 바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가 무섭다고 하셨다. 아이 대입 상담하러 오셨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쭉 하시고서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는데 오늘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속이 후련하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저도 마음이 아팠다. 상담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저희도 함께 그 마음을 느끼며 위로하고, 묵묵히 들어준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고 하신다."

-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노 연구사·이 교사 : "상담을 마치고 나면 문자를 통해 '진로진학상담센터 설문지'가 발송된다. 이용자가 평점을 주거나 리뷰를 남길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만족한다',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안 좋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평균평점도 5점 만점에 4.8을 받았다. 재예약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리뷰나 피드백을 보면 보람을 느끼게 되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 상담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노 연구사·이 교사 : "아무래도 학생과 부모의 의견이 다를 때가 어렵다. 한 사례를 예로 들면, 아이는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싶어 하고, 부모님은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일반고를 진학하라며 의견이 맞섰다. 서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상담하는 내내 대립했다. 그래서 저희로서는 양쪽의 장단점을 잘 설명드리고,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말씀드렸다."

- 끝으로 이 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노 연구사·이 교사 : "저희 센터는 여름이면 고3학생들이 많이 몰린다. 그 시기를 피해서 이용하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리고, 가능하면 겨울방학에 방문해, 다음 학년 수업계획을 세운 뒤 그 계획에 맞춰 학교생활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인데, 아이가 잘하는 것과 희망하는 것이 있을 텐데, 그 두 가지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잘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길게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유리하다. 부모님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잘 캐치해서 그것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 부모님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생각해 달라는 당부를 드린다."
 
a

충남에는 각 권역별로 5개의 진로진학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충남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 #충남교육청 #남부진로진학상담센터 #노경수 #이명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