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꽃'처럼 살아가야 한다

[인터뷰]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타투이스트 연

등록 2020.12.01 14:40수정 2020.12.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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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일상의 큰 변화들로 억눌린 심리에 따른 우울함을 표현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우울감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었고 그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어느 날 SNS에서 예쁜 꽃 그림 하나를 보았다. 그 그림은 타투의 도안이었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꽃을 새겨주는 '꽃 처방'을 하는 연의 작품이었다.
 

타투이스트 연 자신이 작업한 꽃도안을 들고있다. ⓒ 허재연

 
연님은 SNS, 유튜브, 책 출판, 대학원 준비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꿈 많은 타투이스트이다. 연님만의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들어보고자 11월 15일 망원역 근처의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꽃처럼 살아가고 싶어요"
 

연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연예술 기획 일을 하던 직장인이었다. 그녀는 직장생활 중 개인적인 사건으로 인해 우울감이 크게 밀려왔다. 연님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우울증이 심각해졌다. 그때 타투를 받고 위안을 얻어 자신이 직접 타투이스트가 되어보고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타투로 꽃을 새겨 위로와 응원을 전달하는 작업인 '꽃 처방'을 시작한 계기는 그녀가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 때문이다.

"우리는 꽃처럼 살아야 해요. 꽃은 자기가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때문이에요. 장미는 장미대로 살아가고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대로 살아가죠. 꽃들은 굳이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이들의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본받아야 해요."

연님은 이런 꽃의 모습을 본받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살아가야겠다 다짐했다. 그때부터 유독 꽃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런 뜻을 사람들에게까지 전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 '꽃 처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의 작업실에는 상처나 자해의 흉터를 가진 사람들도 찾아온다. 연님은 눈가가 촉촉해지며 그녀가 처음 커버업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타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자신의 자해 흉터를 가리고 싶다고 찾아오신 손님이 있었어요. 타투를 받고 너무 기뻐하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타투가 단순히 개성표현의 수단을 넘어 한 개인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님이 직접 그린 꽃 도안. ⓒ 타투이스트 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연님은 현대의 우울증의 원인을 사회의 과도화된 경쟁 구조와 삭막해지는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요즘 그녀는 청소년들이 우울증과 관련해 타투 문의를 많이 보낸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함을 느꼈다.

청소년은 타투를 받을 수 없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위로의 말밖에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좌절했다. 그래서 연님은 미술치료를 배워 아이들에게 정신적 위로를 제공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연님은 미술치료를 배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인과 다른 나만의 자아를 찾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타인의 시선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이런 우울감에 대해서 더 드러내요. 제가 인터뷰를 하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건 사람들에게 우울증 앓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도 있어요."
 

연님은 우울감이 드는 사람들은 타인의 눈치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쓴다고 한다. 우울감이 깊어지면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자책을 피해야 한다고 한다. 남들은 다 잘 헤쳐나가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고 못난 것 같다는 비교하는 생각이 가장 자신을 망치는 일이다.

사소한 것에서 발견하는 가치

연님은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만의 일상 속 작은 가치들을 발견해 나갔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도 찾지 못해요. 지금 여기 현실에서 찾지 못한 것을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고 해도 나아지는 건 없어요."
 

인생의 모토가 되는 이 말은 자신이 행복해지고 좋아하는 발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님은 길을 잘 못 찾는 이른바 '길치'다. 길을 헤맬 때마다 꽃을 찾는데, 그 꽃들의 사진을 찍고 꽃말을 외우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소한 습관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행복해지려 노력하지 않는 삶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행복하려고 애쓰니까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즐거운 것들을 하면 돼요. 흐름에 따라 시간에 따라 살아가면 되거든요. 불행하지만 않아도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해지려고 애쓰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사세요."
 

사소한 것에서의 만족을 강조하는 연님은 '행복한 삶'이란 '행복해지려 애쓰지 않는 삶'이라고 한다. 끝으로 연님은 자신과 같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상황이 와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가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의 상처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연님. 다른 사람들의 상처까지 보듬어주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녀야말로 진정 '꽃' 같은 사람이 아닐까.
#치유 #우울증 #위로 #타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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