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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을 낮춰라' 기후 조작에 나선 인간

[김해동의 투모로우 - 기후공학 기술 ①]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등록 2020.12.15 08:38수정 2020.12.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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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이대론 지구 온도 상승 못 막는다... 과학자들의 위험한 시도>(http://omn.kr/1ql6f)에서 이어집니다.

현재 가장 유망한 기후공학 기술은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세계적인 기후연구기관인 해들리센터(Hadley Centre)도 참여한 SPICE(The Stratospheric Particle Injection for Climate Engineering) 프로젝트가 있었고 독일·프랑스·노르웨이에서도 유럽과학재단의 지원으로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있었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원리는 대규모 화산 분출 후 지구 기온이 낮아지는 원리와 같다. 화산 폭발로 성층권으로 올라간 아황산가스는 화학 반응을 거쳐 태양광을 반사하는 아황산에어로졸(초미세먼지)이 된다. 이 때문에 지구 평균 온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진다. 실제로 1991년 6월 폭발한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은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VEI) 6에 해당하는 강력한 폭발로 지구 평균온도를 약 0.5℃나 떨어뜨렸다.
 

화산폭발. ⓒ 위키백과 영문판(퍼블릭 도메인)

 
기후공학에서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방식은 화산 분화같이 펄스(pulse) 형태로 일거에 대량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단속적(斷續的)으로 주입한다. 또 한곳에 집중적으로 주입하지 않고 최적 장소를 찾아서 여러 장소에 나누어 주입한다.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입자로는 아황산에어로졸(H₂S, SO₂ 또는 H₂SO₄)과 알루미늄 산화물이 있다.

성층권에 주입하는 에어로졸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입자의 반사 효율과 체류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화산 분화 후의 아황산에어로졸은 유효 반경이 0.4㎛ 내외인데 이것보다 크기가 더 작으면 더 효과적이다. 아황산에어로졸의 전구물질(어떤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되는 물질)인 H₂S, SO₂ 가스를 성층권에 주입하면 에어로졸의 입경이 커져서 효율이 낮아지므로 H₂SO₄를 직접 주입하는 쪽이 효율이 더 높다고 한다.

대기 중 CO₂ 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배로 증가할 때 나타나는 복사강제력(지표가 받는 추가적인 장파복사에너지양)인 3.7W/㎡를 상쇄하려면 매년 아황산가스를 5~10Mt(1Mt는 10의 6제곱t이다) 정도 주입해야 한다. 이 값은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물질로서 연간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총량인 50Mt의 1/5~1/10에 해당한다. 주입하는 데는 비행선이나 비행기, 긴 호스, 총포 등의 비교적 간단한 도구가 필요하다.

실험 효과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의 효과와 영향은 주로 대기대순환모델(GCM)을 이용하여 평가하고 있다. 또 화산 분화 후에 나타났던 기후 변화 사례를 분석하여 그 효과를 유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초창기의 수치 모델 연구에서는 에어로졸 주입을 가정한 실험이 아니라 태양 상수를 감소시키는(지구로 입사하는 태양복사에너지 양을 감소시킴)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했다. 태양 상수란 지구 대기권 바깥에서 태양 광선에 수직인 1㎡의 면적을 상정하였을 때에 그곳을 1초 동안 지나가는 태양복사에너지 양을 말한다. 이 값은 항상 일정한 1360W/㎡의 값이라 태양 상수(solar constant)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학·기후결합모델이 개발되고 발달해 수치모델에 화학물질 자료를 입력하고, 그 효과를 계산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수치모델로 평가된 결과를 항목별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온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방법으로 전 지구 평균 온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기후 변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열대 지역의 기온은 내려가지만 극지방의 기온은 여전히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그 이유는 CO₂의 복사강제력은 공간적으로 거의 균질하지만 지표로 입사하는 태양복사에너지 양은 열대 지역에서 많고 극 지역에서 적기 때문에 성층권 에어로졸이 발휘하는 태양복사에너지 감쇄 효과도 주로 저위도에 나타난다는 사실에 있다.

강수량과 오존층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해 CO₂의 증가로 나타나는 복사강제력보다 지면 도달 태양복사에너지를 더 많이 감소시켜 주면 지표면에서의 순 복사량(지표로 들어오는 복사량 - 지표에서 나가는 복사량)이 감소한다. 그 결과로 지표에서 대기로 나가는 현열(지표가 그 위의 공기를 직접 가열하는 열)과 잠열(물이 수증기로 증발할 때 지표면의 열을 빼앗아 대기로 가는 열)도 줄어든다.

현열보다 잠열의 감소가 훨씬 더 크고 물 순환이 약화된다(증발과 강수량이 모두 감소함). 물 순환 감소 폭도 해상보다 육상에서 훨씬 큰 경향을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계절풍 지대에서 강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성층권에 아황산에어로졸이 증가하면 성층권 오존층 파괴가 촉진되는데 특히 에어로졸의 입경이 작을수록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온다.

기타 영향

로복(Robock, 2009) 등이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효과를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①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가 충분히 줄어들기 전에 기후공학을 도중에 정지하면 그 시점에서 급격하게 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이를 종단문제(terminal problem)라고 한다.

② 산란광이 증가하기 때문에 하늘이 푸른색을 잃고 뿌옇게 변한다.

③ 직접 전달되는 태양광이 감소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집광하는 시설(집광형 태양전지와 태양열 발전)의 출력이 감소한다.

④ 성층권의 혼탁도 증가로 성층권으로 비행하는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⑤ 해양 산성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해양 산성화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를 줄여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기능을 줄인다.

참고로 ①과 ⑤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만이 아니라 모든 SRM(Solar Radiation Management: 태양복사관리를 뜻하는 말로 입사 태양복사에너지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이 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점은 종단 문제이다. 온실기체 농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SRM을 정지하면 복사강제력이 갑자기 큰 양의 값으로 전환되어 그동안 억제했던 기온 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게 된다. 점진적 기온상승보다 일거에 기온이 급상승하는 것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다.

그래서 SRM에만 기대어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한다면 산업화 이후 대기에 축적된 CO₂가 해소될 때까지 수백 년에서 수 천 년에 걸쳐서 이를 지속해야 한다. 즉 국제협력 속에서 SRM을 지속해 가려면 국제사회에 적어도 수백 년 이상 큰 전쟁 없이 평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 이외의 SRM 방법

태평양과 대서양의 아열대 지역에 넓게 분포하는 하층 구름은 지구의 복사강제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그 구름 양을 늘리면 전 지구 평균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 해수를 특수 선박으로 분출시켜서 구름 응결핵(CCN) 역할을 하는 해염 입자를 대기 중에 공급해서 구름이 더 많이 생성되도록 하면 이들 구름으로 인해 알베도(태양 빛에 대한 반사율)가 높아진다(이를 에어로졸의 제1종 간접효과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면 구름의 수명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이를 에어로졸의 제2종 간접효과라고 부른다).

비행기로 CCN을 직접 살포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의 효과를 수치모델로 평가해 보면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에 비해 기온을 낮추는 기능은 낮다. 또 복사강제력을 낮추는 효과도 특정 지역에 편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강수가 줄고 식물생산력이 떨어진다는 결과도 나온다.

기후공학이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각 기술의 효과를 수치모델로 평가해야 하는데 여전히 수치모델 자체에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구름 물리와 에어로졸의 간접효과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낮은 상황이다. 기후공학 적용의 효과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수치모델)를 우선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기후변화 #SRM #기후변화 #식물생산력 #물순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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