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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맞아?" 인적은 없고 고지서만... 참담한 풍경

강원대 후문 상가 가봤더니... 라면집도 오락실도 업종과 관계없이 '임대' 딱지

등록 2020.12.02 09:05수정 2020.12.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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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중간고사가 끝났다. 대면으로 시험을 보는 학과도 있었기에, 학교에서는 시험 기간을 총 3주간 단과대학별로 나눠 진행했다.

자그마치 한 달 동안 '시험'이라는 부담감 속에서 살았던 나는 오랜만에 학교에 가고 싶었다. 새내기는 아니지만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 먹었던 점심이 그리웠고, 낙엽을 밟으며 학교 안 둘레길도 걸어보고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코로나 이전'의 시대가 그리웠던 거다. 사람이 고팠다.
  
지난 11월 22일 오후,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몇 달만인지 모를 등굣길에 가슴이 뛰었다. 춘천으로 오는 길,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동기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먹는 동기들과의 저녁, 무엇을 먹을지 단체방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학생들이 바글바글해야 할 그곳엔 

버스를 타고 도착한 학교 후문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분명 건물은 같은데, 여기저기 '임대'가 붙었다. 한 바퀴 돌아보니 그토록 먹고 싶었던 라면집도, 소중한 추억이 담긴 오락실도, 카페도, 술집도, 업종과 관계없이 문을 닫았다.

학생들로 바글바글해져야 할 포차 골목은 고요한 적막만이 나를 감쌌다. 인적이 드물었던 골목 끝쪽은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한 가게는 제대로 정리도 하지 못한 건지, 먼지 쌓인 입구 틈으로 각종 고지서와 낙엽이 함께 뒹굴었다.
 

고지서가 붙은 라면집 지난 11월 30일, 한 가게 앞.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몇 달째 고지서 여러개가 날아오고 있다. ⓒ 조연수

 
동기들을 만나 찾아간 식당에 손님은 우리를 포함해 단 두 테이블이 전부였다. 저녁 시간이라 붐볐어야 할 식당 안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음식 맛이 변할까 배달을 하지 않는다던 주인아주머니는 결국 배달을 시작하셨다. 돈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맛있는 밥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셨는데, 음식을 먹일 '학생'들이 없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아무도 없는 후문 식당가 지난 11월 30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행인조차 없는 모습이다. ⓒ 조연수

 
무너져버린 대학가, 비단 우리 학교만의 일은 아니다. 3월부터 온라인 개강이 시작됐고, 거의 모든 학교가 아직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대학가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그저 속만 끓이고 있다.

한동안 코로나가 잠잠해졌다 싶었는데, 최근엔 다시 일일 감염자 수가 400명을 넘었다. 대면 수업이란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던 상인들은 또다시 올라간 확진자 수와 방역 단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 지난 11월 30일, 한 가게 앞. 장기화 되어버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임대 현수막이 붙은 모습이다. ⓒ 조연수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들 지난 11월 30일, 한 가게 앞. 학생들이 자주 찾던 코인노래방이지만 역시나 임대 현수막이 걸렸다 ⓒ 조연수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 지난 11월 30일, 한 가게 앞. 장기화 되어버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임대 현수막이 붙은 모습이다. ⓒ 조연수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다'라는 말이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플까.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일 그들이 하루아침에 '버티는 삶'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오직 '거리두기'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아직 학교 문턱도 오지 못한 20학번들, 이번에 새로 입학하는 21학번들에게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대학가를 보여주고 싶다. 더는 그들이 버티지 않도록, 나의 대학 생활 추억을 잃지 않도록. 이 위기의 끝을 향해 모두가 조금만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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