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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딸이 물었다 "아빠, 안 나가면 안 돼?"

[코로나 19 학교 방역기 19] 선생님들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등록 2020.12.01 15:55수정 2020.12.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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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틀 앞두고 방역 '비상'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양천구 영상고등학교에 방역 관계자들이 시험실 소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교시 수업을 마치고 2학년 학년부 교무실에 들어서니 선생님들이 술렁술렁했다. 왜 그러나 들어보니 수능 감독교사로 배정되지 않은 선생님에게 갑자기 수능 감독교사로 배정되었으니 오늘 해당 교로 와서 연수 책자를 가져가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거였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수능 전날 하던 감독교사 연수도 원격으로 한다던데, 연수 책자 찾으러 오라니 이상했다. 더욱이 정식 공문도 아니고, 교감 선생님을 통해서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선생님마다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는 곧 어떤 선생님은 고생하겠다고, 어떤 선생님은 감독교사로 나가면 수능 다음날 쉰다고 위로했다.

2교시를 마치고 나오니 선생님들이 또 술렁술렁했다. 모두 꽤 심각한 얼굴이었다.

"또 뭔데 그래요?"
"방금 교감 선생님께 메시지가 왔는데 내일부터 전 학년 원격 수업하라는 공문이 와서 우리 학교도 내일부터 전체 학년 원격 수업으로 바꾼대요. 갑작스럽게 이렇게 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당장 이번 주 수행 평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져있었다. 특히 등교 수업 중이던 2학년 담당 선생님들은 더했다. 수행평가도 해야 하고, 3주 후에 있을 지필고사도 준비도 해야 하고… 난 뭔 일을 이렇게 급작스럽게 결정하고 추진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공문을 찾아보았다. 경기도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에는 수능 시험 보는 학생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12월 1일부터 12월 4일까지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감독교사는 해당일 동안 재택근무하고, 다른 교직원의 근무는 추후 공지하겠다고 적혀있었다.

공문을 읽고 난 더 화가 났다. 지금 코로나19 상황과 수능이 고3 아이들에게 너무 큰 의미를 갖는 현실을 생각할 때, 공문에 적힌 사항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화가 난 것은 이 조치들을 왜 진즉에 하지 않고 갑자기 하느냐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는 지난주 수요일부터 감염 예방을 위해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었다. 그런데 중학교는 별도의 대책이 없었다. 내 나름대로 중학교는 수능 시험장도 아니고 감독교사 차출도 고등학교만큼 많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늘 갑자기 공문 한 장 보내고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라니… 이건 너무 일방적인 무례한 조치였다.

등교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려면 그것에 맞게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당장 나만 해도 학생회장 선거 계획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사정을 자세히 적어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또 선생님들은 수업 계획을 바꿔야 하고 그에 따라 평가 계획도 바꿔야 한다. 공문 보낸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에, 그러니까 3~4시간 만에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리고 아이들 등교에 맞게 생활을 계획했던 학부모님들이 항의할 텐데…. 생각이 복잡했다.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 선생님에게 "시키면 시키대로 해야지 뭐 교사가 힘이 있나?"라고 말했지만, 화가 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선생님, 전 수행평가 원격으로 해야겠어요."
"왜? 시간이 도저히 안 나와요? 원격으로 하는 게 안 되는 건 아닌데 상당히 조심해서 해야 해요."
"저도 아는데…. 그럼 어떻게 하죠? 1주일에 두 시간 수업하는데 등교 수업 시간만 갖고는 도저히 안 돼요. 그리고 오늘처럼 갑자기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잖아요."
"하긴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니…"
"제가 보기엔 코로나19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하는데 그 과정이 문제인 거 같아요. 내일부터 원격 수업하려고 했으면 아무리 늦어도 지난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엔 공문이 왔어야 해요.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선생님 딸 이번에 수능 보죠? 수험생 감염 예방을 위해서 감독교사만 아니라 선생님 같은 분들도 재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학교장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명할 순 있는데 내가 나서서 말하긴 좀 그래서… 뭔 조치가 있겠지. 그리고 난 학교 방역 담당자라 재택근무한다고 하기도 좀 그래…"


마음이 복잡하던 차에 오후에 <오마이뉴스>에 한 선생님이 쓴 고발(?) 기사를 보았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선생님 중에 부동산이나 주식 계좌만 보면서 시간 보내는 선생님들이 많고, 그런 선생님들이 없어져야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할 것이고 공교육도 바르게 설 것이란 기사였다.

기사를 쓴 선생님의 생각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 선생님이 지적한 대로 분명 학교 현장에 그런 선생님들이 꽤 있고, 그런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의 열정마저도 꺾는 경우도 있다. 단지 토를 단다면, 부동산이나 주식만 보는 분들이 교사 집단의 주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존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흠이나 상처가 있게 마련이다. 그 흠이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그 사람이나 조직의 건강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난 교사 집단이 아직은 그러한 흠과 상처를 치유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아직까진 그 기사를 쓴 선생님 같은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걱정되는 건 혹시 선생님이 쓴 기사가 학부모들에게 교사 집단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비치지 않을까? 그래서 교사에 대한 신뢰를 더 잃게 하는 게 아닐까, 혹시 기사를 쓴 선생님의 진의와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선생님의 사기를 꺾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아내와 고3 딸의 걱정... "아빠 때문에 나 감염되면 안 되잖아" 

여러 가지로 심란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니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내일부터 안 나가지?"
"아니, 나가는데, 왜?"
"수험생 감염 예방 때문에 중학생도 학교 안 간다고 하던데..."
"당신은 어떻게 알았어?"
"○○ 카페 보고 알았지. 갑자기 결정했다고 엄마들 뭐라 하던데… 당신 학교 옆 A학교는 선생님들 대부분이 재택이라고 하던데, 그리고 B학교는 고3 자녀 둔 선생님, 어린 아기 있는 선생님도 재택이라던데… 당신은 나간다고. "
"나도 모르는 걸 당신이 더 빠르게 아네."


언제 나왔는지 초췌한 얼굴로 나온 고3 딸이 말한다.

"아빠, 안 나가면 안 돼? 아빠 때문에 나 감염되면 안 되잖아."
"걱정하지 마. 아빠가 얼마나 조심하는데…"


아내와 딸아이의 걱정을 들으며 밖에 나가서 아무리 조심해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큰데, 아무 배려가 없는 학교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원망하는 마음이 오래 가면 안 될 것 같아 '난 코로나19 학교 방역 담당자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나와야지' 하고 스스로 되었다.

12월 1일 오늘, 학교에 학생은 한 명도 없다. 등교 지도도, 발열 체크도, 마스크 쓰기 지도도, 급식 지도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맞게 학사일정을 바꾸고, 내년도 계획을 짜고, 원격 수업 기술 향상을 위한 연수를 듣고, 학생회장 선거 방법을 협의하고, 원격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혼내기도 하며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선생님들은 말도 안 되는 불만을 떠벌려 분위기를 흐리기도 한다. 하지만 난 대부분 선생님이 주어진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얼떨결에 코로나19 학교 방역 담당을 맡아 1년 가까이 경험한 것이다.

교육당국의 계획성 없는 즉흥적인 조치들이 아닌 선생님들의 노고에 부합하는 준비된, 예측 가능한 조치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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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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