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향한 외침 "우리를 빼고 우리를 말하지 말라"

부산민언련,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집담회 개최

등록 2020.12.02 17:50수정 2020.12.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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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 방송으로 그리고 인터넷으로,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ˑ사고 소식을 접합니다. 다 비슷비슷한 사건ˑ사고처럼 보이지만 가해자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라면 언론의 보도는 달라집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 사건', 올해 있었던 '창녕 아동 학대 사건'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이 사건들은 각각 살인, 방화, 학대로 범죄의 종류가 모두 다릅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기까지는 다양한 원인이 있었을 테지만 위 사건들은 가해자의 특정 정신질환이 사건의 원인인 양 부각돼 제시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평상시 정신장애인을 만나거나 정신장애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요. 그렇기에 언론이 정신장애(인)를 어떻게 보도하는가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언론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도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정신장애인의 활동과 삶을 조명하지 않다가 유독 극악무도한 사건ˑ사고 소식에서만 정신질환을 강조하는 보도행태를 보입니다.

이에 대한 정신장애 당사자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공포, 흉기, 강도'와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와 정신질환이라는 단어가 함께 담긴 기사를 보면서 정신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정신질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우려스러웠다.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무서운 질환으로 생각할 것 같았다. 내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무서움을 느끼고 나를 멀리할 것 같았다. 
- 정신장애 당사자 칼럼 <편견 부추기는 보도 자제해야> 중에서 일부 발췌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은 2019년에 부산지역 언론의 정신장애 관련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진단명을 언급하는 경우, 범죄와 정신질환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경우, 무엇보다 폭력성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해당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올해는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정신장애 당사자와 미디어비평 수업을 통해 미디어 속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 표현과 부정적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 결과를 칼럼으로 작성했습니다. 이어 정신장애인 가족 모임 '가디언즈'와 정신과 전문의, 기자 인터뷰를 통해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에 담겨야 할 목소리들을 반영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찾기> 집담회 현장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언련은 지난 11월 24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찾기' 집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정신장애 관련 보도 모니터링, 당사자 미디어비평 교육 등을 통해 마련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요, 당사자부터 관련 기관, 언론사 그리고 정신장애 보도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민사회, 시의원까지 다양한 토론자와 함께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제언을 모았습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정신장애인 당사자 정영환씨는 정신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애기 위해 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는데요. 그는 정신장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적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낮은 정신질환 진료율과도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고통과 문제, 정영환씨는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개선될 때 우리 또한 정신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송국클럽하우스 유숙 소장은 정신장애인을 이웃으로 만나는 방법을 소개하며 이 역할을 시도한 언론의 보도와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EBS <우리는 조현병 당사자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잠재적 범죄자로서의 조현병 당사자가 아닌 우리 이웃으로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며 언론이 정신장애인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론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만드는 언론 <마인드 포스트> 최정근 감사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를 빼고 우리를 말하지 말라"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정신장애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정신장애인 보도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의 김언경 소장도 토론에 함께했는데요. 김언경 소장은 강력범죄의 원인으로 정신장애를 지목하는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제입원 조치가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정신장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언론이 조장하는 데서 비롯되는 결과라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직 언론인과 시의원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부산지회장 김상진 기자는 현재 정신장애를 자극적으로만 소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에 공감한다고 말했는데요.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사례로 들며,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자살 보도가 변화하는 걸 현장에서 느끼고 있기에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도 제작된다면 부산지역 일선 기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최영아 시의원은 지역사회의 인프라와 인식개선에 대한 발언을 이어주셨는데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며 오늘 보도가이드라인이 제안되는 이 자리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에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지역사회에서의 물리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는 사건ˑ사고 보도에서 언론의 무리한 취재는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 되고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 시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알 권리 속에서도 공익에 준한 것인지 사생활 침해는 아닌지, 불필요한 혐오를 조장하는 건 아닌지를 돌아보는 책임 있는 언론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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