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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예방? 대전시 하천 준설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주장] 자연 회복·복원 위한 하천관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등록 2020.12.07 12:10수정 2020.12.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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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준설중인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시가 하천을 준설 중이다. 대전시는 홍수를 예방한다며, 천의 수목을 제거하거나 준설을 일정하게 진행해왔다. 올해는 54일간의 강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대규모 준설에 나선 것이다. 가장교~수침교, 삼천교~한밭대교, 목척교~한남대교 사이에서 약 6만톤의 하천 준설을 진행 중이다. 대전시는 재해예방을 위한 준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관련기사 : "대전시는 원칙 없는 3대하천 준설 즉각 중단하라").

지난 여름철 집중 강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번 준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런 준설이 진정 홍수예방의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효과는 없다. 하천에 설치된 대규모 횡단 시설물 때문이다. 보, 낙차공, 여울, 징검다리, 교각보호공 등의 다양한 시설물들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준설을 진행하더라도 물의 흐름이 개선되지 못한다. 준설과 관계없이 횡단구조물이 수위를 높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이미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준설을 매년 수억 원~수십억 원을 들여가며 준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준설에만 들어가는 예산이 약 10억 원에 이른다. 준설구간 하류에 위치한 수십여 개의 횡단구조물이 철거가 오히려 필요한 상황이다. 건설목적이 상실된 구조물의 철거를 우선 진행해야 하지만, 이런 조치 없는 준설은 예산 낭비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보 철거를 우선 실시해야 하지만 대전시는 하천에 설치된 수십여개의 횡단구조물 위치와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준설이 아니라 이런 구조물에 대한 조사와 평가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긴급복구 필요한 곳부터 우선 작업해야
 

유등천에서 준설중인 모습 ⓒ 이경호

 
더욱이 문제인 것은 사업을 진행 중인 3개의 구간은 이번 여름 장마에 피해가 일어난 구간이 아니며 수위조차 측정하지 못했다. 대전천과 유등천의 수위가 확인되는 지점은 복수교와 인창교로 사업 지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지점이다. 이 지점의 홍수위를 가지고 준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 성설이다. 

특히 삼천교와 한밭대교 구간은 하폭이 갑자기 넓어지는 지역으로 홍수로 인한 피해 발생이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은 지역이다. 굳이 준설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금강홍수통제소의 올여름 강우 수위를 확인하면 긴급 준설이 필요한 지역은 원촌교(여유고 -0.02)와 만년교(여유고 0.6)지만 이번 준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여유고를 위협하거나 넘친 곳은 두 지점이다.

이곳은 2021년 환경부사업을 시행하기 때문에 유등천과 대전천 구간을 우선 준설한다는 것이 대전시의 입장이다. 필자에게는 굳이 준설할 필요가 없는 곳을 비용을 쓰기 위해 사업을 시행한다는 말로 들린다. 앞서 위험한 지역인지 확인이 안 된 곳을 임의적으로 준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경부 사업이 아직 확정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긴급복구가 필요한 원촌교와 만년교의 사업 확정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산을 남겨 놓아야 했다. 
 

2020년 여름 강우에 따른 홍수위 ⓒ 이경호

 
최소한 준설을 위해서는 이번 집중호우에 실제 얼만큼 위험성이 있었는지 과학적 데이터인 수위라도 평가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런 자료도 없이 하천기본계획에 맞추어 준설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전시는 수리수문을 조사해 준설구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으나, 확인결과 실제 수리수문 조사를 하지 않았다.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채 임의적으로 구간을 설정한 것이다. 

하천 하도특성, 우수량, 수문자료 등의 측정이 있어야 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구간에 토사량을 산정하고 개선시 효과 등을 분석했어야 한다. 대전시는 하천기본계획대로 하천을 관리한다는 입장인데, 하천 상황이 세월에 따라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오래전에 수립된 기본계획을 고수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도룡동에 설치된 대규모 보 ⓒ 이경호

 
하천관리의 자연성 유지에 더 초첨을 맞추어 진행하는 시대적 흐름과도 역행하는 일이다. 실제로 준설되는 토사는 강우시 더쌓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물의 흐름과 함께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홍수시에 큰 지장이 있지 않다. 

홍수에 대한 대비책으로 하천만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에 강우배제시스템이나 도시의 투수시스템 등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공동화되고 있는 도심에 크고작은 홍수터 등을 마련하거나 하폭을 확보하는 형태로 하천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

더 충격적인 것은 하천 둔치(고수부지)에 물이 넘치는 않게 하기 위한 친수공간 확보 차원이라는 해명이다. 둔치는 1년에 1~2회는 물에 잠기는 곳이기 때문에 물이 넘치지 않게 관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하상계수는 200이다. 물이 아주 없을 때와 가장 많을 때의 차이가 200배라는 의미이다. 평균 강우량이 약 300ml인 우리나라의 비는 약 60~80%가 여름철에 집중해 내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물이 없음에도 제방은 높이고 둔치를 조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수는 제방을 넘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되는 일이다. 둔치는 일상적으로 물이 담기는 구간으로 설계된 곳이다. 대전시가 주장하는 대로 친수공간의 유지를 위해 준설을 한다면, 최소 현재 저수로 구간에 200배 이상 준설이 필요하다. 최소 제방높이 이상을 준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하천에 설치된 교각과 관로 등 모든 시설들의 안전성을 위협하게 된다. 둔치에 물이 넘치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친수공간을 위해 하천을 관리하겠다는 대전시를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에게는 진짜 '친수공간'이 필요하다
 

자연형 하천의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백번 양보해서 친수공간 유지가 필요하다고 치자. 친수공간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의미도 다르다. 단순히 공원의 기능을 가진 하천이 중요하지는 않다. 공원의 기능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만들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천의 친수공간은 전혀 다른 의미이다. 단순한 공원의 기능이 아니다. 산책과 운동을 하는 공간이라면 공원과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천은 친수기능은 실제로 물을 접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실제 하천의 수질관리와 자연성 관리가 필요하다. 모래톱을 유지해 실제 물이 정화되는 과정과 생물들을 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하며, 여름철 강수욕이 가능해야 한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다. 실제 도룡동에서 과거 물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현재는 대규모 일반적 공원의 기능을 친수기능이라며 이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런 기능 자체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하천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도룡동에서 물고기 잡는 아이들 ⓒ 대전환경운동연합

 
새로운 개념의 하천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전시는 과거 구시대적인 관리를 고집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이미 준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대전시에 전달했으나, 사업을 강행했다. 대전시도 이미 하천에 대한 페러다임이 변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행정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하천 준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더 걱정인 것은 최근 그린뉴딜이라며 발표한 대전시의 하천개발 계획이다. 대규모 개발이 강행된다면 대전의 하천은 이제 인공의 모습만 남게 될 것이다. 댐과 보를 철거하고 자연성을 회복해 실제 하천의 친수기능을 회복하는 세계적인 그린뉴딜의 흐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계획이다.

하천은 이제 개발을 넘어 자연의 회복과 복원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의 행태의 답습을 중단하고, 생태를 유지하는 하천관리 페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대전에서 유일한 자연하천 구간 월평공원의 과거모습 ⓒ 이경호

#3대하천 #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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