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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커플은 이 '나무' 하나 보러 부여에 간다

[우리 동네 신혼 여행] 레트로 감성 관광지부터 '사랑나무'까지... '신행'으로 딱입니다

등록 2020.12.13 19:21수정 2020.12.1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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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비행기 타기 어려워진 요즘, 해외 대신 국내 신혼여행지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신혼부부들에게 자랑스레 소개하고픈, 우리 동네의 멋진 풍경과 즐길거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롯데 아울렛의 밤 풍경. ⓒ 오창경

 
전염병의 재확산으로 결혼식을 취소할 수도 없고 신혼여행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생애 최대의 난제가 닥쳤다. 당장 내게 닥친 일이 아니지만 걱정이 앞선다. 신혼부부들이 몰려다니는 유명 휴양지로 떠나는 일은 이제 무모해졌다. 그럼에도 결혼식은 지속돼야 하고 신혼여행도 떠나야 한다. 

신혼여행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깊게 새겨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평생에 단 한 번'이라는 말로 과소비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전염병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신혼여행이 필요하다. 감염병 유행을 계기로 '신혼여행은 해외의 휴양지로 가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실속 있고 의미 있는 국내 여행지로 떠나보면 어떨까. 
 
여행 초보자들에게는 전문 여행사의 스케줄이 없이 다니는 여행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의 시기에 무방비하게 내던져졌지만, 이를 기회 삼아 좀 더 자기 주도적인 여행 계획을 짜보면 것도 좋겠다. 코로나를 피해 다니는 여행을 직접 기획해보면 보람 있을 것이다. 

우리 엄마·아빠가 갔던 그 '핫플'

내가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우리 고장 부여다. 1960~1970년대 부여는 경주와 함께 힙한 신혼여행지였다. 당시 부여에는 색동저고리와 양복을 갖춰 입은 신혼부부들이 백마강에서 나룻배를 타고 낙화암과 고란사, 박물관을 구경 다니는 풍경이 흔했다.

반세기 전의 신혼여행 풍속도를 즐겨보는 레트로 신혼여행지로 좋다. 부여는 과거 신혼부부의 핫 플레이스와 Z세대의 신혼여행 핫 플레이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부모님의 신혼여행지를 자녀가 다시 가보는 콘셉트로 부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백마강을 헤엄치는 수륙양용 버스를 타고 부여 시티를 투여를 떠나보자. ⓒ 부여군청

 
유구한 백마강과 낙화암, 고란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마강엔 나룻배 대신에 수륙양용 버스가 다닌다. 부여 시티투어를 책임지는 수륙양용버스이다. 부여의 대표적 여행지는 이 버스가 다 안내해 준다. 수륙양용 버스가 처음 백마강에 선보인 날에는 버스가 강에 빠졌다는 신고가 들어올 만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최근에는 백마강변 구드래 둔치를 날아오르는 열기구까지 생겨 부여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고 한다.
 
일단 부여는 4구체 향가인 '서동요'와 함께 전해 내려오는 백제 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인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배경으로 깔리는 곳이다. 삼국시대 판 국제적인 스캔들의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을 맞았고, 행복하고 모범적인 결혼 생활을 한 부부로 역사에 남았다.

부여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성흥산 사랑나무'에 들르는 게 필수 코스이다. 1년 내내 젊은 친구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는 인생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다. 사랑나무 아래 포토존에서 각자 사진을 찍고 좌우를 합치면 하트 모양이 생긴다.

사랑나무가 있는 성흥산성에 펼쳐진 막힘이 없는 풍광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새로 시작하는 예비부부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성흥산성 정상에 서서 꽃길만 걸을 날들을 기원해보자.
 

성흥산 사랑나무. 부여군청 성흥 사랑나무의 낭만적인 사진 ⓒ 오창경

 
관광객들은 모르는 하나의 꿀팁을 알려주자면, 성흥산에 있는 3대 거목들도 찾아보면 좋다. 이왕 성흥산에 왔으면 그 3대 거목을 다 봐야 시간의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 사랑나무가 있는 성흥산성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임천면 행정복지센터가 있다. 운전하며 지나가면 잘 보이지 않는다. 행정복지센터 앞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서면 세월의 무게를 안고 있는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가 보인다. '임천 관아터의 수령 320여 년 소나무'다.
 

임천 관아터 소나무 수령 320여년의 고고한 소나무의 자태. ⓒ 오창경

 

대조사 미륵불과 소나무 미륵불과 소나무는 커플같은 세월을 살고 있다 ⓒ 오창경

 
그리고 또 한 그루가 있다. 성흥산성으로 올라가는 길목, 대조사 미륵불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 소나무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조사는 미륵불로 유명하지만, 오랜 세월 미륵불의 수호령처럼 살아온 소나무의 자태도 놓치면 안 된다. 미륵불과 소나무는 잘 어울리는 커플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 살고 있는 중이다. 

임천 관아터 소나무와 대조사 미륵불 소나무는 사랑나무와 연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사람보다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나무에게서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모질고도 찬란한 세월을 함께 가야 하는 예비부부들에게 말없는 가르침을 주는 나무들이다.

현지인만 아는 한적한 스팟, 바로 여기 

부여군 임천면 성흥산성에서 3대 거목을 찾아보았다면, 탐험가의 심정으로 옆 동네인 충화면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충화면은 부여군에서 가장 작은 면 단위이며 오지에 속한다. 인구도 제일 적어서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데 그런 곳에 숨어 있는, 한적한 관광 명소가 있다.

2006년 SBS에서 드라마 <서동요>를 방영하면서 이 작은 시골 마을에 교통 체증이 생기는 이변이 일어났다. <서동요>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서더니 백제 시대, 조선 시대 사람들이 타임슬립한 것처럼 나타났다. 그 옛 사람들은 한류 스타이기도 했고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했다.

충화면에 드라마 세트장이 생기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의 축소판 같은 아름다운 물바위 풍경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더 지난 후에는 드라마 세트장과 물바위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서동요 출렁다리까지 생겼다. 
 

서동요 출렁다리 전설과 역사가 교차하는 서동요 출렁다리 ⓒ 오창경

 
서동요 출렁다리는 규모로 승부를 건 다른 지자체들의 출렁다리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서동요 출렁다리는 일체의 꾸밈을 생략하고 부여의 시그니처인 금동대향로를 형상화한 기둥으로만 연결했다.

신혼부부가 손을 잡고 걸으며 삼국시대 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서동과 선화공주의 해피엔딩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딱 알맞은 길이의 다리다.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호젓한 둘레길도 있어서 전염병으로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원주민이며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아는 팁이 한 가지 더 있다. 서동요 출렁다리 근처 가화리 용동 마을에는 조선 왕조의 왕기가 서린 태봉이 있다. 조선 현종의 딸인 명혜, 명안 공주의 태를 묻은 태봉이 있던 곳이다.

현종대왕은 숙종의 아버지이며 조선 왕조에서 후궁을 두지 않고 일부일처를 유지했던 유일한 왕이었다. 신혼부부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선왕조에서 유일무이한 애처가 왕이었다. 그 왕이 낳은 두 공주의 태를 안장한 태봉이 출렁다리 중간쯤에서 보인다. 거기서 태봉을 바라보며 왕가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둘만의 의식을 치르면 어떨까. 왕조가 사라진 21세기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기운을 받아갈 수가 있다. 특히 2세를 희망하는 신혼부부가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궁남지 야경 용을 품고 있다는 포룡정. 야경의 절정을 보여주는 궁남지 ⓒ 오창경

 
부여 서동 공원 궁남지는 해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연꽃이 피고 축제도 유명한 곳이다. 부여를 찾는 관광객들은 꼭 들러서 가는 곳이다. 궁남지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곳이다. 오솔길마다 등을 달아서 낭만적인 밤과 야경에 가슴이 설렌다.  

청사초롱을 밝힌 것 같은 길을 따라 산책하며 허니문의 밤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궁남지 한가운데 떠 있는 용을 품고 있는 정자라는 뜻의 '포룡정'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동양화 같은 야경은 홍콩의 야경과 다른 담백한 맛이 있다.

부여에서 신혼여행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부여는 작은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들에게 알맞은 신혼여행지이다. 화려한 볼거리들로 채워진 여행지가 아니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의미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여행지였으면 좋겠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부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면 좋겠다. 전염병 대유행의 시기이지만, 조심스레 부여로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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