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눈에 띄지 않는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김완 지음 책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등록 2020.12.07 08:22수정 2020.12.07 10:43
0
원고료로 응원
우리 주변에 타인의 죽음을 목격한 경험이 사람이 많을까? 나의 경우, 주거 시설이 열악한 쪽방 의료지원을 하면서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분들은 많이 봤지만 눈 앞에서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일은 없었다.

간접적이지만, 함께 활동을 공유하는 쪽방 상담소 팀장님이 개인적으로 주민분이 소천하셨다는 소식과 그 현장을 공유해 주시곤 했다. 사진을 통해서도 열악한 환경과 극단적인 선택 그리고 고독과 고립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을 청소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사람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책 <죽은자의 집 청소>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직업은 특수청소부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집을 청소하기도 하며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 곳을 청소하기도 한다. 
 

지은이:김완 출판사:김영사 ⓒ 김영사

 
그가 시를 썼던 사람이라 그런 걸까. 그는 특수청소부인 자신이 맞닥뜨린 죽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후각적으로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책에서 언급된 모든 죽음의 흔적들이 작가만의 시적 표현과 만나 좀 더 밀도 있게 몰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죽음에 대한 청소를 의뢰받는 에피소드에서는, 작가가 그 죽음의 공간에 입장 하기 전, 사체나 죽음의 흔적을 맞닥뜨렸을 때, 그리고 청소 이후의 모습과 자신이 투영한 감정들을 모조리 드러낸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인 그가 목격한 죽음들에 중독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몇 번 보아도 절대 적응될 것 같지 않은 광경을 매번 목격하는 그가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곳곳에 감추어진 죽음들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알면 다 빠져나가요. 절대로 그 건물에 사는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됩니다."

청소부인 그가 맞닥뜨리는 죽음들은 대체로 고독한 죽음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죽음은 오히려 불쾌하기도 하며 재수 없는 일로 비추어 지기도 한다.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것 같다. 때때로 부유한 자가 혼자 살다가 자살하는 일도 있지만...(중략)..이른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적이 없다."

특히 이렇게 감추어진 죽음들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거나 방임과 방치의 환경에 놓여져 있었다. 
 
"죽은 고양이가요? 살아있는 고양이가요?"
"아 죽은 고양이요"
"그럼 살아있는 고양이는 몇 마린가요?"
"몰라요. 한 마리, 아니면 두 마리? 세 마리가 넘을지도 몰라요."

고양이를 키우는 그가 케이지 안에 방치되어 죽은 10마리의 고양이를 청소하는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다. 더욱이,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의 침대는 아주 깨끗한 성소와 같은 반면 죽은 고양이 사체 더미 옆에는 탈취제 여러 통만이 나뒹굴고 있었다고 한다. 생명에 죽음까지도 이토록 매정한 광경들을 한두 번도 아닌 매번 목격하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그의 마음에 죽음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들어설 법도 한데, 그가 써내린 글에서는 그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하고 추모한다. 오랫동안 병을 앓다가 혼자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남기고 간 사람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도 동생을 대신한 듯 글을 책에다가 남기기도 했다. 
 
"그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이 사실 하나만은 당신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모자라고 부끄러운 글월을 부칩니다." 

게다가 특별한 사례가 하나 있다면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 여성을 경철과 협조하여 가까스로 말린 것이다. 자살 이전에 우연히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놓치지 않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여성의 손을 잡아끈 작가는 죽음들 사이에서도 절대 무감각해질 수 없는 생(生)의 힘을 믿은 것 이 아닐까 싶다.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지 않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는 힘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힘들다고만 말하기에는 뭔가 즐거운 점이 있다고. 그래서 매번 이런 모호하기 짝이 없는 답변을 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죄책감이 내가 발을 디디고 선 땅이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이 특별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특수청소부라는 것이 타인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죄책감의 땅 위에서 생존해야 하므로, 자신의 발 밑에 남겨진 특별함이라는 부질없는 조각을 줍기보다 그 땅에 남긴 자신의 발자국을 오히려 지우고 싶어한다.


특수 청소부가 가지는 보람
 
"살아있는 자라면 필연적으로 코를 막고 기피하는 것을 요령껏 없애고, 서랍과 장롱, 수납장에 오랜 세월 고이 잠들어 있던 온갖 잡동사니와 옷가지를 끄집어내 집에서 탈출시키는 것. 그것이 나에겐 즐겁고 매력적이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힘들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작가는 오로지 그만이 거머쥘 수 있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일종의 보람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가 매 순간 느낀 마음의 아픔들은 제 명에 살기위해 배우게 된 피아노의 건반들이 돌보아 준다.
 
"나는 슬픔을 느끼고, 또 꿈들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 선명합니다."

존 레넌의 'oh my love'를 건반으로 옮기며 슬픔을 흘려보내고, 복잡한 생각이 드는 밤이면 이렇게 자신을 위로해주는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애틋하면서도 특별하다. 애초에 그가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지 궁금함을 느낀 내가 조금 부끄러워질 정도로.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은이),
김영사, 2020


#특수청소부 #하드웍스 #죽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