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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프로골퍼 현은지 "날 지키기 위해 은퇴 결심"

[인터뷰] 프로선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찾은 현은지 전 프로골퍼

20.12.08 11:57최종업데이트21.05.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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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5월 6일 오전 8시 57분]
 

▲ 현은지 전 프로골퍼 그녀는 현재 제주도의 골프 연습장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 이윤호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 매년 수 천명의 프로지망생들이 KLPGA 정회원 입회에 도전한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입회한 프로골퍼 현은지(25)씨는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낸 유망주였다.

8년 동안 프로선수 활동을 한 그녀는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와 수입에 대한 불안정으로 올해 초 은퇴를 결심하며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지난달 21일 제2의 인생을 찾아나선 그녀를 제주도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만났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올해 초까지 프로선수로 활동한 골프선수 현은지입니다. 지금은 제주도 골프 연습장에서 강사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예전부터 아버지는 '아이를 낳으면 골프선수를 시키야지'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빠보다 제가 체력이나 신체 밸런스가 좋아서 운동을 시킨 것 같아요. 골프 연습장에 갈 때마다 과자를 사준다는 아버지 말에 넘어간 게 결정적이었죠."
 
-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중학교 이후에는 학교를 거의 못 다녔어요.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기 보다는 운동에 올인한 거죠. 아쉬운 점은 같이 선수 활동을 했던 친구들 외에 학창시절 친구들이 없다는 것이에요."
 
- 선수시절 아쉬웠던 순간이나 돌이키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승을 못 한게 가장 아쉽습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과만 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선수생활을 했어요. 다시 선수로 돌아간다면 마음가짐을 여유롭게 하고 싶습니다."

프로활동 기간, 캐디일을 봐주시는 아버지와 함께 대회에 참여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녀는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 그때가 더욱 생각나는 것 같아요. 당시 제게 잔소리도 많이 하셨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마저 그리워지네요"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캐디일을 도와준 것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됐다는 그녀의 말처럼 골프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150여명이 참가하는 KLPGA 투어 상금랭킹 60위권 아래의 선수들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은퇴의 기로에 선다.
 
- 이른 나이에 은퇴한 이유는 뭔가요?
"프로 골퍼 생활을 하려면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상위권 선수들은 상금 규모가 커 부담이 적지만, 컷오프를 하거나 하위권을 기록한 선수들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7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지만, 수입 불안정으로 스트레스도 받고 체력과 정신력도 약해져 은퇴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 금전적인 문제로 은퇴하는 선수도 있나요?
"1부 투어 60위권 선수 상금이 대략 8천만원 정도 됩니다. 그 밑으로는 수익보다 지출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부족한 비용은 광고, 스폰서(기업팀), 레슨비 등으로 채우는 선수들도 있고, 버티다가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지원 해주시는 부분이 컸습니다."
 

▲ 샷을 하고 있는 현은지 선수 그녀는 현재 제주도 킹스골프클럽에서 강사일을 하고 있다. ⓒ 이윤호


 
- 프로생활 중 고정 지출비는 어느 정도 되나요?
"연간 8천만원 정도 사용됩니다. 골프라는 종목은 부수적인 비용이 많습니다. 시합 참여를 위한 경비 2천만원(시합당 200만원), 캐디 고용비 4천만원(시합당 120만원), 실력 향상을 위해 개인레슨 및 연습장비 2천만원 등과 추가적으로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을 생각하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은퇴 후 공백기 없이 강사일을 시작한 그녀는 "골프가 예민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는데, 조금은 유하게 골프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적합한 스포츠가 골프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프로골퍼를 지망한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제 경우 주니어 시절 매달 200만 원 이상 지출이 있었고, 프로 입회 후에는 클럽 구입, 기타 용품구입, 레슨비, 연습장 이용료, 시합 경비, 캐디 고용료 등 매년 6~7천만 원 정도 고정 지출이 있었습니다. 레저 스포츠의 경우 골프 클럽, 레슨비, 필드·연습장 이용료 등 초기비용만 지출하시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 본인만의 노하우나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골프는 유연성과 근력이 필요해요. 일반 아마추어분들은 유연성이 부족하니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칭만 잘 해도 실력이 자동으로 늘어요. 스윙 기술은 기본기만 잘 잡으면 90타 정도는 칠 수 있습니다."
 
- 슬럼프나 스트레스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운동을 하거나 매운 음식을 먹어요. 땀을 빼면 안 좋은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부러 땀을 뺍니다. 긍정적인 생각도 중요해요. 힘든 생각을 하면 끊임없이 그곳에 빠져들게 되니깐,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후배 혹은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세계적으로 한국골프, 특히 여자골퍼들에 대한 대우가 정말 좋아요. 박세리, 신지애, 유소연 선수와 같이 세계랭킹 1위 선수들도 배출하고 있고요. 자신이 정말 재능있고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프로입회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골프는 안 될 때도 그것 만의 매력이 있고 잘 하고 싶은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나태해지지 않으면 결과도 따라오게 되죠."

- 마지막으로 인간 현은지에 대해 말해주세요,
"저는 I Love my self 라는 말을 좋아해요. 스스로 자꾸 칭찬해주고 사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보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더 중요하니깐, 자신만의 기준에 맞춰서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에 위치한 해안골프클럽에서 강사일을 시작한 그녀는 "프로 선수 시절 우승을 못 한 건 아쉽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재밌고 보람되 힘들다는 생각을 잊고 지냅니다"라며 "경력이 쌓이면 전문적으로 골프를 배우고 싶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강의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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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기자를 지망하는 시민기자 이윤호 입니다. "99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99개의 옐로우 저널보다 한 개의 신뢰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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