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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유포자, 내년부터 최대 징역 29년 3개월

양형기준안, 일부 수정됐지만 수차례 지적받은 '가해자 감경인자'는 그대로 유지

등록 2020.12.08 11:12수정 2020.12.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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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0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이 최종 확정됐다. 8일 양형위는 지난 7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주최한 제 106차 전체회의에서 기준안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4일에 나온 양형기준 초안의 형량과 대체적인 틀은 유지됐지만, 기준안에 해당하는 세부적인 내용이 수정됐다(관련 기사 :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첫 공개... "상습범,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 

예컨대 피해자다움을 규정할 우려가 있는 문구는 삭제됐으며, 피고인이 자수·내부고발 등 추후 수사에 협조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이를 특별감경인자로 반영하도록 했다. 피고인이 범행 후 피해자에게 '상당 금액을 공탁'하는 행위는 초안과 마찬가지로 감경인자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정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했거나 죄질 나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래 성착취물) 제작 범죄를 두 건 이상 저지른 피고인에게 최소 10년 6개월, 최대 29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기존 안은 유지됐다. 이번에 확정 의결된 양형기준은 내년(2021년) 1월 1일 이후 공소제기된 범죄부터 적용된다.

2차 피해 야기할 우려 있는 내용 삭제돼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기존 항목에서 삭제된 내용이다. 지난 9월 14일자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는 '자살, 자살시도, 가정파탄, 학업중단, 실직 등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가중 양형인자로 분류해 놨는데, 이 내용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최종 의결됐다. 

초안에 대한 지적은 11월 2일에 열린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나왔다. 당시 지정토론자였던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양형기준안에) 자살·자살시도라고 구체적으로 명기돼있을 때 피해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입증하기 위해 자살 혹은 자살시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해자들을 너무나 처벌하고 싶은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중략) 때문에 해당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해당 문항을 삭제한 양형위는 "극단적인 예시를 제외했다"면서 "(이 항목이) 피해에 따른 고통을 강요하거나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여지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상당 금액 공탁'을 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양형요소로 보고, 이를 감경인자에서 제외하는 기존 안은 그대로 확정됐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5개 범죄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공탁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이뤄내지 못 했을 경우, 가해자가 법원에 낸 금액을 양형요소로 고려한다는 의미다. 다수 범죄에 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이러한 행위가 양형요소로 포함돼있다. 

이날 양형위는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자수·내부 고발을 하는 등, 추후 수사에 협조했을 경우 이를 특별감경인자 또는 일반감경인자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의 조직적 범행을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수차례 지적된 '특별감경인자' 개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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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0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지난 공청회에서 수차례 지적됐던 내용은 유지됐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 피고인이 제작·수입된 성착취물을 유포되기 전에 즉시 삭제하거나 폐기하고 유포된 성착취물을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회수한 경우 이를 '특별 감경인자'로 고려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11월 2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다수의 지정토론자들이 해당 문항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당시 서승희 대표는 "삭제·폐기 행위는 증거인멸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내용이 양형기준에 포함되면 불법촬영 이후 증거인멸을 위해 삭제·폐기하는 가해자들 모두 감형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날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폐기한 경우만이 실질적 조치에 상응한다"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유포 이후에는 사실상 완전 삭제·폐기가 어렵고 또 그 여부를 검증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양형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양형위는 최종 의결된 양형기준안에 대해 "양형인자를 개선해 디지털 성범죄 적발 및 근절을 돕고, 피해자 고통에 더욱 공감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산안법, 양형기준 설정범위 확대

한편, 이날 양형위 전체 회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범죄(아래 산안법)' 양형기준안의 설정 범위와 유형분류, 명칭 심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양형위는 "고용노동부 의견을 대체로 받아들여 산안법 범죄를 과실치사상 범죄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대유형으로 분류하고, 범죄군 명칭 역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 범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관련 양형기준 설정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의무위반 치사만 양형기준으로 설정됐는데, 여기에 사망자가 현장실습생인 경우·사업주 및 도급인이 5년 내 재범시 가중처벌 등의 규정을 모두 포괄하도록 논의됐다. 

양형위는 "내년 1월 11일 제 107차 전체회의에서 (산안법) 양형기준안을 도출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대법원 #양형위원회 #N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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