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난무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논란... 서울교육청 "의견 다시 듣겠다"

등록 2020.12.08 17:56수정 2020.12.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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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을 두고 찬반 갈등이 벌어지던 경원중학교 사태와 관련, 7일 밤 11시를 넘겨 경원중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이 서명한 합의문이 경원중학교 입구 앞에서 발표됐다. 경원중학교 입구에는 학부모 100여명이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 철회을 요구하며 집단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합의문 발표로 일단 경원중학교 사태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도 학부모들의 의견을 다시 듣겠다는 입장이다. 이때 반대 여론이 높을 경우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는 ▲경원중학교는 마을결합혁신학교에 대하여 학부모의 의사 결정이 있는 경우 추진하지 않기로 한다 ▲경원중학교는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의견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추후 진행될 경원중학교의 마을결합혁신학교와 관련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2년간 마을결합중점학교 운영한 경원중학교, 절차상 하자 없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월 27일 서초구 소재 경원중학교를 마을결합혁신학교로 지정했다. 마을결합혁신학교는 2019년부터 2년간 시범 운영한 마을결합중점학교를 발전적으로 확대한 모델로, 경원중학교도 2년간 이 마을결합중점학교로 운영되면서 별도 예산 3천만원을 지원받아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체험학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을결합혁신학교 모델이란? ▲교실에서의 배움을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실천적 교육 ▲학생의 삶과 주변에서 교육의 소재를 찾는 현상기반형 교육 ▲학교를 넘어 지역(마을)과 소통하는 교육 ⓒ 서울시교육청

 
마을결합혁신학교는 ▲교실에서의 배움을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실천적 교육 ▲학생의 삶과 주변에서 교육의 소재를 찾는 현상기반형 교육 ▲학교를 넘어 지역(마을)과 소통하는 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와 마을, 유관기관과 협력체제도 구축한다. 예산도 기존 3천만원에서 7천7백만원으로 확대, 교원 연수와 마을교육활동 지원 코디네이터 채용 등 학생들을 위한 곳에 쓰이게 될 예정이었다.

경원중학교는 이를 위해 지난 8과 9월에 걸쳐 학부모회장단 간담회, 학부모 온라인 설명회,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사 80.6%, 학부모 69.7%가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마을결합형중점학교였던 이 학교가 혁신학교라는 이름표를 바꿔달려 하자 갑자기 절차상 하자가 있고 공청회도 거치지 않았다며 이를 반대하는 주민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코로나 정국에서 집단 공청회를 할 수 없는 상황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도 '학부모를 속였다'는 억지 주장이 나돌기 시작한 것.


이 주장은 왜곡된 가짜뉴스로 확대된다. 혁신학교가 되면 시험도 안 보고 학력도 저하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실상은 혁신학교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실제 부동산 카페등에서 잠원동 일대 집값이 떨어지니 결사 반대해야 한다는 집단행동과 소송을 부추기는 글들이 올라왔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등에서 퍼진 경원중학교 마을결합혁신학교 철회 요청 글들 ⓒ 이영일


이런 분위기는 학교와 교장을 상대로 한 심각한 저주와 협박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교장의 집 주소가 공개되어 돌고 실명을 명시한 '정◯◯,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라는 섬뜩한 현수막이 학교 코앞에 걸려 주민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여과없이 노출됐다. 학교 담벼락에는 '결사반대 투쟁'이라는 글씨가 적힌 띠들이 빼곡하게 붙기도 했다. 이러한 심각한 협박과 위협적 분위기는 이미 마을결합혁신학교에 찬성한 학부모들에게도 불안과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경원중학교 바로 앞 담벼락에 부착된 학교장 저주 문구가 적힌 현수막. ⓒ 이영일

  
집단행동에 참가한 시위대는 정문과 후문을 봉쇄하고 교사들의 차량을 막고 퇴근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출퇴근하는 교사들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등 공포 분위기도 연출했다. 교사들은 호소문을 내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보호를 요청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관련기사 : 경원중 교직원 호소문 "신변 위협 느껴, 보호해 달라" http://omn.kr/1qvoy)

이에 대해 서울교사노동조합,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8일 오후 공동성명을 내고 ▲경원중학교 교사 감금사태의 진사규명을 통해 배후 세력을 철저히 밝혀내고 책임자 고발 조치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을 방조하고 각종 불법 현수막을 방치한 서초구청 관계자와 경찰서 관계자 엄중 처벌 ▲학교와 교직원 보호 및 재발 방지대책 수립 발표를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편견으로 왜곡된 마을결합혁신학교

일단 합의문 발표로 경원중학교 부근은 잠잠해진 상태지만 학교 교직원들이나 서울시교육청, 이 마을결합혁신학교가 어떤 모델인지 아는 학부모나 관련 기관들은 어처구니 없고 참담하다는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라며 집단행동을 하면서 정작 주민과 학부모,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아이들의 개성과 꿈을 키우겠다는 마을결합혁신학교는 명칭이 혁신학교이니 "필요없다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이들의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들이 지난 며칠간 보인 저주와 위협적 행동은 과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었을까?
 
#경원중학교 #마을결합혁신학교 #혁신학교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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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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