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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열자... 13년 만에 가창오리가 돌아왔다

국제멸종위기종 가창오리의 반가운 등장, 세종보 해체해야 하는 생태적 이유

등록 2020.12.09 11:00수정 2020.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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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원안이 가창오리다. ⓒ 이경호


2007년 이후 가창오리는 세종시 금강 일대에서 확인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 현장 모니터링 과정에서 6마리의 가창오리를 확인했다.

무려 13년만의 일이다.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만들어진 후 하천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가창오리가 수문이 열리자 다시 나타난 것이다. 

2007년 지금의 세종시가 연기군이던 시절, 가창오리 5만 마리가 금남대교에 찾아온 적이 있다. 때문에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세종보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세계 30만 마리 내외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창오리는 겨울철 우리나라의 진객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 서식하는 가창오리 100%가 국내에 월동한다. 30만 마리가 노을을 배경으로 군무를 하는 모습은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보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금강을 중심으로 전남 영암호, 고창을 오가며 월동을 한 이후 봄에 시베리아로 북상한다.

대규모군을 이루고 있는 것은 어쩌면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유행병 등이 돌 경우 한 번에 절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약 5만 마리의 무리가 별도로 세종시에 월동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겨울 월동지가 분산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가창오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수록돼 보호받고 있다.   
 

가창오리가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경호


가창오리는 생태적 특성상 호소(내륙의 호수와 늪)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문이 개방되거나 물이 가두어지지 않은 상태일 때만 세종보에서 확인됐다. 수위를 제외한 수질이나 먹이, 휴식처 등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이 물만 가두었을 뿐, 4대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세종보 현장에 쌓여진 모래톱에서는 가창오리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오리류들이 확인됐다. 더욱이 대전환경운동연합 2019년 조류조사결과에 따르면 물새 중 특히 낮은 물을 선호하는 수면성오리가 2016년 690개체, 2017년 1266개체에서 2019년 1453 개체로 증가했다. 4대강 정비사업 이후 호소화된 지역이 수문개방 이후 모래톱과 하중도 등이 생겨나고 수심도 낮아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세종보의 개방으로 하천이 자연의 흐름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하천은 자연스럽게 깊은 물과 낮은 물이 있어야 하며, 하중도와 모래톱이 자연스럽게 발달해야 한다. 다양한 지형은 생물다양성을 매우 높일 수 있다. 아직 금강은 온전치 못하다. 온전한 금강이 되기 위해서는 세종보의 해체가 필요하다. 

보 구조물이 하천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 하천에서 일어나는 운반, 침식, 퇴적 작용조차 왜곡돼 보의 고정구조물 상류에는 퇴적이 일어나고, 수문이 있는 곳에만 물이 흐른다. 물이 흐르고 싶은 대로 흐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세종보의 철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창오리가 아마 일시적으로 무리에서 이탈해 확인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에도 다시 올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과거처럼 5만 마리 정도의 무리를 이끌고 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종보의 해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2007년 세종보가 없었던 환경을 다시 만들어 줘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물관리위원회가 조속히 세종보 해체를 결정하고, 바로 해체에 들어가야 하는 생태적 이유가 하나 늘어난 것이다.

가창오리 군무를 세종시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모래톱에서 휴식중인 겨울철새들 ⓒ 이경호

#세종보 #가창오리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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