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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절망, 코로나19 위험이 쪽방촌으로 왔다

[홈리스 추모제 기고 ②] 병원도 갈 수 없는 코로나19 속 쪽방주민들

등록 2020.12.10 16:45수정 2020.12.1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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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코로나19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더욱 움츠러들었고, 쪽방촌은 적막감마저 돌았다. 코로나19는 쪽방촌에 있던 관심마저 빼앗아가 인근의 종교 단체에서 진행되었던 도시락 나눔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겨 중단되었고, 쪽방상담소를 통해 지급되었던 물픔들도 뜸해졌다.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부터 인가 불우한 이웃을 챙기기 위한 마스크와 도시락이 나눠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개인위생에 필요한 물품들은 흔해져 버렸다.

당신은 밀접접촉자가 아닙니다
  

밀집 되어 있는 쪽방 내부 모습. ⓒ 동자동사랑방

 
추석 무렵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우리 쪽방촌 주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검사를 받은 주민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통보받았지만, 공동화장실과 공동취사장을 사용해야 하며 밀집된 쪽방은 애초부터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격리에 필요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고 해당 주민들은 필요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이런 모습은 이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다른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불안이 되었다. 
    
쪽방 주민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꼭 지원받아야 하는 조치, 감염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만이라도 자가격리를 할 수 있는 곳을 지원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밀접접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용산구청은 철저한 감독 아래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밀접접촉자가 아니라는 것, 원칙대로 대처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원칙이라는 것이 쪽방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얘기인지, 불을 보듯 뻔한 위험을 두고도 어쩌면 이렇게 대응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쪽방이 가진 열악한 환경, 쪽방주민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그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는 명확한 현실 임에도 쪽방주민들은 이렇게 또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도 참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된 문제 중 또 다른 하나는 의료공백이다. 쪽방 주민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급여 1종 지원을 받고 있다. 의료급여 1종이면 의료비에 대한 많은 지원을 받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민간병원에 비해 과잉진료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공공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주민들은 입원 중 병원을 옮겨야 했고, 치료를 위한 입원이 어려워졌다. 오랜 기간 치료받으며 형성했던 의료진과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병원에 적응해야 한다는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아프더라도 다니던 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없으니 아픈 것을 참게 되었다. 받아 준다는 응급실에 가더라도 기존의 진료 기록이 없으니 검사를 다시 받으며 치료가 늦어지고, 검사 비용이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안내 된 동부시립병원의 이용안내 문자. ⓒ 동자동사랑방

   의료공백에 대한 문제는 쪽방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정된 공공병원에서만 치료받을 수 있는 거리의 홈리스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문제다.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공공의료, 공공병원이 책임져야 하는 의료공백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매년 주거급여가 오르면 건물주들은 그에 맞춰 방세를 올린다. 주민들은 주거급여를 받기 전 십몇만 원의 방세를 지불했을 때와 주거급여를 받아 27만 원의 방세를 내는 지금을 비교했을 때 주거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한다.

코로나19 속에 추위가 오고 있다. 한여름 쪽방은 40도의 폭염으로 들끓었고 한겨울 쪽방은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달래야 한다. 몇몇 따뜻한 물을 쓸 수 있는 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다며 안위해야 할 판이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은 마스크와 함께 자유롭지 못한 생활, 일상적인 것을 누리지 못하는 불행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쪽방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적인 것들과는 무관하게 2평도 안 되는 작은 방에서 아픈 몸으로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쪽방 주민들의 걱정은 커졌지만, 여전히 그들을 위한 대책은 없고 더 이상 낡을 일 없이 멈춘 듯한 쪽방촌의 시간은 주민들의 시름만 늘이고 있다.
  

홈리스의 사망은 열악한 복지지원체계에 따른 홈리스 생활의 장기화, 그에 따른 손상과 질병의 심화와 같은 연쇄반응의 결과다. 따라서 홈리스 추모제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것을 넘어, 예견되고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을 더 이상 용인하지 말자고 사회에 호소하기 위한 자리가 되고 있다. ⓒ 홈리스행동




[기획 / 홈리스 추모제 기고] 
① 강제 퇴거에 취업 제한까지... 홈리스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http://omn.kr/1qwok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020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에 함께하고 있는 ‘동자동사랑방’의 활동가 박승민님이 작성하셨습니다.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홈리스추모제 #쪽방 #홈리스 #노숙인 #빈곤
댓글3

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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