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에 다니는 내가 또래 청소년에 하고픈 말

[주장] 자신이 어느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목소리를 어떻게 낼 것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등록 2020.12.11 10:49수정 2020.12.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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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오디세이학교에 재학 중인 대한민국의 17세 청소년이다. 아마 '오디세이학교'를 일반적인 고등학교로 생각해 '오디세이 고등학교'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17살이 다니는 학교니, 고등학교라고 부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 친구들도 처음에는 '오디세이 고등학교'라고 지겹도록 부르고 다녔고, 나도 처음에 '오디세이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제대로 몰랐기에 '고등학교'라는 단어가 없어 당황했었던 적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만 얘기한다면 '오디세이학교'가 그저 고등학교라는 수식어가 안 붙은 학교 정도로만 생각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잠시 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한 설명해보려 한다.

오디세이학교는 공교육에서 잠시 벗어나 1년 동안 학습자가 자기중심에서 공부하며 배움을 얻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서울형 대안학교다. 조금 덧붙여 설명하자면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과 시야를 넓히며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또 그로 하여금 청소년인 우리가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 잘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일반 학교에 다녔다면 지겹도록 배웠을 공교육의 과목들을 안 배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시험을 목적으로 그 과목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에게 있어 중학교 때와 지금의 변화를 찾는다면 배움을 배움으로 받아들이고 더 배우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그 배움의 과정을 가치를 두는 것이다. 몇 점을 맞고 몇 등급을 받는데 더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여기서만큼은 적어도 시험을 위해 억지로 배움을 강요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나는 성적에 전처럼 연연하지 않는다. 이렇게 변한 요인을 뽑으라고 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대안 수업'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5번의 대안교과 시간을 갖는다. '관찰 시간'에서는 시선의 범위를 넓혀 시야를 나뿐만 아니라 사회로 돌린다. 예를 들어 난민 문제, 홍콩의 민주화 운동, 탈북민들에 관한 자료를 보고 한두 시간 동안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얘기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다.


또 인문학 시간에서는 자신이 '조금 더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자신이 다뤄보고 싶은 사회의 문제를 가지고 직접 자료를 찾고 만들어나가는 토론을 한다. 한 시간 동안 찬반 토론하며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그다음으로 자유토론으로 넘어가 토론을 준비한 사람뿐만 아니라 토론을 본 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또 이것과 관련한 자료들을 보며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한다.

인문학 시간에서는 탈원전, 성교육, 차별금지법 그리고 입시제도와 같은 것들을 다뤘었는데 우리들이 직접 수업을 꾸려나가는 데에 있어 내 의견이 존중받고 나도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조금 더 내 생각을 잘 풀어나갈 수 있게 되며 내가 더 성장한 것 같다.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교육을 받으며 배움에 있어 자유롭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가끔 마음이 안 좋아질 때가 있다. 바로 내 친구들의 시험 기간. 내 주위의 대부분의 친구는 모두 일반 학교에 다닌다. 현재 나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

가끔 친구들과 전화하며 어디냐는 말을 했을 때 독서실 가는 길, 학원 가는 길이라는 말을 듣게 될 때면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나 그들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더는 뭐라 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더 마음이 안 좋아질 때는 악착같이 공부하는 친구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라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몰라", "대학 가야지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니까"일 때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안 좋게 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못 가면 '사회의 낙오자'로 보는 현실과 대학을 못 나온다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편견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면서 단순히 어른들이 시키기 때문에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권리마저 잊어버린 내 또래에게 학교 밖에 길이 있고,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도 우리가 현재 어떤 사회에서 사는지 아는 것도 삶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원점으로 돌아가 내가 대안 교과로 배우는 '민주 시민 교육'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교육이다. 어쩌면 지금 학교에서 펜을 잡고 공식을 공책에 쓰는 것 보다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 인가,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을 바라보며 어떤 것을 놓치고 있는가를 스스로 계속 질문하는 것이 학습자가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청소년과 사회와의 관계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 말자. 20살이 되면 사회로 나간다는 말이 사실일까? 사회에 던져지는 게 아니고?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교육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난 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성장하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 학교는 학습자의 변화를 위해 여러 가지 만남과 경험을 만들어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 즉 사람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열어주는 곳 말이다.

요즘 학생들이 대학만을 바라보느라 자기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게 정말 뭔지 자신이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자신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는지 모르는 안타까움은 내가 공교육에서 벗어나 제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에 오늘도 나는 일반 학교에서도 '시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게 될 사회가 어떤지를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 교실만이 아닌 교실 밖의 현실들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자신의 길을 자신이 개척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게 되는 사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칼럼 #청소년 #시민교육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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