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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검찰 고객은 3부류가 있다"고 한 까닭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③-2 : 삼성X파일

등록 2020.12.14 08:33수정 2020.12.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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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함께 공동기획으로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4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8편의 이야기 글('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을 선보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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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7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지난 기사] "검사들 방앗간 차릴 일 있냐"... 삼성X파일 깐 노회찬의 일갈 에서 이어집니다. 

"너무도 강고한 삼성의 힘"... "유일하게 먼저 연락 온 국회의원"

2005년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직전 노회찬은 <프레시안>에 한 편의 글을 기고한다(2005.7.27). 글의 제목은 'X파일의 본질이 도청이라고 말하는 자 누구인가?: 악의 커넥션 끊으려면 국조와 특검뿐'.

"안기부 도청테이프 공개로 시작된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사건'은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 어둠 속의 관련자들이 이제 겨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또 다른 테이프나 녹취록의 공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밝혀진 사실들만으로도 이 사건의 본질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우리는 뒤늦게 나타난 엑스트라의 활극에 눈이 팔려 사건의 본질적인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범죄 수사물이지 첩보 스릴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재벌그룹과 정치권과 언론사와 국가권력기관의 검은 커넥션이다. 삼성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공세가 그 주요측면이고 이를 세상에 드러낸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은 부차적인 측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국정원과 검찰이 맡는 것은 문제 해결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일이다."


노회찬이 글에서 말한 '악의 커넥션'은 끊어지지 않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1심과 3심 그리고 파기환송심 법정은 골리앗의 손을 높이 치켜들어줬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23일 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날, 이상호는 <고발뉴스>를 통해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삼성이 금력으로 대선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을 매수하고 검찰 간부들을 길들이는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천신만고 끝에 입수했습니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기에 저는 이 테이프를 '삼성X파일'이라 명명하고, 보도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겠구나 직감했습니다.

MBC 사장, 보도국장을 비롯해 보도를 반대하는 수뇌부를 상대로 10개월을 투쟁한 끝에 보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검찰간부들의 명단을 실명으로 보도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정치권이 모두 삼성 눈치를 보고 있던 그 시절, 유일하게 먼저 연락을 해온 국회의원이 노회찬이었습니다.

재벌세력의 금권 쿠데타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와 경제민주화 실현 필요성을 피력하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고, 삼성X파일과 뇌물 검사 명단을 넘겼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망설임 없이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검사들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지요. 기자질이야 전과가 있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정치인은 달랐습니다.

'의원직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그의 공판에 증인으로 참여하고 여러 토론회에 나가 목소리를 높였으나, 삼성의 힘은 너무도 강고했습니다."


"삼성그룹의 서울 서초동 출장소"... 검찰의 "3부류 고객"

삼성장학생. 당연히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삼성X파일 폭로 이후 드러난 '삼성공화국', 아니 '삼성재벌왕국'에서의 삼성장학생은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청와대, 국회, 검찰, 금감원, 재경부, 국세청 등 권력기관과 언론사 등에서 전방위에 걸쳐 오랜 기간 삼성의 불법적인 돈을 받으면서 삼성을 위해 일하는 인사들을 일컫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럼에도 삼성장학생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데에는 주류 언론사들의 침묵이 한몫하고 있다. 특히 삼성장학생이란 단어조차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주류 언론 종사자들 역시 삼성장학생이기 때문이다(홍준철 기자, '대해부/삼성장학생 현주소', <뉴스포스트>, 2007.12.4.). 

삼성장학생이란 말은 삼성의 권력 장악 시도를 설명하는 명쾌한 말이다. 삼성의 돈으로 키워진 이들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곳곳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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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4일,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 황교안 2차장검사가 지검청사 브리핑룸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2005년 12월 14일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의 143일간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황교안은 국가정보원 도청 자료를 통해 폭로된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아,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를 "소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로 서면조사로 마무리했다.

'이건희 삼성회장 불구속 기소.' 이학수(삼성 부회장), 홍석현(중앙일보 회장) 등 불법로비 정황이 드러난 삼성 쪽 인사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어렵고 뇌물공여혐의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떡값'을 받은 검사들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서울 서초동 출장소'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는 등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황교안은 수사결과 발표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것 없는 수사를 했다고 검사들을 격려했다"고 강조했다(이영일, '황교안의 수구보수적 경력들', <노동자 연대>, 198호, 2017.2.28.). 황교안의 하늘은 대다수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하늘과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노회찬이 공개한 '떡값 검사'들은 당시 검찰의 주류로 꼽히는 이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노회찬은 당시 검찰 주류들 사이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회찬은 자타칭 '엘리트' 검사들을 삼성 떡값이나 받아먹는 비리집단으로 전락시킨 그들의 '공적'이었기 때문이다.

황교안은 언론 브리핑 때 "경기고 동문들이 (녹취록 내용을 폭로한) 노회찬 욕을 많이 한다"는 말을 불쑥 꺼내기도 했다. 노회찬과 황교안은 경기고 72회 동기동창이었으며, 안강민·홍석조 등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들 중 상당수가 경기고 동문이었다. 당시 경기고 출신은 경북고와 함께 검찰 주류 중의 주류로 분류됐다(이춘재, '노회찬, '떡값 검사' 공개로 '검찰의 적' 됐다', <한겨레21>, 201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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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4일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종호

 
노회찬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변호사의 변론요지에 가깝다"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혹평한다.

"'주식회사' 검찰의 고객은 3부류가 있다. 출국정지·검찰소환이 면제되고 서면조사 처리되는 이건희 회장은 다이아몬드 회원이다. 골드회원은 비공개조사가 원칙이고, 조사한 내용이 전부 진실로 인정되는 이학수(삼성구조조정본부 사장), 김인주(부회장)씨 등이다. 이들은 말 바꾸기를 해도 최신의 진술만을 인정한다. 이에 반해 일반회원은 MBC 이상호 기자같은 부류다. 검찰은 일반회원에 대해 무조건 기소하거나 혹은 자동기소 처리된다."

이어 "검찰은 이 사건의 몸통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완전한 면죄부를 줬다"고 성토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2천만 원을 주는 문제에 대해서도 '3천만 원 주지 말고 2천만 원 주어야 한다'고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이 X파일 내용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 단 한 번의 소환도 소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편지 한 장 보내고 답장을 받았다는 식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재벌 감싸기를 넘어서서 재벌 앞에 엎드리기를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대한민국 검찰이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아닌가, '주식회사 검찰'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갖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의 143일 간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인 2005년 12월 17일부터 실시해 총 750명의 누리꾼이 참가한 <오마이뉴스> '온라인 설문조사'(검찰 하면 떠오르는 것?) 결과(문항당 2개 답변 가능)를 보면, '삼성 장학생'이라는 답변이 332건(35%)으로 1위를 차지했다. 또 '인권침해'라는 답변은 203건(22%), '상명하복(검사동일체)'은 151건(16%), '폭탄주'는 123건(13%)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대체로 높은 응답률을 보인 반면, '비리정치인 수사'(85건, 9%)·'정의'(29건, 3%)·'강철중'(15건, 2%) 등 긍정적 이미지는 낮은 응답률을 보여 검찰에 대한 누리꾼의 불신을 실감케 했다. 누리꾼들이 '검찰'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삼성장학생'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조사 당시 검찰이 '삼성X파일'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2005.12.14.)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안기부 도청테이프에서 여야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거론된 삼성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검찰의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최경준, '검찰 하면 떠오르는 것?... 1위 '삼성 장학생'', <오마이뉴스>, 2005.12.22.).

삼성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의 양심선언 :
"잘나가는 검찰 간부 80% 이상이 '삼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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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일, 세상에 공개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사항' 문건. ⓒ 안윤학

 
삼성장학생의 실체와 현주소에 대해서는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조성' 및 '떡값 리스트' 발표 등 양심선언에서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가 공개한, 전략기획실 팀장급 이상만 받는다는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면 부담없지 않을까? 금융관계·변호사·검사·판사·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임. Wine(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볼 것. 아무리 엄한 검사, 판사라도 Wine 몇 병 주었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임." (관련 기사 : [문건 전문공개] "호텔할인권 어떨까, 와인은 문제 안돼"... "반도체는 일본 뒤집었는데, 조선은 왜")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검찰 내 삼성장학생의 실체를 요약하면 이렇다('검찰 최고위층에 삼성 장학생 있다', <시사IN>, 8호, 2007.11.03.).

"로비는 모든 삼성 임원의 기본 책무다."

"검찰 선후배들에게 뇌물을 전해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임무였다. 법무팀장이 되자 구조본(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간부가 검찰 관리 대상 명단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그 안에 삼성장학생 명단이 들어 있었다. 이 명단을 기초로 검찰의 핵심 주요 보직 간부, 초임 근무를 서울지법에서 한 간부 판사, 사법시험 성적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들에게 설·추석·여름휴가 때 1년에 세 차례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뇌물성 현금을 전달했다. 물론 사안이 생기거나, 공을 세웠을 때는 액수가 몇 배 커졌다."

"삼성은 삼성 장학생 검사의 승진을 밀어주고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 서울지검장·검찰총장 등 주요 보직 인사의 승진을 구조본에서 한 달 전에 아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현직 검찰의 최고위층 간부 가운데 삼성장학생이 상당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로비 지시는 구체적이었다. … 삼성에버랜드 편법 증여 재판과 관련해서는 담당판사에게 30억 원쯤 갖다 주라고 지시했다. 불가능한 일이어서 거절했다. 그러자 상사들은 나를 무능한 사람으로 여겼다."

"돈을 전달할 때는 반드시 '회장 선물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기본 매뉴얼이다. 보통 월간지로 포장된 현금을 전달한다고 한다. 월간지 하나는 500만 원짜리 묶음이다. CD 케이스는 300만 원, 007 가방은 1억 원, 델시 여행용 가방은 30억 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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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사진은 2007년 11월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모습. ⓒ 남소연

 
김용철의 <신동아> 인터뷰(김용철 변호사 2005년 '오프 더 레코드' 인터뷰: "서울중앙지검장 때문에 X파일 수사 제대로 안된다", 2007.12월호)에도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삼성이 검찰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주나?'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다 아는 얘기지. 검사만 먹었나. 국회의원도 먹었고. 예전엔 5000만 원 먹어도 괜찮았는데..."
"검찰도 그렇다. 잘나가는 검찰 간부의 80% 이상이 '삼성장학생'이다."


노회찬이 폭로한 '떡값 검사'들은 검찰 내 포진하고 있던 삼성장학생 가운데 일부였다. 노회찬은 "검찰 내 이른바 삼성장학생이 존재하기 때문에 X파일과 관련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특검을 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우선 검찰의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이용한 수사 뒤 미진한 부분은 검찰 수사의 바탕 위에서 특검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진상규명'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2005년 국정감사를 하면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한 노회찬의 시도가 무산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반대로 무산되자 노회찬은 "언론 검찰에도 삼성장학생이 있는데 국회에 없겠느냐"며 "삼성 장학생이 국회에도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독재·삼성공화국'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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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개최한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 ⓒ 박민지

 
삼성X파일을 공개했었던 이상호 기자는 2006년 7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개최한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서 "삼성의 질긴 인적네트워크에 한 때 포획됐던 기자로서, 더 늦기 전에 참회의 심정으로" '삼성자본독재'의 실상을 이렇게 고발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삼성 독재 치하에 있는 형식상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선거에 누가 당선되고 이후에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그건 형식적 민주주의에 의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입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그 이후에도 삼성 이건희 독재체제는 온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의 손에 넘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 이건희 일가의 기호에 따라 보여질 것만 보여집니다. … 영향력 있는 제도 언론에 대한 삼성의 장악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대부분 언론과 언론인이 한 발짝도 떼기 힘들 정도로 한 줄 기사도 출고시키지 못할 정도로 견고하게 장악이 됐습니다. … 삼성 독재는 무섭습니다. … 삼성 독재 하에서는 삼성에 부역하는 언론인과 그들에게 반기를 들고 처참히 부서지는 사람들 둘로 나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07년 11월 6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최고 경영진을 불법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삼성장학생이 아닌 검사들은 검찰 수뇌부의 얼굴에 스스로 침 뱉는 일을 방관하지 말라는 취지 아래 묻는다. "또 검찰에 묻는다. 그것도 전국의 1500명 검사에게 말이다. 늘 수뇌부에 항의하던 소신 있는 검사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검찰 내부에는 국민 검사는 없고 삼성장학생만 있는가."(장윤선, '국민검사는 없고 삼성 장학생만 남았나?', 오마이뉴스, 2007.11.07.)

2007년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소장 조승수)에서 발행한 보고서(<삼성공화국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는 전체 7장으로 돼 있다. 박상훈(후마니타스 대표), 조진한(진보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조현연(성공회대 교수)의 공동작업과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최한수(경제개혁연대 팀장)의 특별기고를 담고 있다.

보고서의 들머리 격인 제1장과 제2장 조현연의 글('왜 삼성인가?' '삼성이 행사하는 지배력의 원천')은 각각 삼성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갖게 됐는가와 한국사회에서 행사하는 지배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몇 가지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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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모습. ⓒ 연합뉴스

 
- "한국 사회에서 삼성 재벌은 분명 단순한 대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을 절대권력에 비유하는 것은 분명 과장이 있지만, 그럼에도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 절대권력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이 추구하고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거의 무조건 한국 사회에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주장은 그 어느 것보다도 우선시되고 있으며, 삼성의 논리가 일종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자리잡고 있다. 또 삼성의 이익이 마치 사회 전체의 이익인양 여겨지며, 삼성은 법 위에 군림한 채 삼성이 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이 하면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삼성이 하면 최고' 등의 표현이 보여주는 것은 삼성 재벌이 한국 사회에서 신화가 되어 가는 권력으로서의 실상을 부분적으로 드러내준다고 하겠다. … '이제 권력은 시장(삼성)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삼성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해준다."

"삼성이 행사하는 이와 같은 지배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다음 세 가지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첫째는 막강한 경제력이다. 둘째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망이다. 셋째는 중앙일보와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을 통한 이데올로기의 장악과 지배담론의 창출이다."

"삼성의 지배력은 단순히 경제력만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사회 지배력에서는 얼마나 강한 인적 네트워크('사람들의 관계망')를 형성하고 있는가도 아주 중요하다. 삼성은 평소 정계와 관계, 검찰, 법원, 언론 등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삼성에 잘 보인 엘리트들은 승진도 순탄하다. 삼성이 뒤를 봐주기 때문이다. 삼성의 도움을 받아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일종의 '삼성장학생')이 어떤 처신을 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상호 X파일'을 통해 드러난 '이건희(삼성) 게이트'는 단순한 정경유착의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막대한 돈(금력)을 이용해서 거의 무소불위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립한 삼성재벌의 대한민국 장악 프로젝트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참여연대의 발표는 최소한 지난 10여년간 삼성이 관료, 법조인, 언론인, 학계 등에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 가운데 관료 네트워크는 총 101명, 법조 네트워크는 59명에 달한다."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는 일반적으로 다음 3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삼성그룹의 이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책 사안에 대한 로비스트의 기능이다. 둘째, 위기시, 특히 불법행위 혐의와 관련된 법률적 위험에 대한 '방패막이'의 역할을 하는 기능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재용씨 승계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배임혐의 고발·소송사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핵심 지배구조 연결고리에서 야기된 금융법 위반 혐의 등을 꼽을 수 있다. 셋째, 일상생활 영역에서 삼성의 이해관계와 가치를 사회 전체의 바람직한 모델 내지 유일한 모델로 포장하고 이를 대변하는 기능이 있다. 이른바 '강소국론' '국민소득 2만불론' '위기경영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③-3]로 이어집니다(바로 읽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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