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흰꼬리수리의 처절한 먹이지키기

새들의 휴식처에서 만나다

등록 2020.12.13 14:13수정 2020.12.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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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 자갈로 만들어진 섬이 생겼다.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역에 말이다. 여름철 많은 비가 내리는 기후 특성상 우리나라 하천은 가을부터 봄까지는 건천(마른하천)이 된다. 마른하천이 되는 겨울 수량이 감소하면서 하천에도 바닥을 드러내는 땅이 더 많이 늘어난다. 

하천중간에 섬(하중도)처럼 드러나기도 하고 천변에 넓은 밭을 이루기도 한다. 밤섬과 여의도 같이 4계절 보이는 곳도 있지만 계절에 따라 수량에 따라 드러냈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는 모래나 자갈을 보려주는 곳(아래 모래톱)이 더 많다. 

겨울철이런 곳은 새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식처가 된다. 우선 가장 큰 천적인 사람으로 부터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하중도의 경우는 삵 등의 포유류로부터 지킬 수 있는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물에서 나와 잠시 쉬기도 하며 모래와 자갈을 기반으로 하는 생물들이 있어 먹이터로서 역할도 한다.

오늘 필자는 이곳에서 기가 막힌 사진을 찍었다. 혼자 생각일 수 있지만 말이다. 금강과 갑천 합류지점에 노출된 모래톱에서 사냥에 성공한 흰꼬리수리를 만났다. 이런 경우는 종종 있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갑천에서 처음 흰꼬리수리를 확인한 것은 2000년이다. 

그 이후로 비행하거나 모래톱에서 휴식중인 흰꼬리수리를 종종 확인해 왔다. 흰꼬리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귀한 몸이다. 

이런 종을 매년 갑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날개를 펴면 245cm나 되는 대형 보호조류가 광역시 규모의 도시하천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마리가 아닌 매년 3-5개체정도가 월동한다. 주로 4대강 같은 대형 하천이나 하구나 연안의 섬에서 주로 관찰되는 종이 갑천에는 매년 3-5개체가 월동하는 것이다. 
 

먹이 사냔에 성공한 흰꼬리수리 . ⓒ 이경호

   

꼬리를 무는 까마귀의 모습 . ⓒ 이경호

 

먹이를 먹고 있는 흰꼬리수리 주변의 까마귀들 . ⓒ 이경호

 
그런데 사냥한 흰꼬리수리에 불청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바로 큰부리까마귀 이다. 큰부리까마귀 10여 마리가 흰꼬리수리 주위를 둘러싸고 호시탐탐 먹이를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대들지는 못했지만 까마귀의 집단공격에 쫓겨나는 맹금류들을 여럿 본터라 지켜보고 있었다. 한마리는 흰꼬리수리의 꼬리를 물어 뜻는 대담함을 보여주는 개체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까마귀들이 비행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 걸까? 잠시후 바로 알 수 있었다. 흰꼬리수리 한마리가 더 와서 먹이를 빼앗으려 하는 것이었다. 까마귀들은 새로온 흰꼬리수리에 놀라서 비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새로온 흰꼬리수리는 사냥에 성공한 녀석을 공격했다. 둘다 3년생 정도되는 어린 개체였지만 먹이를 지키려는 녀석(갑천이)과 먹이를 뺏으려는 녀석(금강)이의 공중 전투가 매우 치열했다. 겨울철 생존을 위한 일이겠으나 동종의 목이를 뺏으려는 맹금류가 찌질해 보였다. 다행이 갑천이는 먹이를 지켜냈다. 
 

새로운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뺏기 위해 싸움을 거는 모습 . ⓒ 이경호

 

공중에서 싸우는 모습 . ⓒ 이경호

   

공중에서 싸우는 흰꼬리수리들 . ⓒ 이경호

 
잠시후 불청객 까마귀가 다시 돌아왔지만 흰꼬리수리는 무사히 먹이를 지켜냈다. 먹이를 쟁탈하는 과정에서 흰꼬리수리 2개체의 싸움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갑천에 흰꼬리수리의 먹이가 풍부해져서 동종의 먹이를 뺏기보다는 사냥으로 먹이를 잡는 품격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흰꼬리수리 #대전환경운동연합 #자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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