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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하동 '산악열차 예정지', 반달가슴곰 한 쌍 출현

지리산 형제봉 무인카메라에 포착... 반달곰친구들·형제봉생태조사단 "한 마리는 야생 가능성"

등록 2020.12.17 00:00수정 2020.12.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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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산악열차 예정지에 나타난 반달가슴곰... "저 여기 살아요" 지리산 형제봉에 설치해 놓은 무인센서카메라에 반달가슴곰 한 쌍이 촬영됐다. 한 마리는 반달가슴곰 KM-43과 RF-5 사이에서 태어난 KM-61로, 이 개체는 지리산에서 자연 출생한 수컷이다. KM-61의 머리 귀 부분이 잠깐 나온다. 또 한 마리는 위치추적 발신기가 없는 반달가슴곰으로, 야생일 가능성이 있다. 두 마리 반달가슴곰은 2020년 7월 26일 오전 6시 45분부터 7시 9분 사이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 머물렀다. ⓒ 이주영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인 지리산 형제봉에서 반달가슴곰 한 쌍이 발견됐다. 한 마리는 방사된 암‧수컷 사이에서 자연 출생한 곰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야생일 가능성이 있다.

경남 하동군이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 등을 조성하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천연기념물(제329호)인 반달가슴곰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사장 우두성)과 형제봉생태조사단(단장 하정옥)은 1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형제봉에 설치한 무인센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 한 쌍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메라를 설치한 지점과 산악열차 노선과의 최단거리는 불과 413m밖에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은 지난 7월 21일 이 곳에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한 뒤 11월 말 수거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반달가슴곰이 찍힌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와 영상을 공유해 개체 분석에 나섰다.

이 단체가 회수한 카메라의 반달가슴곰 관련 영상은 모두 4개다. 영상 분석을 통한 개체 확인 결과 반달가슴곰 2개체가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 마리는 반달가슴곰 'KM-61'이다. 방사된 KM-43과 RF-5 사이에서 태어난 개체로, 지리산에서 자연 출생한 수컷이다. 자연 출생했더라도 포획이 가능하면 표식을 붙이고, 건강상태 파악 등을 위해 위치추적 발신기를 부착하게 된다.

영상에 찍힌 또 다른 반달가슴곰은 위치추적 발신기가 없다. 이에 대해 반달곰친구들은 "이 개체는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이거나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 곰일 것"이라며 "이 곰이 야생일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 두 마리는 암수로 짝짓기 시기에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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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아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있는 개체 ⓒ 반달곰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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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이 되는 반달가슴곰 KM-61의 귀(동그란 원)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부착돼 있다. ⓒ 반달곰친구들


반달가슴곰의 터전... "지리산산악열차 백지화해야"
 

반달곰친구들은 "카메라 두 대를 약 10m 거리를 두고 야생동물들이 좋아할 만한 물기가 많은 지역에 설치했다. 카메라 두 대는 모두 습지를 바라보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7월 26일 오전 6시 45분~7시 9분 사이에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달가슴곰은 단독 생활을 한다. 짧은 시간(20여 분) 동안 같은 장소에 다른 수컷이 접근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영상이 찍힌 날짜(6월~8월)는 반달가슴곰들이 짝짓기를 하는 시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제봉 일대가 반달가슴곰의 중요한 서식지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특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까지 있으니 이는 무척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찾아 지리산 전역을 조사한 우두성 이사장과 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 마이타 소장은 형제봉 일대, 특히 산악열차가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된 '원강재'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다수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두성 이사장은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2~3일 전에 나무를 할퀸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제봉 일대는 반달가슴곰의 삶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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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발견한 반달가슴곰 흔적 (우두성 이사장 제공) ⓒ 우두성

 
국립공원공단은 형제봉 일대에서 추적된 반달가슴곰이 2017년 5마리, 2018년 4마리, 2019년 5마리, 2020년(8월까지) 4마리였다고 밝힌 바 있다.

반달곰친구들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수치는 위치 추적된 반달가슴곰 숫자이며 위치추적이 안 되는 반달가슴곰도 서식하고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며 "위치추적이 안 되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어쩌면 이번에 촬영된 영상 속 곰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들은 "형제봉 일대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에 대해 정밀조사한 뒤, 정밀조사 결과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형제봉 일대의 국유림 경영 계획 중 미시행 사업을 유보해야 한다"고 환경부와 산림청에 요구했다.

또한 하동군에는 "중앙정부가 재고한 지리산 산악열차를 백지화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에 대해 한걸음모델 상생조정기구에서 7차례 회의를 거쳐 논의한 결과 법률 개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동군에는 여론수렴과정을 거치도록 권고했다.

이에 하동군은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와 환경단체는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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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 예정노선과 KM-61 행동반경, 반달가슴곰을 찍은 카메라 위치 등. ⓒ 반달곰친구들

#지리산 #형제봉 #반달가슴곰 #천연기념물 #반달곰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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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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