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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기록 잘 남기는 법,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요행은 없다... 기본을 챙길 때 주의해야 할 것들

등록 2020.12.18 08:19수정 2020.12.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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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학교에는 사회에서 느끼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없다. 정확히 하자면 2020년이나 2021년이라고 하는 연도의 개념도 사회와는 많이 다르다. 연도 대신에 학년도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3월에 개학해 이듬해 2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연말은 12월이 아니고 2월이다.

학년도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것이 수능 시험 연도이다. 2020년 12월 3일에 치러진 수능 시험의 정식 명칭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올해 시험을 치른 고3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2020년 수능 시험으로 기억하고 있겠지만, 모든 공식문서에서는 2021학년도로 기록된다. 2021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2월 중순 이후가 되면 학교 분위기는 어떨까? 10여 년 전만 해도 이때쯤 되면 학교도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12월 말이 연말이 아닌 것이 아니라, 연말 분위기가 두 차례나 있는 느낌이었다. 12월 말도 연말, 2월 말도 연말이었다. 과거 농경사회 분위기로 이야기하면 일종의 농한기가 도래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지금 고등학교는 그런 농한기를 운운할 분위기가 아니다. 가혹한 학생부 기록 시즌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모든 평가가 끝났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어쩌면 본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학생부 기록이 남아 있다.

평가 마감 자체도 쉽지가 않다. 과거 선다형 시험만 있을 때와 달리 논·서술형 시험이 있어서 채점도 해야 하고, 채점에 대한 이의제기도 일일이 받아야 한다. 학생 확인 사인도 여러 차례 받아야 하는데, OMR 채점 결과, 논·서술형 채점 결과, 수행평가 채점 결과를 모두 받은 후에 이를 총 합산하여 나오는 최종 학기말 결과까지 확인받아야 일이 끝난다.

이런 일들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 마감이 진행된다. 교사들 업무 부담도 부담이지만, 학생들 역시도 1년 간 자신들이 한 학교생활의 마지막 기록이 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마치 졸업사진을 찍을 때 평생 기록으로 남을 사진 한 장이 신경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그나마 졸업 사진은 일종의 기분 문제이지만, 학생부 기록은 입시와 직결되어 있어서 허투루 넘어가기가 어렵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칼럼의 주제를 시작한 이유로 들어가야겠다. 지금 학교가 매우 바쁘다는 이야기가 본 주제는 아니다. 그럼 이렇게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학생부 기록이 잘 기록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흥미 있어 할 주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학생부 기록을 잘 남기려면

미리 찬물 확 끼얹는 이야기부터 하자면 뾰족한 방법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사실 얼마 전 수능 시험 앞두고 나도 고3 학생들에게 수능 대박 나라고 덕담을 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수능 대박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기원은 아니다.

교육 평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 실력대로 보라고 하는 게 정답에 거의 가까울 것이다.

초상화 그리는 걸 업으로 하는 어느 화가가 우스개로 이런 이야기를 한 걸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실제 얼굴과 똑같이 그리면 대부분 싫어합니다. 실제보다 조금 더 예쁘고 잘 생기게 그려주면, 다들 어쩌면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냐고 칭찬을 하죠."

우리가 받아드는 성적표도 비슷하다. 다들 실제 실력보다 더 높은 지점에 있는 점수가 자기가 받아야 할 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시험이란 잔인하고 냉혹한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한 것보다 더 윤색이 되고 미화된 기록이 남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양이 길어지고 자신이 실제로 한 것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촘촘하게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어떤 의미에서 학생부 기록은 역사가의 기록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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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성실하게 각종 학교 활동에 참여하였다면 학교생활기록부는 자동적으로 풍성해진다. ⓒ 연합뉴스

 
이런 점에 착안에서 학생부 기록에 접근하면 어떻게 해야 학생부에 잘 기록될 수 있는지 일종의 요령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농반진반으로 학생부 기록을 위한 전략을 잘 짜고 싶으면 한국사나 동아시아사 등 역사 과목에서 배운 교훈을 잘 활용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는데, 이 말의 심층적 의미를 깨닫는 학생들은 학생부 기록의 기제를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보면 저자는 역사가를 요리사에 비유하다. 같은 사실을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듯이, 같은 재료를 두고서도 어떤 요리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고등어 재료를 갖고 찌개를 만들 수도 있고, 구이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좋은 음식이 나오기 위해선 재료가 풍성해야 한다.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재료가 풍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른바 '자동봉진'이라는 말이 있다.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이다. 여기에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 더해진다.

아주 오래 전에 학교를 졸업한 학부모들은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그냥 모두가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옛날에도 학교에서 수업도 들었고, 동아리 활동도 하였고, 봉사 활동도 했고, 진로와 관련한 탐색 활동도 했다. 특별한 것이 없다. 각 활동들에 대한 학생 활동의 구체적 기록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1년 동안 성실하게 각종 학교 활동에 참여하였다면 기록은 자동적으로 풍성해진다. 활동이 풍성하지 않다면 이쯤에서 교사는 고민에 빠진다. 이건 마치 역사 기록을 써야 하는데, '사실' 자체가 별로 없는 것에 해당한다. 요리에 비유하면 재료가 별로 없는 것이다. 고등어가 있어야 찜이든 구이든 할 것이고 돼지고기가 있어야 수육이든 김치찌개를 끓이든 할 것인데, 아무리 1차 자료를 뒤져도 고등어도 없고 돼지고기도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재료가 적으면 조미료를 많이 치게 된다. '성실하게 이행함' '매사 적극적으로 참여함' 등등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게 된다. 교사는 평가자이지만 학생부 기록에 있어서는 학생과 비슷하게 선수 입장이 된다. 평가자 겸 선수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지필평가 논·서술형 답안지 채점하듯이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자는 이 기록을 보게 될 진짜 평가자, 바로 대학의 교수들이나 입학사정관들이다. 이들이라 해서 무슨 특별한 시선으로 학생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역사책을 보거나 드라마를 시청하듯이 어쩌면 극히 평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약으로 치면 당의정, 음식으로 치면 화학조미료가 너무 많이 가미된 것은 처음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는 있어도 본인이 원하는 긍정적 평가에는 이를 수가 없다. 재료가 뒷받침 되어야 그런 것들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양념보다 기본재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가끔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서 학생의 활동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기록을 해줘서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한다. 어느 상위권 대학 교수의 증언을 유심히 들은 적이 있다.

학생부 기록이 매우 좋아서 1차 서류전형을 통과시키고 면접을 봤다고 한다. 기록에 거짓은 없으나 주관적 평가가 너무 후하게 되어 있는 케이스였다고 한다. 결국 합격에는 이르지 못했다.

독서 기록 같은 경우는 교사로서 검증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감상문과 여타 제반 사항을 보면서 독서 기록에 올려주는데, 학생들에게 반드시 주지시키는 것이 있다.

"독서 기록이 올라가 있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가령 있어 보이는 고전을 독서 기록에 넣으면 도움 될 것 같지만, 이게 독이 될 수가 있다. 고전은 읽어도 머릿속에 남아 있기가 쉽지 않은데, 고전 같은 책들이 기록되어 있으면 반드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로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그걸 체화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오히려 그 기록은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 수업 시간에 기록되는 세특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발표 시간을 주고 토론 시간을 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속된 말로 '장땡'이다. 그리고 각종 수행평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없는 요리사라도 재료가 좋으면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법이고, 아무리 천하제일 호텔 요리사라도 재료 자체가 없으면 음식을 만들어낼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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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재료가 풍성해야 하듯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받으려면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 pixabay

 
다만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객관적 기록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마치 선을 보러 가기 전에 남자 쪽이나 여자 쪽의 기록만 중시하는 것과 같다. 학교는 어디 나왔고, 용모는 어떻다는 이야기를 잘 꾸며서 이야기해도 만났을 때 주는 어떤 느낌까지 그걸로 커버할 수는 없다.

입시에서 면접장에 가면 자신이 한 기록을 근거로 갖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대학의 교수들은 오랫동안 자기 전공에 맞는 학생들을 봐왔고, 그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런 구술 테스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결론적으로 치열한 입시에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공부에 요행수가 없듯이 입시도 그다지 요행이 많지가 않다. 가끔 수능 대박이나 학종 대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가만히 살펴보면 기본에 충실한 게 늦게 빛을 발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말로 투자로 비유했을 때 초과이득을 얻은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입시를 떠나서 어떤 경쟁이든 이겨내는 가장 큰 요령은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고전적 명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 가지 팁을 던지자면 시험이든 학생부 기록이든 평가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시야를 키우라는 것이다. 출제자의 시야에서 보면 나올 문제가 뻔히 보이기 시작하고, 학생부 기록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하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학교는 바쁜 기록의 시즌이다. 이 시즌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기획의 시즌이 다가온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한다.
#학생생활기록부 #수능 #학생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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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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