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이 전시장에?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 논란

등록 2020.12.17 16:22수정 2020.12.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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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0' 전시장, 리얼돌을 소재로 한 정윤석 작가의 작품 '내일'이 전시 중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국립현대미술관이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해 여성 혐오 논란을 빚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 2020' 전시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로 오른 김민애, 이슬기, 정윤석, 정희승 등 4명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 중에서 논란이 된 작품은 정윤석 작가의 '내일'이다.


시각예술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정윤석 작가의 '내일'은 중국의 섹스돌(중국에서 리얼돌을 부르는 이름)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리얼돌을 파트너로 여기며 살아가는 일본인 남성 센지 나카지마, 인공지능 로봇을 정치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남성 미치히토 마츠다 등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인간이 욕망을 위해 인간 같은 소비재를 제작하는 모습을 기괴하게 포착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관람객이 '리얼돌'을 재현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지적하며, 여성 혐오 작품 전시 논란이 불거졌다.

항의가 빗발치자 국립현대미술관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돈으로 인간 대용의 인형을 사고 파는 당면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이라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같은 시대 미술에서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3일 개막 전 기자 설명회에서 정윤석 작가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스템의 존재와 소비자의 심리를 주목했다. 리얼돌을 둘러싼 환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지 특정한 입장을 취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의당 새로운미디어위원회는 정윤석 작가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 자격 박탈과 전시물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9일 발표했다.


같은 날 시각예술분야 여성 예술가 네트워크 '루이즈 더 우먼'은 "여성 성별에 특정된 성적 도구화를 전제하고 있기에 인간 보편의 문제를 중립적으로 다룰 수 없다"며 "실존하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목적으로 왜곡한 리얼돌 이미지를 통해 '인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부터 기만일 수밖에 없다. 작품은 포르노그래피적 재현에 불과하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리얼돌을 소재로 사용한 것만으로 이를 여성 혐오로 보기는 힘들고, 작품의 의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2012년부터 매년 4명의 후보를 선정해 개인전 기회와 창작후원금 각 4000만 원을 수여하는 국내 현대미술 수상 제도 '올해의 작가상'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의 작가로 최종 선정된 1명에게는 상금 1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된다.

2020년 심사는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과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 패트릭 플로레스 2019 싱가포르비엔날레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류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로리타 자브론스키엔 리투아니아 국립미술관 수석 큐레이터가 맡았다.

'올해의 작가상 2020'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1년 4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는 18일까지 잠정 휴관 중이다.
#여성혐오 #리얼돌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2020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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