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추억도 다르게 적히는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억하는 방법

등록 2020.12.22 11:22수정 2020.12.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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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 날도 있네. 나중에 이날을 버틴 추억을 자식들에게 이야기하겠지?"
"응~ 이것도 교과서에 실린다. IMF처럼 ㅎㅎ"
"그니까 ㅋㅋ 애들 현대사 공부할 거 하나 늘었네."
"벌써 12월이다. 무섭다. 시간이 ㅋㅋ 아까운 시간 행복하게 살자."
"좋아요! 하루는 하루라서 소중해."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에서 이 시간을 어떻게 추억하게 될지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 같았으면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폭풍 수다를 떨었을 친구들과의 비대면 대화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번지면서 그동안 우리는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만남을 미뤄왔다. 그러나 2020년 마지막 12월 달력을 펼치면서도 서로의 안부를 단톡방에서 나누고 있었다.

그사이 누군가는 아이를 낳았고, 처음 겪는 육아와 함께 집콕 생활로 힘들어했다. 누군가는 처음 겪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반 토막 난 매상을 마주하면서도 직원 월급을 챙기느라 힘들어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본캐를 잃은 상태에서 글 쓰는 부캐마저 뜻대로 안 돼서 힘들어했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힘들어했으나 또 저마다의 이유로 감사 거리를 악착같이 찾아내며 웃었다. (관련 기사 : 집콕 하며 '코로나 우울 백신' 개발합니다.)

"나중에 꼭 오늘을 웃으며 추억하면 좋겠어. 그러려면 요즘을 잘 버텨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러게~ 다시 마음잡고 잘 보내야지!"



감사 일기를 쓰며 한 해를 돌아보다
 

2020년 한 해를 돌아보며 코로나 19 덕분에 얻은 것을 기록한 감사 일기. ⓒ 이은영

 
나는 멘털이 흔들릴 때마다 일기장을 펼쳤다. 하루에 3가지 이상은 반드시 감사 거리를 찾아 기록하고 잠들었다. 이러한 생활 습관은 종교적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다.

뇌를 사용하는 방식이 바뀌면 뇌의 구조도 바뀌게 되는데, 이를 뇌 가소성(neural plasticity)이라고 한단다. 과거에는 뇌가 성장을 다 하면 뉴런 등의 뇌세포가 그대로 안정화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습이나 여러 환경에 따라 뇌세포는 계속 성장하거나 쇠퇴한다고 한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는 오래된 신경 세포는 쇠퇴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는 등 굉장히 활발한 뇌 가소성을 보인다고 한다. 

덕분에 나이가 들수록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라는 성경 구절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임을 깨닫는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추억은 -저마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힌다.' 누군가는 2020년을 코로나로 인해 인생이 없어지거나 망한 한 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멋지게 기록해 나간다. 

경험에 의하면 모든 만남은 대부분 끝이 좋으면 전체적으로 좋게 기억되곤 했다. 그러므로 2주 정도 남은 12월도 나는 감사 일기로 채우려고 한다. 세상이 내 계획대로만 되지 않음에 무력함을 느끼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겸손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덕분에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은 나를 성장시킨 감사한 한 해로 또 한 번 기록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은영 기자 브런치와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감사일기 #뇌가소성 #코로나19팬데믹 #자존감 #추억은다르게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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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씁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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