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모래톱의 기적... 금강에 나타난 흰꼬리수리 4마리

다시 나타난 맹금류들... 보 해체만이 참수리와 검독수리를 부를 수 있다

등록 2020.12.23 12:09수정 2020.12.23 12:56
0
원고료로 응원

2006년 확인한 맹금류 3종 . ⓒ 이경호


2006년 세종보 상류의 작은 모래 섬에서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2호), 참수리(천연기념물 243-3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4호) 한 번에 만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찾을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3종 모두 멸종위종 1급이며 천연기념물로 보호 받는 종이기 때문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3종 모두 등재돼 보호받는 국제보호종이다. 모두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실제 만나기 어려운 종들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흰꼬리수리는 금강에 매년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실제 개체수는 10개체 내외에 불과하다. 참수리 역시 금강에 매년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실제 서식 개체수는 2~3개체 정도로 추산된다. 400km에 이르는 금강에 10개체 내외의 서식실태이니, 만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참수리는 금강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실제로 목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종이다. 

특히 검독수리는 금강뿐만 아니라 국내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매우 적은 종으로 야생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필자 역시 2006년 3종을 한자리에서 만난 이후 검독수리를 만난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귀한 종이다. 사냥능력이 뛰어나 사냥매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부터다. 4대강 사업은 대규모 준설과 보설치로 작은 모래톱을 금강에 남겨 놓지 않았다. 모래톱과 자갈밭등이 사라지면서 두세 종이 모여서 먹이를 가지고 다투는 모습을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금강에 서식하고 있는 대형 맹금류인 흰꼬리수리, 참수리, 검독수리는 4대강 사업 이후 모래톱이 아닌 비행하는 모습 등으로 아주 가끔 확인될 뿐이었다. 

가끔 확인되는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는 합강리 주변에 서식하고 있지만 쉬면서 먹이를 먹을 곳이 없어 방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문이 개방되면서 하천에 모래톱에 다시 맹금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여 마리의 독수리가 모래톱에서 휴식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모래톱에 앉아 있는 흰꼬리수리 ⓒ 이경호


지난 22일에는 합강리 하류에 형성된 대규모 모래톱에 총 4개체가 한꺼번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2006년처럼 3종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한자리에 4개체를 만날 수 있는 것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형이 변하면서 다양한 맹금류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톱과 자갈밭 등은 실제로 제첩과 모래무지 최근 확인된 멸종위기종 미호종개와 흰수마자의 직접적인 서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새들에게도 매우 좋은 쉼터가 된다. 과거 이런 지역에 황오리 300마리와 기러기류 5000마리가 월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황오리는 10여 마리정도와 기러기류는 500여 마리가 월동하는 정도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고라니도 확인했다. 모래톱에 찾아와 먹이를 찾고 놀고 있는 고라니의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네 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런 모래아 자갈밭인 것이다. 유식한 말로 비오톱이라고 한다.
 

모래톱에 놀고 있는 고라니 . ⓒ 이경호


참수리,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등의 최상위포식자 맹금류부터 기러기 등의 수금류 서식처가 됐던 금강이 4대강 사업 이후 개체수가 1/10이 급감하고, 종자체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모래톱에 함께 있는 4마리의 흰꼬리수리는 다시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개체수의 철새들의 월동 소식을 들으 수 있을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지형이 복원되면서 흰꼬리수리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면 한꺼번에 이렇게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강 세종보 수문이 열린 지도 3년이 되어간다. 이제 보 해체를 통해 실제적인 금강의 본 보습으로 재자연화돼야 한다. 실제 이렇게 된다면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 5000마리의 기러기와 300여마리의 황오리를 모래톱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다시 검독수리와 참수리 흰꼬리수리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날을 기다려본다. 
#고라니 #흰꼬리수리 #모래톱 #자갈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이 기자의 최신기사 대전시, 제비 둥지를 찾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