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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가장 영광스러운 직책'을 아십니까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⑥-2 : 여성의날, 붉은 장미, 편지

등록 2020.12.24 11:21수정 2020.12.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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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함께 공동기획으로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4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8편의 이야기 글('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을 선보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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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호주제 폐지안 등을 의결했다. 호주제 폐지안은 재석의원 235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8명, 기권 16명으로 가결됐다. ⓒ 이종호


[지난 기사] 노회찬이 "깊은 반성"과 함께 14년동안 한 행동 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은 기쁜 날!", 장미꽃과 호주제 폐지

장미꽃의 의미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존엄성'을 상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호주제 문제는 여성의 존엄성을 가로막아온 핵심 장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회찬의 3.8 장미꽃 최초 전달이 있기 6일 전인 2005년 3월 2일 호주제 폐지를 골간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재석 235석 중 찬성 161표, 반대 58표, 기권 16표). 노회찬은 개인 논평을 통해 "오늘은 기쁜 날!"이라며 "새로운 신분등록부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실현,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호 등 호주제 폐지의 기본취지를 그대로 담을 그릇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2005년 3월 2일 오후 5시 32분! 한 세기 동안 여성에게 억압과 굴종의 굴레가 되어왔던 호주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늘은 기쁜 날! 역사는 제17대 8차 본회의를 그렇게 기록할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노회찬이 첫 대표발의 한 법안은 2004년 9월 14일 제출한 민법 개정안이다. '아들이 우선 승계하는 호주제가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호주와 가족 구성원 간의 가부장적인 관계를 고착시키므로 이를 폐지하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했던 것을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김용갑 등 당시 한나라당 남성 의원들이 호주제 폐지 반대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노회찬의 행보는 당시에도 파격적이었다. 이 때문인지,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된 직후 <한겨레21>이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노회찬은 '여성 친화적인 남성의원' 1위로 뽑혔다.

2004년 12월 27일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여야 국회의원 152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주제의 연내 폐지 관철을 위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남성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호주제는 가부장제의 재생산을 통한 여성 통제로 실제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호주제가 15대, 16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17대까지 온 것은 우리 역사의 수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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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7일,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주제의 연내 폐지 관철을 위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중앙 쪽으로 노회찬 의원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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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현수막을 잡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박규님(노회찬의원실 보좌관), 김원정(정책위원) 두 사람의 손에 든 장미꽃. ⓒ 노회찬재단

  
2007년 3월 2일 노회찬은 이경숙(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핵심 내용은 "2년 전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유예기간인 올해 말까지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마련해야 하는데도 호적법 대체입법이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호적법 대체입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4월 11일에는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새로운 신분증명제도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17대 국회는 새로운 호적법대체입법을 신속히 처리하여 호주제 폐지를 완성하라."

2007년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가결해 '호주'를 정점으로 한 '호적'제도가 역사의 무대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가 호주제 규정(민법 781조 1항 및 778조)의 헌법불합치 판결(2005.2.3.)을 내린 지 2년여 만의 일이다. 이로써 2007년 12월 31일까지 유보됐던 미완의 호주제 폐지가 2008년 1월 1일부터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뜻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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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8 세계 여성의 날 하루 전(3월 7일), 국회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에 장미꽃이 전달됐다. ⓒ 남소연

 
노회찬이 떠난 뒤 그의 장미꽃 전달은 2019년 3월 8일 노회찬재단의 1150송이 장미꽃 전달과 성평등 메시지로 이어졌다. 노회찬재단은 메시지를 통해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노회찬의 뜻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노회찬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회찬 의원이 바라던 것처럼 세계 여성의 날이 '여성에게 장미꽃'을 전하며 '성평등 실천을 다짐하는 축제일'이 되도록 노회찬 재단도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러 실천을 통해 '3.8세계여성의날'을 '로즈데이(ROH'S-day)로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도 했다.

관련한 이야기는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의 소식지(준비4호)의 '3.8세계여성의날을 '로즈데이(ROH'S-day)'로!'에 잘 나와 있다. 일부 내용과 사진을 발췌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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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회찬재단이 준비한 3.8세계여성의날 장미꽃. ⓒ 노회찬재단

 
- "3월 5일과 6일엔 노회찬재단 사무실이 장미꽃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지난 14년 활동을 떠올리며 진한 향기를 내뿜는 장미꽃에 편지 엽서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직접 찾아뵙고 장미꽃을 드릴 여성들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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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의 투쟁 모습. ⓒ 노회찬재단

 
- "악덕 사업주의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여성노동자, 아직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충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와 가정관리사, 미투 운동을 촉발하고 있는 성폭력피해 당사자들 그리고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소노동자, 여성기자, 여성단체 운동가들이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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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7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에서 만난 요양보호사들. ⓒ 노회찬재단

 
- "3월 7일 오후에 서울시 은평구에서 만나 뵌 요양보호사 분들은 3.8세계여성의날 유래를 듣고 장미꽃을 받으며 '이런 행사가 있는 줄 모르고 살았다' '노회찬 의원께서 말한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이 바로 우리들이다'고 말씀하시고 기뻐하셨습니다. 이분들께 직접 장미꽃을 드리며 가슴이 찡해지고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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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8일, 노회찬재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도 참가했다. ⓒ 노회찬재단

 
- "또한, 노회찬재단은 3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도 참가했습니다. 여성들께 장미꽃을 나눠주며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성평등 대한민국 실현을 약속했습니다. 한 중년의 남성분께서 다가오셔서 '나도 한 송이 주면 안 됩니까? 아내에게 주려고요' 하셔서 흔쾌히 드리며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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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노회찬재단은 대구·경남·광주·강원 지역의 후원회원 모임의 참여로 각 지역의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했다. 사진은 대구에서 장미꽃을 나누는 모습. ⓒ 노회찬재단

  
- 노회찬재단은 대구, 경남, 광주, 강원 지역의 후원회원 모임의 참여로 각 지역의 여성들에게도 장미꽃을 전달하고 노회찬의원이 생전에 염원했던 성평등 대한민국 실현을 노회찬재단이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20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아쉬운 일이 발생한다. 노회찬재단과 전태일재단이 함께 야심차게 공동기획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3시 STOP 여성파업' 행사(장소: 광화문 광장) 참가자들에게 장미꽃과 빵을 나누며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빵과 장미' 캠페인이 코로나19로 인해 전격 취소된 것이다. 

대신에 2020년 7월 15일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열 번째' 행사가 노회찬재단 주관으로 "전태일의 '풀빵'과 노회찬의 '장미'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된다. 

<이등병의 편지>의 작사·작곡가이자 가수인 김현성은 "(들고 나온 전태일평전) 책표지를 보니 아마 30년 전 쯤 같다. 처음 읽고 밤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어떤 사람들은 바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지만 바보들이 선택한 길은 세상에 깊은 의미를 준다"며 '고 노회찬 의원의 2주기 헌정곡'인 <반가워요>를 불러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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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열 번째' 행사. 이 행사는 노회찬재단 주관으로 "전태일의 '풀빵'과 노회찬의 '장미'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은 '이등병의 편지의 작사·작곡가이자 가수인 김현성이 노래하는 모습. ⓒ 전태일TV 갈무리

 
전태일다리 위에 선 조돈문(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연대'를 외친다. 

"50년 전 풀빵으로 연대를 외쳤던 풀빵연대를 실천하고 있나요? 높은 곳에서 내려와 낮은 곳을 봅시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연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배 이상 상승할 때 그 이상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지만 우리는 장미꽃으로 연대하고 6411번 버스 승객의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습니다. 6411번 버스와 함께 연대합니다."

배달·택배노동자 등 야외 노동하는 노동자들에게 '쿨(cool)'한 얼음물이나 음료수를 나누는 캠페인인 '쿨(cool)한 연대'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함께 제안한 황복연(노회찬재단 6411사회연대포럼 운영위원장)은 전태일다리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버스값을 아껴서 걸어갔던 전태일이 오늘 6411번 버스에 탑승합니다. 그 전태일에게 노회찬 의원이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넵니다. 전태일은 '이게 웬 장미꽃이냐'고 묻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허허 웃으며 '그냥 오늘 하루 힘내시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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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열 번째' 행사에서 환한 웃음으로 장미꽃과 얼음물을 건네는 노회찬재단 김형탁 사무총장. ⓒ 노회찬재단

 
이날 캠페인은 참가자들이 전태일다리를 지나가는 배달노동자들에게 얼음물과 장미꽃을 나눠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형탁(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은 "세계여성의 날은 과거의 역사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실천적 의제를 제시하고 주체를 호명하는 날이다. '빵과 장미'는 노동운동의 살아 있는 주제다"라고 일갈한다(매일노동뉴스, 2020.3.2.). 

아무쪼록 내년 3월 8일 즈음해서는 코로나19가 잦아들어, '풀빵과 장미꽃' 연대가 무난히 성사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노회찬도 같은 마음으로 소망할 것이다.

'노회찬과 장미', 네 가지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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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6월 독일을 방문한 노회찬. 노회찬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묘를 찾았다. ⓒ 노회찬재단

 
첫 번째 여담: 로자 룩셈부르크와 노회찬의 장미 : 1992년 4월 1일 만기출소 후에도 여권을 내주지 않아 해외로 나가지 못했던 노회찬, 마침내 여권이 나와 1996년 6월 독일을 방문해 동베를린 외곽 프리드리히펠데 묘지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잠들지 않는 붉은 장미' 로자 룩셈부르크가 혁명가, 사회주의자, 반나치스 투쟁, 스페인내전으로 숨진 사람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다. 노회찬은 그녀의 이름인 장미를 바치고 독일 소주를 올린다(<선대본 일기>, 2004.1.15.). 

"85년 전 오늘 밤 로자 룩셈부르크가 살해되었다. 향년 48세. 지금 내 나이다"라고 적은 노회찬의 일기는 1987년 서독 사민당이 참회의 뜻으로 제작한, 동베를린 란트베르 운하의 뒷벽 추모동판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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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6월 독일을 방문한 노회찬. 노회찬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묘를 찾았다. ⓒ 노회찬재단

 
"…억압과 애국주의와 전쟁에 대한 투쟁에서 확신에 찬 사회주의자였던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이트는 국수주의적 정치 살인의 희생자로 죽었다. 생명 경시와 인간에 대한 잔혹성은 인간이 비인간적일 수 있음을 인식케 한다. 그러한 폭력은 어떠한 갈등해결의 수단으로 남아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두 번째 여담: 수인번호 336호 노회찬과 '그해 여름의 흰장미' : 인민노련 사건으로 2년 4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해야 했던 노회찬은 부산 부모님께 매주 1회 꼴로 편지를 부친다. 현재 노회찬재단에는 서울구치소 시절의 서신 12신, 안양교도소 시절의 서신 7신, 청주교도소 시절의 서신 65신 해서 총 84신(동생 앞으로 보낸 서신 포함)의 서신이 소장돼 있다. 청주교도소 시절 서신 내용 중에는 여러 꽃들과 그 꽃들이 남긴 열매들이 가끔 자주 등장한다. 

해바라기,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살구꽃, 복숭아꽃, 다알리아, 사루비아, 국화, 흰 들깨꽃, 노란 결명자꽃, 코스모스, 맨드라미, 과꽃, 딸기(꽃), 칸나, 은행나무 등. 그런데 '안타깝게도' 붉은 장미꽃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1991년 4월 16일자 서신에 '흰장미'가 '그해 여름'과 함께 이렇게 등장한다. 

"…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사이에 어느덧 4월 중순, 정말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것 같군요. 아마도 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도 순식간의 일일 듯싶습니다. 시간이 풍부한 곳이지만 저는 항상 시간에 쪼달리는 것 같습니다. 이 바쁜 생활이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잠자리에 누워서도 가끔 이를 악물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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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해 여름의 흰장미' 포스터. ⓒ 라즈코 그릭

 
이번 주에는 지난 주말 MBC에서 했던 주말명화 <그해 여름의 흰장미>를 보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어느 시골 휴양지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 유고 영화인데 미국 영화와 달리 소재도 건전하고 또 영화촬영·편집 등의 기술도 그 수준이 몇 단계 위더군요. 본 뒤에도 잔잔한 감동이 길게 남는 영화였습니다.

TV 프로그램을 보니 요즘 MBC에선가 매주 수요일에 <세계문화기행>이란 프로를 방영하던데 내용이 좋고 도움이 되는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밤 11시에 시작하는 것만 아니라면 아버님 어머님께도 추천하고 싶은 기획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여담: <빵과 장미>, 그리고 노회찬 : '문화인 노회찬'은 영화와 책을 통해 '빵과 장미'를 불러낸다. 먼저,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꾸리에, 2010.1)의 '여는글'에서 노회찬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 관련해 이렇게 적고 있다.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린 겨울이었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묻혀버린 2009년의 시간 속엔 참 아픈 기억이 많이 남겨져 있다. 영하(零下)의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사람들의 말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제 꿈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가 많이 떠오르던 시간들이었다. 이 노장 감독은 불합리한 세계와 싸우는 일에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영화는 빵을 얻기 위해 국경을 넘어 미국의 호화호텔에서 잡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빵을 얻기 위해 하루 온종일 일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은 얼마나 지긋지긋한가. 그래도 이 여성은 장미(아름답고 우아한 삶)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두 차례의 민주정부 10년, 그것을 되돌아볼 때마다 더없이 참담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이 시기가 바로 우리가 빵을 얻기 위해 서둘러 장미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10년이 지나자마자 우리들의 꿈은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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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를 다룬 영화, 책.

 
캐서린 패터슨의 책 <빵과 장미>(문학동네, 2010)의 추천사로 노회찬은 이렇게 말한다. 

"<빵과 장미>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뜨거운 감동만이 아니다. 100년 전 미국의 낯선 풍경 속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재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래서 <빵과 장미>를 읽은 독자라면 그 사이 마음의 키가 10cm 이상 자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여담: "가장 영광스러운 직책"과 '장미헌정패' : 2018년 5월 16일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노회찬은 '정의당 여성당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성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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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6일 정의당 여상당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당시 모습. ⓒ 정의당

 
선대위 발족식에서 노회찬은 "제가 태어나서 맡은 직책 중 가장 영광스러운 직책을 오늘 이 자리에서 맡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영광이고 또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문제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 이 땅에 사는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의 공동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가사부담, 폭력으로부터의 위협, 경력단절, 차별 등 무수한 문제가 바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평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인사말을 한다(정의당 원내브리핑, 2018.5.16.). 

2019년 3월 6일 정의당 여성당원 일동 명의의 '장미헌정패'가 노회찬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2019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지난 14년 동안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하여,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 세상을 위해 앞장서 왔던 페미니트스 정치인 고 노회찬 대표를 기억합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을 담아 장미를 헌정하며 그 뜻대로 '여성이 당당한 나라'를 위해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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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6일 정의당 여성당원 일동이 노회찬에 전달한 '장미헌정패'. ⓒ 노회찬재단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⑦]으로 이어집니다(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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