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
▲ 지어지고 있는 월드컵대교. 2021년에도 여러 교통망의 확충 소식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박장식
2020년을 뒤로 하고 2021년 신축년 새 해가 밝은지도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나갔다. 한국 철도, 그리고 한국 도로에도 2021년 새로운 개통 소식들이 기다리고 있다. 또 새해의 시작부터 KTX의 새로운 노선이 개통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관련기사 : 갓 태어난 KTX-이음, 직접 타봤습니다)
신축년에도 적잖은 노선들이 개통되는데, 상습 정체 지역이나 교통 음영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소식이 많다. 특히 지금껏 도시철도 노선이 없어 불편을 겪었던 울산광역시에는 동해선 광역전철이 개통한다. 1995년 광역시 출범 이래 25년만에 '교통카드를 찍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
2021년에는 어떤 교통망이 새로이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았다. 전철 및 철도의 새로운 개통 소식은 물론, 더욱 가는 길이 편리해지는 '소띠 해' 달라지는 점들을 모두 짚어 보았다.
'한 정거장 개통' 많네... 고산·도라산·탕정역 등 문 연다
올해는 유독 '한·두개 정거장' 단위의 전철역이 새로이 문을 여는 일이 늘었다. 이른바 '단거리 연장'이 대세가 된 셈인데, 하남과 의정부, 인천과 아산, 파주와 대구 등 지역도 다양하다.
먼저 3월에는 공사 지연으로 미루어졌던 5호선 하남연장선의 강일역, 하남시청역, 하남검단산역이 문을 연다. 이미 미사역 등의 개통으로 미사지구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5호선 하남연장선. 잔여구간까지 개통되면 시 승격 이후 31년간 도시철도가 없었던 하남시의 교통망이 지하철을 중심으로 완성된다.
5월에는 의정부경전철 고산역이 개업한다. 탑석역 너머 차량기지 내에 위치한 고산역은 최근 개발되는 고산지구 주민들에게 편리를 제공한다. 다만 연계교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교통대책이 필요하다.
6월에는 7호선의 부평구청역에서 석남역 사이 구간이 새로 개통된다. 산곡역과 석남역이 새로 문을 여는데, 석남역에서는 인천 지하철 2호선과 환승도 가능하다. 교통이 불편했던 인천 서구 일대에서 편리하게 부평구청, 부천 상동, 서울 등으로 갈 수 있게 된다.
8월에는 1호선 장항선 구간의 탕정역이 문을 연다. 아산역과 배방역 사이 탕정지구에 위치한 탕정역은 2008년 1호선 천안-신창 구간 개통 이후 13년만에 지어지는 새로운 역. 현재 역 인근에서는 아산신도시 사업이 한창인데, 아산신도시의 수요를 전철역이 잡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시 8월에는 KTX와 SRT에도 '새로운 중간역'인 서대구역이 생겨난다. 동부권에 비해 공단지대가 많아 상대적으로 낙후된 대구 서부지역에 새로운 교통거점이 생겨난다는 의의를 갖는다. 대구광역시는 서대구역에 복합환승센터를 설치하고, 역세권개발사업을 진행하여 낙후된 서부지역에 숨통을 튼다는 계획이다.
9월에는 1974년 광역철도 개통 이래 처음으로 민통선 안쪽 도라산역까지 교통카드를 이용해 갈 수 있다.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인 도라산역은 안보관광과 남북철도연결사업의 중심역의 상징성도 크다. 수도권 전철이 운행되면 도라산역을 중심으로 한 파주 지역의 안보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이 더욱 빨라진다... 상습 정체구간 지하도로 개통
▲ 지하화 공사가 진행 중인 서부간선도로, 공사가 완료되면 소요시간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 박장식
서울의 서부간선도로, 국회대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꽉 막혀서 들어가기 싫은 도로'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매일 상습정체로 시달리는 두 도로는 '새벽 3시에도 길이 막히더라'는 괴담까지 돌 정도로 많은 교통량과 그에 비해 부족한 도로 수용량으로 어려움을 겪곤 했다.
올해에는 드디어 두 도로의 숨통이 트인다. 4월 16일에는 국회대로의 신월동-여의도 구간을 한 번에 터널로 잇는 서울제물포터널이 개통한다. 기존의 경인고속도로와 같은 길을 대심도로 파고드는 제물포터널은 신월동에서 목동을 거쳐 여의대로에 이르기까지 7.53km 구간이다.
기존의 국회대로는 차량 정체와 목동IC 이후 구간의 자동차전용도로 해제 등이 맞물려 40분이 소요되었으나, 제물포터널을 통하면 10분 내외로 신월동에서 여의도를 주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행료는 2400원으로, 개통 이후 서울시는 국회대로의 지상 구간을 저심도 지하차도 개통과 함께 녹지화한다는 계획이다.
역시 가장 심각한 정체로 악명이 높은 서부간선도로도 약 10km에 달하는 구간이 8월이면 지하화된다. 유료도로로 운영되는 서부간선도로 지하 도로가 개통되면 기존 도로 역시 병주하는 형태로 유지된다. 2021년부터 모습을 드러낼 고속화도로 지하화를 통해 경인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의 정체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부간선도로와 연결된데다, 서울에서 가장 정체가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한강 다리인 성산대교에도 숨통이 트인다. 상암동과 양화동을 잇는 월드컵대교가 무려 11년에 걸친 오랜 공사 끝에 8월 개통한다. 월드컵대교는 황포돛대를 연상케 하는 비대칭 사장교로 지어진데다, 자전거도로 역시 병주한다. 단순한 길을 넘어 서울 서부권의 새로운 명소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토 한복판 파고든다... 중부내륙선 개통
한반도의 정중앙부를 파고드는 새로운 간선철도가 열린다. 이천시에 위치한 경강선 부발역에서 출발해 음성을 거쳐 충주로 향하는 중부내륙선 철도가 올해에 개통할 예정이다. 경강선을 통해 판교역에서 수도권과 직접적으로 연계가 가능한 중부내륙선은 철도망이 빈약했던 국토 내륙지역의 새로운 교통망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기존 철도로는 오송역이나 제천역에서 환승을 해야만 해 2시간이 넘게 걸렸고, 버스로도 1시간 30분이 걸렸던 서울에서 충주까지의 철도 상 거리도 줄어든다. 충주에서 판교까지의 소요시간은 50분 정도가 걸리는데, 판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면 1시간 남짓에 서울 강남 일대까지 향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충주에서 문경까지 이어지는 2단계 구간이 2023년 개통하면 김천과 영주를 잇는 경북선과 연계되어 그동안 빈약했던 국토 종단 노선이 새로이 완성된다. 노선이 완전 개통되면 그간 충북선, 중앙선 등에 몰렸던 화물 수요 역시 분산되고, 여객 수요 역시 분산되어 수도권과 남부 지역을 잇는 제3의 길이 될 전망이다.
아쉬운 점은 수도권에서 다른 일반철도와 이어지지 못하고, 서울과 바로 노선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 경부선으로 향하는 화물을 우회할 평택부발선, 서울까지 여객을 운송할 수서광주선이 모두 삽을 뜨지 못한 채 현재도 기본계획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두 노선이 빠른 시일 내에 개통해야 중부내륙선의 진가가 발휘되지 않을까.
울산에도 드디어 전철이... 동해선 울산에 온다
▲ 복선전철화 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동해선 좌천역. 8월이면 울산에서 부산을 잇는 동해선 전철이 개통된다. ⓒ 박장식
1995년 광역시 출범 이후 도시철도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던 울산광역시에 처음으로 '교통카드를 찍고 탈 수 있는 전철'이 생긴다. 올 가을이면 동해선의 울산 구간이 개통한다. 이렇게 되면 부산 부전역에서 일광역을 잇는 동해선 광역전철이 좌천, 남창을 거쳐 울산 시내의 태화강역을 지나 울산 북구까지 이어진다.
이미 동해선이 개통한 지역에서는 부산 일대의 심각한 교통정체를 비해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해운대구나 기장군 일대에서는 긴 배차간격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맞춰 꼭 탑승할 가치가 있는 열차'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일광해수욕장 인근의 나들이 수요도 늘어났다.
새로이 광역전철이 개통하는 곳은 기장군 북부의 월내역과 좌천역, 울주군 남부의 남창역과 덕하역, 망양역이 있고, 울산 도심에는 태화강역, 그리고 새로이 문을 여는 울산송정역(가칭)과 선암역이 있다. 해당 노선은 울산광역시 내부의 수요 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사이의 시간적, 심리적 거리를 대폭 줄인다.
특히 부산 등 지역에서 울산으로 일일 나들이를 나가는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울산광역시는 공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태화강국가정원, 대왕암공원, 그리고 십리대밭 등 자연과 도시의 풍광이 어우러진 관광지를 개발한 상황. 동해선 광역전철 개통이 여러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철길 아래 묻힌 신라 흔적 빛 볼까... 경주 구간 철도 이설
경주에 남은 대표적인 신라시대 유적인 사천왕사지와 황룡사 터 한 귀퉁이에는 일제강점기 지어진 철길이 밟고 지나간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가만히 황룡사 터에 서 있으면 이따금씩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 특히 이렇게 유물 곳곳을 밟고 지나갔던 철길은 일대의 발굴조사에도 어려움을 끼쳤다.
그랬던 철길이 올해 사라진다.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경주 곳곳의 유적지를 밟고 지나가던 경주 시내의 철길이 외곽으로 옮겨지기 때문. 이미 KTX가 정차하는 신경주역이 경주역의 이름을 이어받고, 영천에서 내려오는 중앙선과 울산에서 올라오는 동해선을 오가는 여객열차들을 받아들일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 2021년 바뀌는 소식 중 하나로는 경주역의 이설 소식도 있다. 수학여행의 추억 하나씩을 묻어두고 있을 시내의 경주역은 문화재 복구 등으로 인해 8월이면 문을 닫는다. ⓒ 박장식
이번 이설이 이루어지면 선로 전체가 경주 바깥쪽을 훑고 지나간다. 그렇게 되면 시내 한복판의 경주역 뿐만 아니라 사라지는 간이역도 적지 않다. 불국사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남쪽의 불국사역, 도로교통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양동마을의 발 노릇을 했던 양자동역 등 적지 않은 간이역들에 남겨진 철로가 걷혀질 예정이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갈 때, 서울에서 '단체기차'를 타고 대여섯 시간을 달려간 끝에야 만났던 경주역의 한옥 역사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경주 시내의 철길이 이설되는 것은 이번 늦여름 즈음으로 예정되어 있으니,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늦기 전에 추억을 되살리러 경주에 가봐도 좋지 않을까.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보령-태안 잇는 해저터널 개통도
도로와 고속도로 개통 소식도 있다. 가장 먼저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화성 횡단 구간 개통이 예정되어 있다. 화성분기점에서 출발해 비봉, 팔탄, 남양을 거쳐 마도IC까지 이어지는 해당 구간은 4월 개통하여 기존의 국도에 의존해야 했던 화성 중부, 서부 지역의 도로 교통망을 크게 개선한다.
이른바 '대구 4차 순환도로'의 마지막 퍼즐인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도 개통된다. 이미 대구광역시가 운영하는 구간은 모두 개통되었지만, 기존 고속도로와 연계되는 한국도로공사의 운영 구간이 올해 12월에 개통하는 것. 대구가 목적지인 차와 대구를 지나치는 차가 맞물려 출퇴근 시간이면 아수라장이 되곤 했던 대구 시내 고속도로 구간의 정체가 완화될 전망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새로운 해저터널의 개통이다.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원산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이 올해 말 개통한다. 한국에서는 통영, 거제, 그리고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지어지는 해저터널인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터널로는 첫 번째이다. 길이 역시 6.9km로 국내에 개통된 해저터널 중 가장 길단다.
보령해저터널은 이미 지난해 개통된 원산도에서 태안 안면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와 연계된다. 서해 바닷물에 갇혀 이어지지 못했던 충남 서부권이 한달음에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하루 세 번 운행되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던 보령과 안면도의 거리가 가까워진만큼, 관광 수요도 동시에 창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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