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거법 위반 김일권 양산시장 재판 왜 돌려보냈나

대법원 제2부, 파기환송 판결... 원심과 달리 '사실 공표 아니라 의견 표명' 판단

등록 2020.12.24 15:28수정 2020.12.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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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권 양산시장. ⓒ 남성봉

 
대법원은 김일권 양산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서 왜 다시 재판하라고 했을까. 대법원 제2부(재판장 박상옥‧안철상 대법관, 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4일 '파기환송' 판결했다.

김 시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나동연 후보(국민의힘)와 겨뤄 당선했다.

김 시장이 선거 직전인 5월 29일에 했던 기자회견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김 시장은 "나동연 후보 재임시절인 2012년 10월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이 준공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김 시장은 "그 전에 양산공장 부지가 좁은데도 행정 지원이 미비하고, 양산시가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음에 창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나 후보 재임기간에 행정미숙으로 인해 일자리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발언이 허위사실공표라며 기소했고, 1심에 이어 2심인 부산고법은 유죄로 보고 김 시장한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시장의 발언이 "의견 표명이 아니라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건설이 나동연 후보의 시장 재임기간 전에 결정된 것이어서 나동연 후보와는 관련이 없음에도, 마치 나 후보의 양산시장 재임기간 행정미숙으로 인한 것처럼 표현한 것이어서 허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넥센타이어의 창녕공장 건설에 따른 양산시의 일자리 감소가 나동연 후보와 전혀 관련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발언을 상대 후보자의 공직적격성 검증을 위한 의혹의 제기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발언의 문언 자체만을 중시하더라도 '이로써 나동연 후보의 재임기간에 일자리 대참사가 발생하였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발언에는 분명 '나동연 후보의 재임기간의'가 아니라 '나동연 후보의 재임기간에'라고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기자회견문에 대해 "전체적으로 '넥센타이어 재유치 등 적극적 행정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피고인(김일권)의 선거공약과 정책방향을 밝히는 내용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기자 질의응답과 관련해, 대법원은 "'넥센타이어 창녕부지 이전 결정은 오근섭 시장 시절에 결정 난 것이 아니었나?'라는 기자의 질의에, 피고인은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 넥센타이어는 행정기관의 협조부재로 창녕을 떠난 것이다'라고 대답하여 창녕공장 건립 결정이 나동연 후보의 양산시장 재임 전에 이루어졌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결국 피고인은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양산시의 행정지원 미비로 넥센타이어 공장이 양산에 건립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지역사회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었으므로, 넥센타이어 양산 재유치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자신의 정책 지향과 포부를 유권자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기자회견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하여 피고인은 종전 양산시정의 책임자가 피고인이 기자회견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은 '넥센타이어 공장의 양산 재유치'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은 것이 바로 '행정미숙'이고, 그로 인하여 '일자리 대참사'가 발생하였다는 상황 인식에 터 잡아, '넥센타이어 재유치' 등의 정책을 실현하여 양산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핵심 공약을 제시하여 유권자의 지지를 구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이와 달리 원심의 판단처럼 '창녕공장 건립결정의 책임 소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발언을 두고, '누가 보거나 듣더라도 넥센타이어 공장이 양산시가 아니라 창녕군에 건립된 것은 나동연 후보의 양산시장 재임기간에 있었던 행정미숙 때문'이라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양산시의 행정미숙으로 넥센타이어가 양산시가 아니라 창녕군에 공장건립을 결정하였고, 나동연 후보의 시장 재임기간 동안 양산시에 일자리 대참사라고 볼 만큼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발언의 전․후 맥락에도 맞고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김 시장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일부 언론사 뉴스를 언급한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에 대한 원심의 이해와는 사뭇 다르다"고 했다.

대법원은 "발언의 내용이 '… 행정미숙 때문'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가 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도 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은 사실의 공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정반대다.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을 가리켜 나동연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의 맥락과 경과 및 전후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 사건 발언의 의미를 단선적으로만 해석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고 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제250조 제2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선무효다. 김일권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다시 부산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김일권 시장 #양산시 #대법원 #나동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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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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