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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연출, 공동제작, 주연까지 맡은 이 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20.12.26 12:31최종업데이트20.12.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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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컷 ⓒ 넷플릭스

 
얼마 전 2035년의 이야기를 쓴 책을 읽었다. <천 개의 파랑>에서 2035년의 세상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 로봇이 다양한 곳에 공급되어 인간을 대체하고 있었고, 현재의 삶처럼 2035년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고단한 세상이었다. 환경은 좀 더 황폐화되었고 인간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쫓는다는 것도 내용에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엔 2049년의 세상이다. 지구는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북극권 일부만 아직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곳의 사람들도 대피하는 중이다. 그들은 지하 어딘가로 대피하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병에 걸린 오거스틴 로프트하우스(조지 클루니) 박사는 대피하지 않고 북극의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는다. 자신밖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천문대에 며칠 뒤 어린 꼬마 아이리스를 발견하게 되지만 연락이 닿는 곳은 없고 둘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생활한다.

오거스틴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활동 중인 우주선을 검색한다. 에테르호가 활동 중임을 알게 되고 통신을 시도하지만, 바르보 천문대의 안테나는 성능이 좋지 않아 교신이 되지 않는다. 그는 에테르호와의 교신을 위해 멀리 하젠 호수에 있는 기상관측소까지 가기로 하고, 북극의 혹한과 눈보라에 맞선다. 

그가 교신하려고 하는 에테르호는 지구를 대체할 식민지를 찾아 나선 우주선이다. 수천억 개의 위성 중 한 개, 인간이 살 수 있는 별인 목성의 위성 K-23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돌아오는 중이다. 에테르호의 우주인은 다섯 명. 그중 설리(펄리시티 존스)는 오거스트의 딸이다. 

그는 딸에게 지구에는 미래가 없음을 알린다. 서로에게 마지막이 될 교신에서, 오거스틴은 설리에게 식민지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다. 설리는 목성의 빛에 반사된 주황빛 하늘을 이야기하고, 오거스틴에게 호수까지 간 이유를 묻는다. 

"누굴 돕고 싶었오."

우주 식민지 건설에 빠져 사랑하는 여인과 딸에게 소홀했던 오거스틴 딸을 위해 하젠 호수까지 험난한 길을 간 것이었다.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딸이 앞으로 자녀를 낳고 살아가게 될 그 땅에서, 딸과 함께 붉은 하늘을 바라보는 마지막 상상을 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는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가 원작이며, <레버넌트>의 각본을 맡았던 마크 L. 스미스가 각색을 맡았다. <컨페션>, <굿나잇 앤 굿럭>, <킹메이커>, <서버비콘> 등으로 감독으로도 인정받은 조지 클루니가 연출과 공동제작, 주연까지 맡았다. 

SF, 판타지가 섞인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갖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재난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재난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재난의 상황은 우주에서 바라보는 먼지에 뒤덮인 지구의 모습과 오거스틴이 전하는 지구의 운명에서 알 수 있을 뿐이다. 

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북극의 풍경은 극한의 상황을 그린 영화 <투모로우>보다 더 황량하다. 황량한 고요를 통해 지구의 멸망이라는 느낌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을 우주에서 떠돌다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인들은 영상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며 가족을 그리워한다. 미첼(카일 챈들러)과 샌체스(데미안 비치르)가 멸망하는 지구로 귀환하는 이유가 가족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는 우주 영화에서 그러는 것처럼 우주선에서의 일상과 북극 기지에서의 오거스틴의 생활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거기에 각각의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로 우주선이 망가져 비상신호가 울리고 고치고 하는 모습. 수혈을 중단하면 일주일도 못 버티는 그가 혼자서 수혈하는 모습. 하젠 호수에 가기까지 북극의 땅에서 벌어지는 위험. 우주에서 안테나를 고치다가 벌어지는 위험 상황 등. 북극과 우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과 예측 불허의 위기 상황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에서 긴장감을 주어 영화에 몰입하도록 이끈다.

영상은 고요하고 쓸쓸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환상적인 모습과 북극의 모습도 담고 있다.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조지 클루니의 연기는 죽음을 앞둔 고집스러운 과학자이자 딸의 미래를 염려하여 마지막 사투를 보여주는 노인의 모습 그대로다. 

영화는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된다.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땅인 지구로 귀환하는 미첼과 샌체스도, 하젠 호수까지의 먼 길을 에테르호와 교신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가는 오거스틴도 결국은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거스틴을 계속 따라다니는 아이리스는? 아마도 죽음에 임박한 오거스틴에게 나타난 어린 딸의 환영은 아니었을까 싶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포스터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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