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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기본소득 받은 학생들, 어디에 돈 썼을까

[월간 옥이네]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후 공론장 개최... 결과 토대로 필요성과 가능성 논의

등록 2020.12.28 09:26수정 2020.12.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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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기본소득 공론회 ⓒ 월간 옥이네

 
한 달 반의 여정이 끝났다. 9월 22일 청소년 기본소득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안내중학교 전교생 대상 기본소득 실험을 거쳐 지난 11월 10일 공론장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펼쳐진 기본소득의 나래가 많은 의견을 입고 이제는 멀리멀리 퍼져나갈 차례다(관련기사 :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옥천에서 시작합니다 http://omn.kr/1qasc).

11월 10일 오후 7시, 충북 옥천군 청소년수련관 별관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커다란 카메라들과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복닥거리는 인파 속 커다랗게 무대를 장식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프로젝트를 기획한 옥천 청년 모임 Too를 비롯해 실험에 참여한 안내중학교 학생, 예산을 지원하고 공론장을 마련한 서울시 청년허브,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박형용 위원장, 옥천군의회 임만재 의원 그리고 청소년 정책에 관심을 둔 지역 주민들이 모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이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결과로 보는 청소년 기본소득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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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기본소득 공론회 ⓒ 월간 옥이네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서울시 청년허브를 통해 지원받은 예산으로 10만 원씩, 2회에 걸쳐 1인당 총 20만 원을 지역화폐인 향수OK카드를 통해 지급했다. 학생들은 기본소득을 소비한 날마다 일지를 작성했다.

청소년들이 작성한 사용일지에는 '가족에게 밥을 살 수 있었다', '친구와 자주 만나 놀 수 있게 됐다', '꿈과 관련된 도서를 구매했다'는 등 기본소득을 단순히 소비한 게 아니라 관계 형성과 미래를 위해 사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Too의 이해수씨는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소비 내용 중 놀이시설을 이용한 경우가 하나밖에 없었다"며 "그만큼 지역에 청소년 놀이시설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읍에서는 미용실, 편의점, 문구 등 사용처가 다양했던 반면, 면에서는 마트와 식당밖에 없었다"며 실생활에 필요한 소비처의 읍면간 불균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실험에 직접 참가한 청소년이 느끼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은 무엇일까. 안내중학교 강백두 학생은 "친구들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가정도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도 공평하게 관계를 형성하고 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관계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오정오 공동대표도 힘을 실었다. 교사인 그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자립, 자존감, 독립 그리고 관계다. 그것도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라고 느꼈다. 기존에도 국가에서 청소년을 위해 예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자립심, 자존감, 관계 형성이 얼마나 이루어졌느냐를 따져본다면 기본소득에 지원되는 예산은 그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내중학교 학부모이자 지역 주민으로 자리에 참석한 박연화씨는 학생들의 기본소득 사용 과정을 지켜본 소감을 공유했다. 그는 "처음에는 학부모들이 '큰돈을 막 쓰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많이 했다.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돈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함께 모여 '같이 무엇을 할지' 적극적으로 의논하는 모습이었다"며 "소비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적립할 수 있고 사용처도 넓어진다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돈을 모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자립심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의 득과 실에 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기본소득 지급 전, Too는 실험을 진행하는 안내중학교 전교생에게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지역 경제 선순환이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실제 지역화폐를 사용하다 보니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만 14세 이상만이 지역화폐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성인 보호자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다 보니 그 내역이 모두 보호자에게 공개되는 것. 이는 청소년 스스로 온전한 소비를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따르기도 했다. 또한, 지역화폐 사용이 되지 않는 상점도 있어 사용 시마다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다양한 의견으로 만들어 갈 다채로운 청소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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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기본소득 공론회 ⓒ 월간 옥이네

 
필요한 제도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옥천교육지원청 노한나 장학사는 "원하는 게 있으면 선거 때 공약으로 요청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 정책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조직하고 연대해 의제화한다면, 우리 공무원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18세 선거권'을 언급하며 낮아진 선거연령의 힘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더불어 옥천군의회 임만재 의원도 "1년에 2번 청소년 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서 안내중학교 학생이 청소년의원이 되어 청소년 기본소득에 대해 모의 조례를 제정해 발표하기면 좋겠다. 또 지역 신문에 청소년 기고를 통해 자신만의 논리로 어른과 선출직 공무원을 설득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공론장 현장에서는 "처음에는 설령 잘못된 소비를 했더라도 그 경험을 토대로 계획된 소비생활을 확립하면서 기본소득을 통해 훌륭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기본소득도 시행되어야 하지만 농민 기본소득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 "옥천군이 아동 친화 도시로 선정된 만큼 아동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돈은 관계성을 북돋아 주는 힘을 갖고 있고, 관계성이 있어야 사회성을 향상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전에 실제적인 경제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등 청소년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충북도의회 박형용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은 청소년의 지위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면서 꿈을 키우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라며 "경제적 문제로 청소년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청소년이 행복한 충북도를 위해 이것을 법제화하고 지자체에서 정책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Too는 이번 실험의 내용을 담은 자료집을 만들어 12월 중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은 끝났지만 기본소득 강연이 열리는 등 지역 안팎에서 이와 관련한 의제가 한동안은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는 이번 실험을 발판삼아 12월 7일 책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인 오준호 작가를 초청해 '기본소득과 미래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옥천행복교육지구 마을아카데미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마을교육공동체특강 세 번째 시간으로, 오후 6시 30분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옥천군 옥천읍 삼금로 1길 10)에서 열렸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통권 42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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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옥이네 12월호에도 실립니다.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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