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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배웅하는 청소노동자, 이런 의원 또 있을까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⑧-2 : 떠나는 길, 청소노동자의 배웅

등록 2020.12.31 07:19수정 2020.12.3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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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함께 공동기획으로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4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8편의 이야기 글('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을 선보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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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7일 국회 영결식 당일 노회찬 의원을 떠나보내고 있는 국회 청소 노동자들. ⓒ 민주노총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기사] 노회찬 떠나는 길... "거기엔 어떤 특권도 없었다" 에서 이어집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 그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하다

노회찬, 그가 떠나는 마지막 길에 떠오르는 또 다른 한 장의 사진은 떠나는 길을 배웅하러 나온, 국회 청소노동자 분들의 고개숙인 행렬이다. 그날 그 시간 한 사람은 오열했고, 다른 이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의 삶의 기록을 정리하다 보면, 청소노동자 관련된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는 "그날 청소노동자의 배웅은 노회찬이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증명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며 이렇게 글을 이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노회찬은 그저 한 명의 의원이 아니었다. 그는 청소노동자들을 국회의 '동료'로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초선 때부터 청소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위해 힘썼고, '휴게실이 없어지면 정의당 사무실을 쓰라'고 말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장미꽃을 돌렸다." (박정훈, 노회찬과 김근태에게 '새로운 남성성'의 길을 묻다, 브런치, 2019.3.8.). 

"우리가 그분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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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김영숙 국회 환경미화노조 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그날 새벽 4시에 출근하는데 아들이 꼭 보라면서 기사 하나를 보내줬어요. 노 의원님 추모 기사였죠. 거기에 6411번 버스를 언급한 연설 전문도 같이 나왔더라고요. 새벽버스 타는 청소노동자, 투명인간 취급 받는 사람들... 모두 제 얘기였어요. 그걸 무려 7년 전에 저희들을 대신해서 얘기해주셨더라고요. 전 그 연설을 그분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됐어요."

어느덧 1년이 지난 김영숙 국회환경미화노조 위원장의 기억이다(노회찬 앞 오열한 청소노동자 "유일하게 사람대우 해준 분": [오늘, 노회찬 1주기] 김영숙 국회 환경미화노조위원장 "이런 사람,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 2019.7.23.).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 기억을 풀어놓던 김영숙은 대화 도중 수차례 휴지로 눈을 가렸다. 그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실 그때 운구차를 배웅할 엄두도 못 냈어요. 근무시간이기도 했고, 더군다나 우리는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으니까. 나중에 빈소에 가서 문상만 할 줄 알았지... 그런데 그 기사를 읽고 나니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우리를 투명인간에서 사람대접 받게끔 끌어내준 분인데 마지막 모습은 봬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시간 되는 사람들 모아서 바로 나간 거예요. 우리가 그 분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진심이었어요."

그날 김영숙은 밖에서 30분가량 서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운구차를 직시한 시간은 몇 초 채 되지 않는다. 영정 사진을 보자마자 쏟아져버린 눈물 탓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군 채 한참동안 "어떻게 보내드리냐"며 오열했다. 지난해를 곱씹던 김영숙 위원장은 "우리를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건 일상에서 느껴온 그의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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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7일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영결식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노 의원 영정이 고인이 머물렀던 의원회관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회 영결식이 진행된 2018년 7월 27일 오전. 국회에서 10년째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조정옥씨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제일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대부분 의원들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아요. 그런데 그 양반(노회찬 의원)은 마음을 다해서 사람 취급을 해줬어요.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해줬어요."(<아시아경제>, 2018.7.27.) 

조정옥의 말이 이어진다. 목이 메여 목소리는 자꾸만 몇 초씩 끊겼다. 눈물은 닦을 새도 없이 흘러 땀과 뒤섞이며 뚝뚝 떨어졌다. "국회에서 10년째 일하면서 여러 정치인의 장례식을 많이 겪었는데, 이렇게 나와서 본 적은 처음이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다. 그저 통탄스럽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 아깝지 않고 버릴 것이 없는 분이다."  

조승교(국회 환경미화원노조 부위원장)도 "노 의원은 저희를 많이 신경써주셔서 정말 많은 은혜를 입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에 꽉 쥔 손수건은 젖어있었다. 조승교는 "사람이 없는 새벽에 와서 일하는 우리는 노 의원님 말마따나 '그림자'다"며 "국회에서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약한 존재를 노 의원은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고 말했다.

조영옥은 노회찬을 "저희에게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환하게 웃어주셨다"며 "겸손히 머리 숙여 인사하고, 웃어주시고, 고생한다고 격려해주신 분"으로 기억한다(서울경제, 2018년 8월 4일).

옆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던 박태점(노조 사무국장)은 2016년 5월 '노조 사무실 사태'를 떠올리면서, "때때로 노동자에게 한 번씩 식사대접을 해 주시고 늘 위로해주셨던 분"이라며 "정말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개원 첫날 "국민 위해서 한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식사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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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 첫날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노회찬 의원간 만남의 자리. ⓒ 노회찬재단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노회찬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다보면 식사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2016년 5월 30일 오찬 간담회 자리가 있다.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의원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노회찬은 청소노동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청소노동자들이 남성 따로 여성 따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남녀칠세 부동석인가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도 노회찬과의 만남이 낯설지 않은 분위기였다. "국민을 위해서 한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들과의 식사에 앞서 노회찬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의 이런 행사는 사진 몇 장 찍으려고 형식적으로 하는 행사는 아닙니다. 현역의원으로서 정의당의 의원들은 특히 여러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국회라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들입니다. 비록 맡은 바 업무가 차이가 있을지언정, 국민을 위해서 한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라는 의식을 저희는 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20대 국회가 시작되는 바로 오늘 첫 행사로써 여러분들과 함께 식사하는 행사를 가진 것은 늘 여러분들을 직장동료로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많은 분들이, 저희들과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고, 누구보다도 먼저 생각하고 대변해야 되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다소 어색하고, 다소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진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심과 진심이 잘 통하기 바라고 저희가 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같이 깨우쳐 주시기 바라고, 또 여러분들이 일하는 동안 겪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저희들이 저희들 일로 생각하고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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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 첫날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노회찬 의원간 만남의 자리. ⓒ 노회찬재단

 
당시 국회사무처(사무총장 박형준)는 업무 공간 부족을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과 노동조합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퇴거 대상은 한국노총 국회환경노조 사무실로 사용되던 본관 252호실과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인 256호실이었다.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과도 같은, 노회찬의 말을 빌자면 '동물의 왕국'은 국회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의원들이 머무는 공간을 청결하게 관리해주던 청소노동자들은 졸지에 노조사무실과 휴게실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정의당과 노회찬은 오찬 간담회를 통해 "저희들이 노력할 것이고, 혹 일이 잘 안되면, 저희 사무실을 같이 씁시다. 정의당이 국회에 있는 한 여러분들이 외로워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원내대표로서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 청소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것은 '보여주기식 정치쇼'가 아니라 노회찬의 진심이었다. 이에 대해 김영숙 위원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나중에 정말 노조사무실이나 휴게실이 없으면 당신 사무실에 와서 같이 쓰자는 그 말씀에 굉장히 저희들은 큰 힘을 얻었죠. 왜냐하면 그렇게 말해주신 분이 없었고, 어쨌든 퇴거하라면 오갈 데 없이 그냥 한 구석진 자리에서 쉴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노회찬 의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저희들이 그 이후에 노조사무실하고 휴게실도 번듯하게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셨고요.

그러면서 의원님 말씀을 저희가 계기로 해서 직접 고용하는 데도 밑거름이 됐죠. 2016년 연말에 저희가 직접 고용이 되는 길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회찬 앞 오열한 청소노동자 "유일하게 사람대우 해준 분": [오늘, 노회찬 1주기] 김영숙 국회 환경미화노조위원장 "이런 사람,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 2019.7.23.).


2016년 6월 2일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한 편의 글(최봉진, [주장] 정치는 국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소외된 청소노동자 챙긴 정의당이 본보기)은 "이런 게 정치"라며 이렇게 말한다. 

"넓고 웅장한 의원회관 안에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고 주장하는 국회사무처와, 힘없는 청소노동자들의 방패가 되기로 한 정의당의 행보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며 동시에 소외받고 차별받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두루 살피는 것에 있다.

거대 정당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일을 원내 6석에 불과한 정의당이 솔선수범해 보이고 있다. 국민이 처해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을 그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툭하면 민생타령에 여념이 없는 거대 정당들이 정의당을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가까운 이웃"에게 장미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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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31일, 노회찬의 19대 국회 첫일정은 청소노동자와의 점심식사였다.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17대 국회(2004~2008) 때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이들과의 점심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설날 등 명절 때 청소노동자들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왔다. 2012년 5월 31일 19대 국회 첫 공식일정도 국회청소노동자 30여 명과 함께 한 점심식사 자리였다. 

노회찬은 "저를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여기 계신 청소노동자 여러분들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노고가 많으신 이웃에게 먼저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인사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과의 자리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수고해주시는 분들에게 소박한 감사의 정을 표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19대 국회 개원에 즈음해 의정활동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위탁업체에 고용돼 일하면서 퇴직금도 못 받다가 작년에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퇴직금과 월 5만 원의 식대를 받게 됐다"고 말한 뒤 "작년에 국회 사무총장께서 일자리 공공부문 창출 차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약속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노회찬에게 설명했다.

노회찬은 이에 대해 "그 약속이 지켜지도록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에게 건의하는 등 힘 보태겠다"고 약속하면서 "식대 월 5만 원 책정도 의원회관 식사가격 인상에 따라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노회찬은 "국회의 주인은 국회의원뿐만이 아니다. 17대 국회 때도 경위 분들, 속기사 분들과도 좋은 만남을 가졌다. 이분들이 모두 국회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이분들과도 좋은 만남 이어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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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4일, 국회청소노동자 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노회찬 의원. ⓒ 노회찬재단

  
이들의 만남은 며칠 뒤인 6월 4일 국회귀빈식당에서의 '국회 청소노동자 초청 정책간담회'로 이어졌다. 노회찬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전덕용(국회청소노동자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노회찬은 "국회에서 함께 일하는 여러분들을 돕는 것은 가까이 사는 이웃에 대한 애정이자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의 연대"라며 "의원회관 518호를 편안하게 드나드시며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전달해 달라. 고용조건과 처우개선 등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인사했다.

전덕용 위원장은 "노회찬 의원은 평생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일해오신 것을 잘 알고 있고,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애로사항 등 건의할 것들에 대해서 앞으로 노 의원님과 함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노회찬은 이후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조건과 처우에 관한 세부사항을 검토해나가기로 약속했다. 

한편 노회찬은 2005년부터 14년 동안 3월 8일 즈음하며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가까운 이웃" 분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노회찬은 세계여성의날인 3월 8일이면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에게 축하 편지와 함께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로 전달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도 빠지지 않았다. 2017년 3월 8일 노회찬은 페이스북에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입니다"는 문구가 담긴 한 장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국회 여성청소노동자 분들과 여성국회의원에게 장미꽃 한송이씩 드렸습니다. 여성페친 여러분들께도 장미꽃을 바칩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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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건넨 노회찬. ⓒ 노회찬 페이스북 갈무리

 
그가 떠나던 해인 2018년 3월 8일에도 노회찬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정의당 중앙당의 여성 당직자와 보좌진, 국회 여성청소노동자, 국회 정론관의 여성기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그가 함께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권력의 힘으로 강제된 성적 억압과 착취가 침묵과 굴종의 세월을 헤치고 터져 나오는 현실을 보며 정치인으로서, 한 여성의 아들이자 또 다른 여성의 동반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불평등하고 야만스러운 현실의 극복을 위한 가일층의 노력을 다짐하면서 세계 여성의 날이 우리 모두에게 성평등을 향한 힘찬 변화를 시작하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씨앗의 열매'와 '당당한 자부심'

노회찬이 신경을 쓴 것은 물론 국회 청소노동자들만이 아니었다. 특정 공간을 떠나 건물을 관리하는 분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식사 자리' 마련을 통해 자주 표했다. 진보신당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노회찬은 2010년 4월 21일 삶의 애환과 소소한 행복이 담긴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노회찬 점심번개'를 시작했다. 첫 번째 만남으로 연세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회찬은 이런 말을 건넸다. 

"고봉으로 된 밥... 오늘 어머니 밥상 오랜만에 받아봐서 정말 고맙습니다."

트윗밋을 통해 계속 이어진 점심번개는 이후 4월 22일(IT 업종에 종사하는 구로디지털단지 노동자들), 4월 23일(명동 하동관 곰탕과 공원에서의 커피 한잔), 5월 3일(대림역 채식 뷔페), 5월 4일(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 5월 6일(역삼역 대우식당), 5월 7일(여의도 공원 잔디밭 도시락 번개), 5월 11일(선릉공원 도시락 번개)로 이어졌다.
 

2010년 5월 4일 낮 트위터 점심번개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트윗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김시연

이런 만남과 경청은 2010년 4월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인간다운 노동'을 화두로 한,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을 보장하는 '8+8+8 서울만들기'" 공약 제안으로 나타났다. 노회찬은 이를 위해 ▲공공부문 노동시간 상한제 ▲노동시간 단축 기업 지원 ▲환경미화노동자 샤워시설 제공 ▲판매노동자 앉을 권리 보장 ▲건물청소 노동자 휴게공간 마련 ▲장기이동 건설노동자를 위한 쾌적한 숙소 마련 ▲식당 아줌마에게 쉼터 제공 ▲'직장인 문화의 날개'프로젝트 실시 등을 제시했다(노회찬, '8+8+8 서울만들기' 공약: "노동시간 단축부터 악기 지원까지", 레디앙, 2010.4.30.).

학교, 사무실 등에서 청소하지만 자신들의 마땅한 휴게공간이 없어 화장실과 창고, 계단 밑에서 식사를 하는 건물청소노동자에 대해서는 "관공서, 학교, 지하철 역사 등 공공시설부터 청소 노동자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민간 시설은 고용주 및 관리자에 대한 지도와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휴게 공간 설치 시 서울시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0월 15일 진보신당 대표에서 물러나게 된 노회찬이, 당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한 공식일정은 당사 건물 청소노동자들과 점심식사를 나누는 것이었다. 진보신당 당사가 입주해있는 건물의 청소노동자들과 평소 명절 등에 종종 식사를 함께 해온 노회찬은 "오늘이 제 대표 임기 마지막 날이라 그동안 수고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이렇게 모셨다"며 자리에 함께한 2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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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5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마지막 일정은 당사 입주 건물 청소노동자들과의 점심식사였다. ⓒ 노회찬재단

 
이번 글을 어떻게 맺을까 곰곰이 생각하는데, 김영숙 국회환경미화노조 위원장이 YTN 라디오의 이동형 앵커와 나눈 이야기와 청취자 댓글 가운데 하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내용이 담긴 글에는 <6411번 투명인간들, 고 노회찬이 바꿔놓은 것? "내 이름, 내 사진 들어간 출입증">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2019,.7.23.).  

이동형 앵커 :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고용 불안, 적은 급여, 이런 문제도 있었겠습니다만, 일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떨어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규직이 되면서 어디 가서 당당하게 국회에서 청소한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고, 존중을 받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 수 있고, 그런 거 같습니다."

김영숙 위원장 : "네, 맞습니다. 아들이 지금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금 저도 어딜 가든 국회에서 일한다는 것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국회 안에서도 몇 천 명이 하루에 왔다갔다 하는데, 그분들한테 전에는 투명인간처럼 살 때, 그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때는 저희들이 의기소침해서 뒤로 숨고, 부끄러워하고 했는데, 지금은 아주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애사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김추호씨 : "노회찬 의원님이 심은 씨앗의 열매를 어머님들의 모습으로부터 봅니다."

'노회찬의 약속'과 '빈 의자'

10년 전 출간된 '노회찬의 약속'(레디앙, 2010). 뒷표지에는 노회찬의 이런 말글이 적혀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어서, 이를 불러오는 것으로 이번 톺아보기 8회 연재를 마무리한다. 

"우리에게 행복해질 용기가 있을까요? 결국 미래의 선택은 우리 몫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빈 의자가 눈에 와 박힌다. 

"여태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는 공동체의 연대와 자연의 보존, 
그리고 개인의 행복을 희생시키고 앞만 보고 달려온 '묻지마 성장'의 역사였습니다.
노회찬의 약속은 우리에게 친자연적이고 연대적이며 
인간적이고 약자를 배려해주는 
새로운 상식의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우리가 이 공약집에 제시된 길로 가게 되면 
산업화나 민주화와 맞물리는 복지화라는 새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행복해질 용기가 있을까요?
결국 미래의 선택은 우리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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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회찬의 약속'(레디앙, 2010) 앞표지와 뒷표지. ⓒ 레디앙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를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록연재 전체 보기 : http://omn.kr/1qt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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