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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아이들의 학습 결손보다 심각한 문제

또래 간 소통의 부재로 잃어버린 아이들의 마음 성장... 어른들이 잘 돌봐야

등록 2020.12.28 11:34수정 2020.12.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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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2월, 학교에서 제일 큰 공간에서 치러지는 졸업식도 간단하게 치렀다. 6년간 성실하게 모든 초등 과정을 수행한 아이들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각 반 교실에서 방송으로 진행된 졸업식. 학부모들은 교문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금방 잡힐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3월 등교 중지로 이어져 새 학년이 된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도 못했다.
 

칸막이가 설치된 교실 비말전파의 우려로 칸막이가 교실에 설치되어 있다. ⓒ 오현정

 
원격수업과 철저한 방역 준비로 간신히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게 되었지만, 교실에는 칸막이가 쳐 있었다. 마스크를 써서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 외에는 돌아다닐 수 없었다.


교실에 비치되어 있는 보드게임이나 책은 공유되면 안 되었기 때문에 사용이 금지되었다. 모둠 수업을 위한 책상 배치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전부 칠판을 보는 형태로 바뀌었다. 심지어 짝수, 홀수 나오는 날이 달랐던 1/2 등교 때는 같은 반이지만 꽤 오랫동안 누가 같은 반인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잘하고 있을 거라 믿었는데... 아이들의 학습결손

계속 원격수업을 하다가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아이들이 학교에 나왔을 때 교과서를 검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학습터 결과로만 보면 성실하게 원격수업에 참여하고 있을 거라 여겼던 학생의 교과서가 너무 깨끗했다. 분명 수업 영상을 만들 때 영상을 멈추고 생각해 본 뒤 쓰고 넘어가라고 당부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른인 나도 동영상 강의를 듣고 배우기가 쉽지 않은 데 처음 겪는 아이들이 쉬웠을 리 없다. 꽤 오래 원격학습이 진행된 상황이라 아이들의 학습결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교사인 내가 검사를 좀 더 촘촘하게 하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한 문제였다.
  
학습결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또래 간 소통의 부재였다. 아이들 책상마다 칸막이를 놓았다. 이 칸막이는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여 상호 간 소통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는 밥 먹는 시간에도 비말 전파의 우려로 말을 하지 말고 먹기만 하라고 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놀 수 없었다. 공부 시간에 이루어지던 모둠 학습은 모두 없애고 강의식으로만 수업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는 시간조차 자신의 칸막이 공간에 고개를 숙인 채 군중 속 고독을 경험해야 했다.


교육학자 비고츠키에 의하면, 정신 활동은 특정한 사회에서 공유·축적된 도구를 매개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사고를 직접적으로 매개하는 언어를 중시하였다. 또한 발달은 사회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타인을 모방하고 이를 내면화하면서 고등정신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비고츠키는 언어를 활용한 상호작용을 통해 고등 정신 능력을 향상 시킨다고 하였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모두 단절시켰다. 또한 비고츠키는 놀이가 아이의 발달을 선도한다고 하였는데, 방역지침은 아이들에게 놀이마저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가는길 - 한규하 5학년 한규하 학생의 시로 친구 간의 대화의 즐거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 오현정

 
내가 맡은 5학년 우리 반 아이의 시에서 보듯이 짧은 시간이나마 친구와 걷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제일 소중히 여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또래 간 소통의 부재 속에 아이들의 마음도 어른들이 코로나블루를 겪듯 아플 수도 있고 공허할 수도 있다.

2021년도에도 여전할 수 있는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지켜줘야 할 것은 아이들의 마음이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교육 과정 구성시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고 또래간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간 소통을 강화하고 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보살핌이 소외된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학습결손 #마음지킴 #아이들 #어른들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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