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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도 인종차별" 폭로한 흑인 의사의 죽음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 <워싱턴포스트> "참담한 현실"

등록 2020.12.28 13:49수정 2020.12.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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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의 인종차별을 폭로한 미국 흑인 의사 수전 무어의 사망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코로나19에 걸렸으나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고 폭로한 미국의 흑인 의사가 결국 숨을 거뒀다.

<뉴욕타임스>는 27일(한국시각) 흑인 여성 의사 수전 무어가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으로 지난 20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무어의 사례처럼 흑인은 통증 완화 치료를 받을 때 백인보다 열악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미국에서 흑인은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3배나 더 높다"라고 지적했다.

"내가 백인이었어도 이런 대우 받았을까..."

내과 의사인 무어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에 걸려 인디애나폴리스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무어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백인 의사에게 진통제 투여를 늘리고, 렘데시비르(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의사는 무어의 요구를 거부하다가 폐렴 증상이 심해졌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자 진통제 투여를 늘렸다. 당시 무어는 자신이 흑인이라서 차별받고 있다고 폭로하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을 겁니다. 담당 의사는 나를 마약중독자 취급했습니다. 흑인들은 이렇게 죽어갑니다. 집으로 돌아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병원 측은 뒤늦게 무어의 담당 의사를 교체하고, 직원들에게 인종 다양성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후 상태가 나아진 무어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지난 7일 퇴원했다. 하지만 불과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호흡이 거칠어지고 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등 상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전했지만,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은 올라오지 않았다. 무어는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와 19살 된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무어의 죽음이 알려지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병원 측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의료 체계의 인종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으로서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도 피할 수 없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

CNN은 미국에서 의료진이 백인 환자보다 흑인 환자에게 진통제를 덜 처방한다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의 2016년 연구 결과를 전하며 "이는 흑인이 백인보다 고통을 덜 느낀다는 잘못된 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불공평한 관념은 흑인과 백인 간의 본질적인 생물학적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백인보다 질병에 걸리기 쉽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암묵적인 믿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흑인 의사들의 모임 '블랙 닥터스 코로나19'를 만든 소아과 의사 알라 스탠퍼드 박사는 무어가 당한 사례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무어는 우리이고, 우리는 무어입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무어는 우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아프면 침묵하지 마십시오. 항상 경계하고,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미국 흑인 의사 수전 무어의 사망과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워싱턴포스트> 칼럼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해 흑인들이 경찰에게 폭행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는 데 익숙해졌지만, 의료 체계의 차별로 숨지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드물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의는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면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코로나19는 미국의 유색인종이 오랫동안 겪어왔던 구조적 차별의 참담한 현실을 폭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어의 사례는 미국 사회에 기회가 불공평하고, 피부색에 따라 가치를 나누는 시스템이 여전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고, 그 시스템의 이름은 인종차별(racism)"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라는 무어의 사회적 배경은 이러한 차별이 만연하지 않다고 믿던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다"라며 "유색인종의 건강을 훼손하는 개인적 및 집단적 경험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백인 우월주의는 의료 체계에서도 우리의 가치와 관행을 형성하고 있다"라며 "이는 유색인종이 미국의 의료 체계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칼럼은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는 4가지 핵심 메시지를 숙지해야 합니다. 인종차별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인종차별은 구조적입니다. 인종차별은 사회 전체의 힘을 약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인종차별 #수전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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