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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 남자가 보내온 그 사진... "이게 현실, n번방 없어지겠나"

[아주 오래된 n번방, 미성년자 성매매 ⑧]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인터뷰

등록 2021.01.14 07:01수정 2021.01.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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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미성년자 성매매' 판결문 219개를 분석했다. 또 피해 여성 5명을 인터뷰했다. 아홉 차례에 걸쳐 그 실태를 해부한다. 이 기사는 그 여덟번 째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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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피해 아동과 청소년에게 보내는 응원메시지앞에 선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권우성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피해자가 '공범' 처럼 취급되는 상황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그는 8년 가까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규정된 '대상아동' 개념을 없애자고 외치며, 2019년엔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까지 발족했지만, 법무부와 국회는 내내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은 'n번방 성착취'가 세상에 알려진 직후였다. 법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대상아동' 조항은 삭제되고, '성매매 피해아동'이라는 개념이 명시됐다. 조 대표는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처럼, 패러다임의 혁명을 맞이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아이들이 '보호처분' 받을까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법은 바뀌었지만 사회의 인식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사이버 공간은 여전히 무법지대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기획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기에도 채팅앱을 통한 성매수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역시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보호 역시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2020년 연말까지 센터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돕는 6만 7000여 건의 활동을 했다. 20여년간 반(反)성매매 운동을 한 조 대표와 2012년부터 아동 청소년 성착취 피해에 대한 통합적인 예방·지원·치유 활동을 하던 십대여성인권센터(센터)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 대표와 지난 12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는 분노와 한숨,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단서들이 교차했다. 

왜 이들은 '피해자'가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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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권우성


- 특별히 10대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성인 피해자들과 지내면서 이 여성들이 대부분 10대 때 성산업에 유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정에서 학대를 당한 이들이 집이 위험하니까 나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취약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2009년에 잠시 활동을 접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오니까 좀 당황스럽더라. 한국은 아청법도 있고, 유엔아동권리협약도 비준한 나라다. 그런데 정작 성인과 다른 지원책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사회는 성매매로 유입되는 아동·청소년들을 '피해자'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성인도 '피해자'라고 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동 청소년이 피해자가 아닐까 싶었다. 아청법이 성매매 특별법의 '자발' '강제' 개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문제였다. 오로지 '알선 강요된 자'만 피해자였다.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아이들에게 대체 왜 성매매를 하게 만드나? 아이들은 법적 권리도 없다. 그런데 아청법에는 마치 계급이 있는 것처럼, 어떤 아동·청소년은 지켜줘야 하고, 어떤 아동·청소년은 처벌해야 하는 것처럼 돼 있다. 둘 다 보호해야 한다."

조 대표는 2013년에 일어난 한 사건을 이야기했다. 감금·협박·폭행을 비롯한 성고문에 가까운 일이 있었는데도, 경찰과 검찰은 사건을 '성매매'로 간주했고, 처음에는 경찰이 조사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가학적 성행위를 조건으로 만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영장이 안 나올 것"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받은 가해자가 도망을 가고, 조 대표가 검사를 상대로 진정서를 내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가해자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관련 기사: 성고문 당했는데... '성매매 소녀'라 괜찮다? http://omn.kr/cxqq)

- 그래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느낀 건가?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업소형이 아니니까 업주가 안 보인다. 일단 본인이 앱을 내려서 깔면 어떤 형태여도 자발일 수밖에 없다. 반면 상대방은 누군지도 모른다. 증거도 없고, 특정도 안 돼서 못 잡는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자발'이라면서 보호처분을 내리고, 가해자들은 잡지 않는다.

방법이 없으니까 두 가지 운동을 해나갔다. 하나는 센터가 아청법의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대상아동' 조항을 '피해 아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알선·강요'의 주체를 채팅앱 플랫폼 사업자들로 보고 이들에게 처벌을 받게 하거나 미성년자 접근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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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권우성


- 법적으로 '피해자'가 아닌 때에는 지원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성폭력 지원센터는 많다. 그런데 성매매 피해자들은 갈 데가 없다. 2012년에 십대여성인권센터를 만들었을 때 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성매매방지법상 만들어진 상담소들도 성인 중심이다.

이 아이들의 경우는 단순히 주거와 식사만 제공된다고 끝이 아니다. 법률·의료·심리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했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탈성매매를 위해 사이버 또래 상담사업과 서울 위기 청소년 교육센터사업 두 가지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리고 센터의 법률지원단이 아이들이 진술서를 쓸 때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긴밀하게 결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아이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성매매 피해 상담소와 연결해 법률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성인 중심의 '성매매방지법'을 주로 다뤘던 곳 아닌가. 아무래도 사이버 공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아이들의 특성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관련 법도 달랐고. 그리고 아이들은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고소 주체가 되어야 한다. 법적 지원을 위해 진단서를 끊어도 부모가 가야 한다. 이런 체계에서 성인 상담소에 맡기기는 어렵다. 심지어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는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고 지원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

- 아동 성매매를 명확하게 '성착취'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들도 많은데, 한국은 왜 이렇게 법 개정이 오래 걸렸나.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우리 사회는 아동·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금기시 한다. 성폭력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성행위를 하고 돈을 받았다고 하면 비난을 한다. 사실 그 아이들이야말로 도움이 더 필요한데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 

이 때문에 매수자나 알선자들은 날개를 달게 됐다.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해 속된 말로 '어린 것들이 얼마나 까졌으면' 식의 인식이 퍼져 있어서, 아이들을 성매매로 이용해 놓고는 정작 아이들 탓을 해도 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부모에게 알려질까봐 신고도 못한다. 반면 어른 입장에는 아이들은 너무 쉽다. 돈을 조금 줘도 되고, 하라는 대로 다 하니까.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더라."

사라지지 않는 성착취, 아직도 그 남자들은 채팅앱을 떠돈다

- 성매매특별법이 생겨도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듯, 아청법은 개정됐지만 채팅앱이나 트위터 등에 미성년자에게 조건 만남을 요구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왜 이럴까?

"과거에 나는 성산업구조와 싸웠다. 기업화되어 있는 알선업자들이 남성의 부정적인 행동을 부추기고, 여성을 성도구화하는 산업들을 계속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성산업은 남성의 비틀어진 욕망과 이를 지탱하는 남성문화 때문에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문화와 성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어렵다.

고등학생 2학년인 척하고 익명으로 채팅앱에 들어간 적이 있다. 53세 남자가 들어와서 성매수 시도를 했다. '애쓴다'라고 말하니까, 그게 도발적으로 느껴졌는지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한다. 가격을 계속 올리더니 50만 원까지 제시를 했다. 그때가 오전 10시였다. 채팅방을 나오니 '노땅의 힘을 보여주겠다'라며 성기 사진을 보내더라.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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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권우성


- 성매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라인상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 못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가부장적 질서가 지배하고, 여성을 도구로 보는 성불평등한 사회에서 가장 약자는 '어린 여자'다. 

초등학생에게 접근한 50대 남자가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에게 온라인 상으로 접근해서 기프티콘 선물을 보내주고, '예쁘다'고 말하면서 길들였다. 그러면서 성적인 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면서, 결국 만나자고 설득했다. 아이가 '저 초등학생이에요'라고 하니까 남자는 '초등학생 따먹는 게 내 로망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차 안에서 자기가 하는 유사 성행위를 보기만 하면 돈을 주겠다고 하다가, 이후에는 성폭력을 수차례 저질렀다. 심지어 모텔에서 아이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렇게 대부분의 성폭력은 성매매와 혼재돼 있다. 분리되기가 어렵다. 2만 원만 주고 '성폭력'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는 이러한 일들을 지금까지 성매매로 읽어 왔다.

그런데 아이는 신고를 안 하겠다고 했다. 자기한테 잘해줬고, 자기가 꼬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이 전부 '수법'이라고 말해줬다. 구체적으로 '이런 이야기 하지 않았냐?'면서 되물으니까 아이가 '어떻게 알았냐'면서 깜짝 놀라더라.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 다 똑같은 경험을 하고 온다. 너도 그 아저씨한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네가 걸렸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마음을 열었고 그제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처음에는 단순 성매매를 하다가, 혹은 소위 '가출팸'을 갔다가 조직적인 성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앱을 통해서 성매매를 시키는 것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조직적으로 개입을 한다. 2015년에 14살 아이가 (성매수자에 의해) 사망한 일이 있었다. 울산·광양의 조직에서 다음 카페에 '가출한 사람 재워줄게'라고 모집 공고를 했다. 아이는 다른 지역 사람인데 잘 데가 필요해서 갔다가, 조건 만남 속으로 떠밀리게 됐다.

그러다가 이들 조직의 일부가 서울로 가면서 아이를 데리고 갔고, 포주 중 1인이 아이와 동거를 했다. 도망 못 가게 하기 위해서다. 아동 청소년 성매수는 포주가 애인 노릇을 하고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애인이기 때문에 신고하지도 않는다. 이 부분도 명확한 '인신매매'인데, 여전히 '성매매 알선'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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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권우성


법에는 통합지원센터 설치한다 했는데... "고작 3명이 무얼 할 수 있나"

- 이제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들을 '피해자'로서 지원·보호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위한 사회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다고 보나?

"개정된 아청법 47조 2에 통합지원센터(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 설치 부분이 있다. 개정 취지에는 기존의 상담소 및 센터 등이 특화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성매매 피해아동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체계를 정비한다고 적혀 있다. 

이전부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성매매피해상담소는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발견·상담·교육·보호·지원 등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동 성매매 문제를 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 통합지원센터가 생기면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정부에서 결정된 안이 17개 지자체에 각각 3명이 일하는 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한 지자체당 3명이면 기본 세팅 자체가 불가능한 인원이다. 사이버 상담을 통한 발견→전문적인 상담→ 피해 아동과 주변 사람들 교육→ 법률·의료·심리상담·주거·학업·일자리 지원 등을 하려면 최소 20명은 필요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일대일로 매칭해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한 아이 당 너무나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 3명 가지고 무얼 한단 말인가? 

또 우리 기관이 10년째 하고 있는 '사이버' 영역은 특수하다(십대여성인권센터는 사이버 또래상담팀에 9명이 있다). 상당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누가 사이버 상에서 이들을 찾아낼 것이며, 찾아온다고 해도 누가 상담하고 데리고 다니면서 지원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 통합지원센터를 통한 지원책 역시 '구색' 맞추기에 가깝다는 이야기인가?

"이제 가출 청소년이 아니라 집에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성매매 유입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다 들고 다니고 있고, 안전망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기껏 법을 바꿨는데, 법만 둥둥 떠다니게 하는 꼴이다. 이런 식이면 실효성이 없다.

법적·제도적 '피해자'로 지원하고 돌볼 수 있도록 지원센터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인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현실이 어떤지 모르고 책임질 마음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러다가는 제2의 n번방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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