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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의 대통령 몰아내기 작전... 마지막이 압권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민주주의 위협하는 사법권력

등록 2020.12.30 07:32수정 2020.12.3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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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 연합뉴스

 
보수야당이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을 밀어붙였다. 보수언론이 지원사격을 담당했다. 국민들이 반발했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했다. 그에 앞서 검찰은 대통령의 '검찰개혁' 노선에 공개 반발했다.

보수 기득권 카르텔이 이 '고졸' 대통령을 모욕하며 대통령직 수행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은 유명하다. 그 대통령은 퇴임 이후 청와대 기록물 이관을 비롯해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결정적인 것은 '논두렁 시계' 사건이었다. 이 역시 측근 비리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 전후 언론을 통한 여론전에서 비롯됐다. 향후 검찰과 국정원이 연루됐음이 드러났다.

재임 시절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다 좌초했던 대통령이 검찰 수사 와중에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개혁이 국민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을 둘러싸고 보수 세력과 현 정권 사이의 명운을 건 고도의 정치적 국면이 전개됐다.

새로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은 거세게 저항했다. 줄곧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던 법학자 출신이자 현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막기 위해 전무후무한 일가족 수사를 벌였다. 이후 검찰은 청와대 수사로 나아갔고,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은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됐다. 이 모두 보수야당과 보수세력의 고소·고발이란 지원사격과 보수언론의 전폭적인 비호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검찰의 폭주와 보수 기득권 동맹이 전·현직 대통령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일이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이 그랬다. 그것도 재임 기간 브라질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좌파 노동자당(PT)의 룰라 다 실바(Luiz Inacio Lula da Silva) 전 브라질 대통령이 겪은 일이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회자 중이며 추미애와 조국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도 추천한 바 있는 넷플릭스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위기의 민주주의>)는 이렇게 브라질의 보수 기득권이 검찰권·사법권을 무기 삼아 브라질 민주주의를 어떻게 몰락시켰는지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브라질 역사와 현재를 관통하는 이 다큐에서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이 시종일관 겹친다.

브라질 민주주의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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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한 장면. ⓒ 넷플릭스

 
다큐가 설명하는 룰라가 투옥된 혐의는 이렇다. 브라질 국민을 광장에 모은 역사적인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시작은 브라질 최대 석유 공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비자금 수사였다. 세르지우 모르 연방판사가 주도한 이른바 '세차 작전' 수사의 후폭풍은 나라를 뒤흔들었다. 룰라의 후임으로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의 지지율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역시나 재선에 성공하고 후계자에게 대통령 직을 넘겨준 룰라의 노동당 역시 이 부패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원자재 폭락 등 경제위기에 직면했던 지우마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 수사를 수수방관해야 했다.

세르지우 연방 판사의 칼춤은 결국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한다. 다큐에 따르면 현직 지우마 대통령은 회계 부정에 휘말렸다. 감독에 따르면, 통상적인 수사로 충분한 사건이 탄핵의 사유로 비화했다는 판단이었다. 위기가 계속되자 룰라를 정무장관에 임명하려던 지우마의 합법적 통치 행위 역시 세르지우의 도청 폭로로 부정한 시도로 매도됐다.

룰라는 부패 스캔들과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구속됐다. 석유기업으로부터 아파트를 한 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의혹을 반박하는 룰라를 향해 브라질 검찰은 "증거를 인멸했으니 증거가 없다"라고 몰아갔고 결국 브라질 법원은 의혹만으로 판결해 룰라를 감옥에 보낸다. 심지어 룰라가 투옥되던 2018년 당시 그는 브라질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였다.

연방판사가 직접 수사까지 담당하는 브라질 법제도의 관행 탓이나 당시 새롭게 도입된 자백 감형 제도의 부작용이라 치부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 언론은 세르지우 판사를 스타로 만들었다. 노동당과 연정에 참여했던 보수 정당은 전·현직 대통령에게 곧장 등을 돌렸고 지우마의 탄핵에 앞장섰다. 결국 지우마 대통령은 9%까지 지지율이 폭락했고 600여 명 중 350명이 넘는 찬성으로 하원의회는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무려 4수 끝에 보수적이고 재벌친화적인 유화책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던 룰라에 이어 보수정당과의 연정을 통해 재집권까지 이어갔던 지우마 대통령을 탄핵하고 룰라를 감옥에 보내는 과정에서 과거 군부독재로의 회귀를 염원하는 브라질 내 보수 기득권의 카르텔이 더욱 공고해졌다.

룰라의 재임 기간 역대급 지지율을 달성하고 전 세계가 주목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오랜 기간 노예제를 지속해왔고 사회 전체에 만연했던 부패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룰라는 여전히 투옥 중이고 모르 판사는 새 보수정부의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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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 컷 ⓒ 넷플릭스

 
"부자들이 위협을 느낄 때만이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의 과두정치가 등장한다."

<위기의 민주주의>의 페트라 코스타 감독이 영화 말미 거론한 어느 그리스 작가의 전언이다. 끊임없는 개혁과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하의 기득권 세력에게 언제든지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특이하게도 군부정권 시절 유력 건설회사를 운영한 할아버지와 좌파 운동으로 투옥과 고문을 경험한 부모에게서 자란 페트라 감독은 이를 통해 룰라와 지우마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이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으로 2019년 아카데미 영화상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페트라 감독은, 그래서인지 브라질 내 좌파적 시각을 견지하는 한편 사회 전체를 기득권이 장악한 현재의 브라질을 두고 "가장 암담했던 과거만큼 절망적인 미래"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영화를 마무리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도착한 이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공통점을 공유하는 중이다. 식민지 지배를 거쳤다. 오랜 군부독재 끝에 민주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기득권 카르텔이 공고해지는 과정에서 검찰이, 사법부가, 언론이 대대적으로 활약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 절반의 여론이 극우와 군부, 보수 기독교 세력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 결과가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차기 대선 지지율 1위 전직 대통령의 투옥이었다. 그 중심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통해 검찰권과 사법권을 무소불위로 휘두른 브라질의 검찰과 사법부가 자리한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까. 적어도 '윤석열 검찰'이 보여준 칼춤의 끝이 어디까지 향할 수 있는지 예견할 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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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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