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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가 기묘한 세금이라는 윤희숙 의원, 무책임하다"

[스팟 인터뷰] 유시민 발 부동산 논쟁,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재반박

등록 2020.12.30 11:39수정 2020.12.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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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유성호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이름이 21세기 성탄절 연휴 내내 대한민국 경제 뉴스에 오르내렸다. 지난 25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북스'에서 헨리 조지의 저서 <진보와 빈곤>이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다. 

이날 방송에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국내 헨리조지학파의 대표주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다. 전 교수는 1994년 당시 이 책으로 몇몇 경제학자들과 1년 넘게 독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헨리 조지는 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없애는 대신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만 세금으로 걷자는 토지 단일세를 주장했다. 

전 교수는 방송에서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시장경제를 시장경제답게 만들자고 했던 것이 헨리 조지의 이론"이라며 "그런데 헨리 조지는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엉터리 자본주의라고 하면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노력하는 대가를 누릴 수 있는 체제를 만들자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유시민 이사장도 "강력하고, 혁신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더는 땅을 사고팔면서 부자가 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거센 논쟁이 일었다.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반시장적인 발상', '토지 소유를 악으로 보는 시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으로 부자 되려는 생각이 통하지 않도록 정책을 잘 만들어야지, 정반대 정책만 내놓으면서 시장을 이겨 먹으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전 교수는 "헨리 조지는 시장 원리를 존중한 학자"라며 반론을 폈다. 그는 2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헨리 조지는 (근로 소득 등) 노력 소득에 대한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에 대해서도 극도로 반대했던 자유지상주의자"라며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토지국유화를 반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헨리 조지는 시장자유를 강조한 학자"
 

지난 25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북스'에서는 헨리 조지의 저서 '진보와 빈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헨리 조지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에 대한 세금을 제외한 모든 세금을 폐지하자는 내용의 '토지단일세'를 주장했던 학자다. 그런데 그가 자유지상주의자라니, 왜 그런가. 

"헨리 조지는 자유지상주의 계열로 불리는데, 좌파 쪽이다. 그가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근로 소득 등) 노력 소득에 대한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자유지상주의자다. 그는 보호무역에 대해서도 극도로 반대했다." 

-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막기 위한 토지 단일세를 주장해 급진적 좌파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다.

"헨리 조지는 토지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완전 차단하자고 했기 때문에, 토지나 부동산을 가진 기득권 입장에선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그는 자유주의자 중에서도 좀 더 자유를 강조한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좌파 두목'으로 취급되는데, 이상한 현상이다."

- 헨리 조지가 모든 불로소득에 대해 반대한 것은 아닌가.  

"불로소득이라는 건 (부동산 뿐만 아니라 금융 투자 등) 여러 부분에서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이 제일 악성이다, 그러니까 이를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불로소득을 대부분 환수하려면 사회에 너무 큰 충격을 준다. 사회적 합의가 되는 수준 만큼 환수하고, 그게 효과를 보이면 또 합의가 이뤄지는 만큼 이행하는 것이 맞다. 불로소득이 차단되면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소득을 무엇으로 얻겠나. 결국은 일을 하고, 재산을 저축해 투자를 하고, 이런 생산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일하는 만큼 돈을 버는 사회가 효율적이고, 정의롭다." 

- 토지 단일세가 '토지국유화'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 헨리 조지가 토지국유화에 반대한 이유는 뭔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미 사유재산이 된 토지를 국가가 몰수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국유화 이후 사회주의식으로 국가가 이를 전부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 생산의 3요소에는 토지·노동·자본이 있는데,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생산함수에는 토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류 경제학에선 토지가 논외라는 것인데 이 때문에 토지나 부동산 문제를 수요-공급으로만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보통 경제학에선 시장을 분석할 때 수요와 공급이 서로 작용해 균형을 성립하고, 가격이 움직이면 이것이 신호 역할을 해 다시 또 균형이 성립한다고 본다. 이게 경제학 원론에서 얘기하는 기본 틀이다. 그런데 토지는 일반 생산물과 너무 다르다.

우선 토지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천부 자원이다. 또 필요하다고 공급을 늘릴 수 없고, 위치도 정해져 있다. 서울 명동 어떤 건물 밑의 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는데, 그건 그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반 생산물은 부족할 경우 다른 데서 가져올 수 있지만 토지는 그렇지 않다. 영속성이라는 특성도 있다. 토지는 대체로 영원히 존속한다. 이런 성질들 때문에 사용할수록, 오래 갈수록 값이 올라가는 건 토지밖에 없다. 일반 생산물을 분석하는 틀을 토지에 적용하면 대단히 잘못된 진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 건물이 아니라 땅에서 생기는 것"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유성호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헨리 조지는 건물 등 토지의 가치를 올리는 활동에는 세금을 매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국내 조지스트들을 비판했다. 재건축·재개발의 초과이익 환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조지스트 중에서 (인간의 노력의 산물인) 건축물에서 나오는 수익까지 모두 세금으로 환수하자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재건축·재개발 초과이익이라는 것은 건물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토지에서 생기는 것이다. 지방 한적한 곳에 2층짜리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다고 개발이익이 발생하진 않는다. 개발이익이 문제가 되는 곳은 위치가 좋은 곳이다. 때문에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생기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공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자는 것은 헨리 조지 정신에 맞다."

- 윤 의원은 또 '참여정부가 이미 헨리 조지를 소환해 종합부동산세라는 우리나라만의 기묘한 세금을 만들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실패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토지 단일세는 현실화하지 못했지만 헨리 조지의 이론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는 시도가 이뤄졌고 모두 성과가 좋았다. 우리나라에선 참여정부가 국내 실정에 맞게 처음으로 종부세를 도입한 것인데, 세상에 없는 희한한 세금을 도입했다는 식의 말은 곤란하다. 어떻게 이렇게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발언할 수 있는지……

또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 참여정부 정책 덕분에 (부동산 거품이 줄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매도할 일이 아니다. 종부세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정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극찬한 세제다. 이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종부세를 무력화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부동산 보유세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유럽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 등 영미권에선 굉장히 무겁게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6~7배는 많다. 중요한 사실인데, 우리는 잘 모르고 강조하지도 않는다. 미국에서는 보유세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렌트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대학교수라도 집을 살 생각을 안 한다. 우리나라처럼 한 사람이 집을 2채, 3채, 10채나 갖는 관행 자체가 없다."

- 헨리 조지의 이론을 현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해본다면,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해법인가.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저도 종부세를 100%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선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모두가 알지 않나. 부동산으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고, 많은 사람을 좌절시키는 것도 사실이지 않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이번 유튜브 방송의 취지는) 벌써 오래전 그 해법을 제시한 뛰어난 사상가가 있었고, 그분의 사상을 공부하고 현대화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이런 식으로 왜곡해 버리면 곤란하다."
#종부세 #부동산 #전강수 #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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