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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때리기는 그만, '조용한 개혁' 카드 3장

"지지 없이 개혁 없다" 인적쇄신·공수처·제도개혁으로 새 국면 노린다

등록 2020.12.30 19:23수정 2020.12.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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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박 의원은 '검찰개혁'에 소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당시 악수하는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박범계 최고위원. 2020.12.30 ⓒ 연합뉴스



2020년 세밑, 여권이 고심 끝에 정국 전환용 3가지 카드를 모두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임기인 새해에는 좀더 차분하고 내실 있게 개혁과제를 완수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걱정반, 기대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적 쇄신] 노영민 등 물러나고 박범계 "법무부-검찰 안정적 협조관계로"

30일 청와대는 바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범계 카드'는 약 1년간 이어진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정리한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박 후보자는 윤석열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 충돌하긴 했지만 '추윤갈등'처럼 전면전에 가까운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자 스스로도 지명 후 취재진에게 "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제게 준 지침"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장관의 행정적 권한을 내세워 검찰을 통제하려고 했던 데에서 '협조관계'로의 전환이다.

박 후보자는 또 "이미 많은 검찰개혁이 이뤄졌다"며 "나머지 필요한 부분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내정 직후 '경청'과 '의견수렴'을 얘기한 데엔 적어도 '추미애 방식'에서는 벗어나겠다는 의중이 반영돼 있다.


사의를 표명한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 등 참모들도 교체되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얼굴'과 '브레인' 모두 일신하게 된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 '드디어' 지명] "20년 기다린 권력기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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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에 추천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은 판사로 지내다 1998년 개업 후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사건 특별검사팀에서 수사관으로 활동했고,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했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으로 공수처장 후보 명단에 올랐고,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

이로써 공수처법 통과 딱 1년 만에 공수처 출범이 눈 앞에 다가왔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20년 넘게 기다려왔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시작됐다"며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공수처 출범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공수처 설치를 주장해온 참여연대는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을 나누고 검사도 외부로부터 수사·기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공수처의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검사는 칼잡이가 아니다] "기소전문기관으로 바꿀 것"

민주당은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윤호중 특위 위원장은 이날 박주민 간사, 오기형 대변인과 함께 기자들을 만나 "검찰은 무소불위의 불가침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며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1단계 검찰개혁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중단 없이 검찰개혁 시즌2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위는 검찰을 더이상 '칼잡이'로 두지 않으려고 한다. 윤호중 위원장은 "검찰을 과도한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검찰을 기소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이 따로 법안을 낸 '공소청' 설치는 아직 논의 전이며, 당장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6대 분야(부패, 경제, 선거 등)를 수사/기소 검사로 나누는 식으로 내부 개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 로드맵을 완성해 조속히 법제화하도록 하겠다"며 "(내년) 2월 내에는 법안을 제출하고, 상반기 중에는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의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위는 또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청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검사동일체 원칙, 검사장 직책 등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판사처럼 검사도 일정기간 변호사 활동 후 선발하는 방안도 고민한다.

"이제는 제도 개혁에 집중"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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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검찰개혁특위 운영방향 및 향후계획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12.30 ⓒ 연합뉴스



한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당에)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30일 인사 등으로) 자꾸 '추-윤 갈등'이 게임처럼 부각되던 부담은 덜었다"며 "이제 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제도 개혁은 안 시끄럽게 하면서 할 수 있다"며 향후 정국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청와대 개편 등도 좋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이 거듭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이라며 "검찰개혁 해야 하지만, 민생·일자리 문제, 한국판 뉴딜 등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윤석열 총장 징계 관련) 법원 결정이 난 뒤 검찰개혁 2탄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앙갚음과 같은 인상을 국민들에게 준다"며 "그러면 절대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탄핵'까지 주장하는 강경파들을 경계했다. 그는 "탄핵처럼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이면 더욱 조심해야 하고, 지금은 코로나라는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충심 어린 고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검찰개혁은 차근차근 국민을 설득하며 법과 제도로 완성해야 한다"며 "국민 지지 없이는 그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추미애 #윤석열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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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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