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재활용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습니다

쓰레기 대란 막는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등록 2021.01.04 10:47수정 2021.01.04 12:45
0
원고료로 응원

알맹상점 내부 모습 ⓒ 유동현

 
재활용 쓰레기는 돈이 됐었다. 정확히는 재활용 쓰레기 중 폐지와 의류가 돈이 됐었다. 이 두 가지 품목을 제외하면 재활용 수거업체에 플라스틱은 운반비를 충당하는 정도이고 폐비닐은 적자다. 아파트 재활용품에서 나오는 수입의 60~80%는 폐지와 의류에서 나온다.

분리배출이 잘 되면 선별작업에 드는 비용이 적기에 분리배출이 잘 되는 아파트의 경우, 관리 사무소는 매년 입찰을 통해 재활용품 수집업체를 선정한다. 분리배출이 잘 안 되는 주택가 지역은 수거해 선별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분리배출로 얻는 사회적 이익이 더 크기에 공짜 배출을 한다.

만약 폐지가 돈이 안 된다면? 수거업체는 돈이 안 되는 폐지를 가져갈 이유가 없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이유는 중국으로 폐지 수출이 막히자 국내에 폐지 공급이 늘었고 폐지와 의류에 끼워팔기로 비닐을 내보내던 아파트에 비닐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 의존하는 부실한 쓰레기 시장이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그의 저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연간 1억 8천만t 정도, 이 중 87%가 재활용되고 7%는 매립되며 6%가 소각된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그나마도 다 산이라 쓸 수 있는 땅이 한정되어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10% 남짓한 쓰레기조차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비교하면 7배나 많다. 의성 쓰레기 산을 비롯해 전국에 120만t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는 1년간 발생하는 쓰레기의 0.7%다. 현재 쓰레기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의 재활용율도 30%가 채 되지 않는다."

수거업체가 폐비닐 수거를 거부해 비닐이 쌓이고 있을 때쯤 '알맹상점'의 뿌리가 되는 '알맹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알맹프로젝트는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검정 비닐봉지 줄이기, 장바구니 쓰기, 선포장을 자제하는 활동이다. 비닐봉지 규제가 있는 대형마트와 다르게 시장은 규제가 없어 비닐봉지 소비가 많다. 동시에 카페 한구석에 친환경 세제 소분숍을 열어 숍앤숍 형태로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덜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알맹상점은 '알맹프로젝트'와 '숍앤숍'이 합쳐진 공간이다. 망원시장을 돌아다니며 왜 장바구니를 써야 하는지 전한 알맹프로젝트는 알맹상점에서 깨진 그릇 붙이기, 샴푸바 만들기 등의 교육과 브리타 정수기의 필터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브리타 코리아에 요청하는 브리타 어택으로 이어졌다. 고객들은 리필스테이션에서 바디워시 등의 제품을 소분해서 살 수 있다. 화장품을 포함해 다른 제품도 400가지가 넘는다. 

이례적인 성공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에서는 g단위로 내용물을 받아갈 수 있다. ⓒ 유동현

 
알맹상점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리필 스테이션, 친환경 생활용품, 커뮤니티 회수센터, 공유센터다.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색조화장품을 제외한 화장품과 세제류, 커피 및 차 종류가 구비되어 있다. 가장 잘 팔리는 것은 화장품 종류로 아로마티카, 팜앤코, 아아썸, 티오피라 등의 회사 제품이 있다.


화장품을 소분해 팔기 위해선 맞춤형화장품판매업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고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를 두어야 하는데 알맹상점은 고금숙 공동대표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친환경 세제와 섬유 유연제도 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커피와 차 종류도 있다.

커뮤니티 회수 센터에서는 음료 병뚜껑, 과자 봉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커피 찌꺼기를 받아 병뚜껑은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치약짜개로, 커피 찌꺼기는 커피큐브에서 화분이나 연필로 재탄생한다. 친환경 생활용품은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화장솜, 면생리대, 생리팬티, 라이너 오픈형실리콘빨대, 나무수저세트, 코코넛화분, 천연수세미, 대나무 생분해 밴드 등이 있다. 공유센터는 자신이 필요 없는 물건을 놔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다.

리필 스테이션에서 다루는 품목 중 로션, 샴푸와 같은 제품은 모두 5L 이상 벌크 용기로 들어오며 알맹상점은 벌크통을 재사용하는 회사와만 계약을 맺는다. 지난 6월 처음 열었을 때 아로마티카만 알맹상점의 취지에 공감했으나 알맹상점의 인기로 인해 몇 개의 업체 제품이 더 들어와 있다.
 

자원회수센터 병뚜껑만 따로 모아 알맹상점에 가져가면 알맹상점은 이를 서울 환경연합으로 보내 치약짜개로 만든다. 색이 들어간 재활용 플라스틱은 단가가 낮다. ⓒ 유동현

   
이곳을 찾는 손님은 대체로 20~30대 여성이며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지나가다 그냥 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일에는 60여 명 정도가 방문하며 주말에는 200명가량이 이곳을 찾는다. 일상 용품을 팔아 재방문율은 25% 정도가 된다. 평균 월 매출은 2천만 원, 일주일 오픈 시간은 총 36시간이며 공동대표 3명이 돌아가면서 가게를 맡는다. 2천만 원에서 수익률은 30% 정도다. 운영비가 200만 원 정도 들고 투자원금 상환 비용을 제외하면 대표 한 명 당 100만 원 정도를 고정금으로 가져간다. 정부 지원금은 받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사실 알맹상점은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편이다. 공동대표들이 알맹상점을 구상할 때, 같은 모델로 숍을 차리겠다는 제안을 20여 곳에서 받았다.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장을 개척해야했다. 벌크통의 꼭지 찾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가령 펌프형 꼭지를 사용하면 담는 용기에 거품이 많이 생겨 정확히 무게를 잴 수 없었다.

재사용 가능한 10kg 벌크용기의 납품을 회사에 물어 봤을 때 최소 100kg부터 가능한 회사가 많았다. 내용물이 잘나오지만 세척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환경을 살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시작한지 3개월 지났을 때 제안을 한 20곳 중 15곳이 문을 닫았고 현재는 1곳이 남았다. 양래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 모델의 선구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수익도 내고 제로 웨이스트 숍으로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부분이 쉽지 않다. 가령 알맹상점에는 아로마티카의 제품처럼 친환경 비건이면서 동시에 벌크로 들여오는 제품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도 있다. 아로마티카의 제품은 1g에 32원, 일반 제품은 15원으로 가격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친환경 비건 제품은 수요량이 많이 없어 소규모로 생산하기에 단가가 높다. 처음 오신 분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조차도 안 할 것 같아 먼저 저렴하면서 괜찮은 물건을 구비해 놨다. 제품 단가가 높은 친환경 제품만을 고집하면 제로 웨이스트 문화가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문화 만드는 구심점
 

이경은씨가 가져온 업싸이클링 물품 커피 찌꺼기와 세척한 스낵 비닐. ⓒ 유동현

 
지난 6월에 문을 연 알맹상점은 12월 3일 기준, 언론 매체 69곳이 다루었고 월평균 10건 이상 체인 및 컨설팅 문의가 온다. 알맹상점 인스타 팔로워 수는 2만 명 정도다.

양 대표는 "알맹상점은 리필 스테이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환경을 살리는 법에 대해 신청자들에게 교육하고 알맹 상점 내 자원회수센터에서는 고객들이 가져온 병뚜껑, 신발 끈, 커피 찌꺼기 등을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낸다.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만들어내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망원동을 중심으로 판을 벌였던 알맹프로젝트라는 뿌리 덕분에 지금 알맹상점이 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폐기물 반입을 금하자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밀어냈다. 2018년 7월, 10월에 필리핀 현지 시민단체에 적발되는 일까지 있었다. 폐지 가격은 2017년 최고가가 kg당 140원이 넘었는데 2018년 상반기에는 60원까지 폭락했고 2020년 8월 73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홍수열 소장은 "소비자가 직접 기업과 유통 업체에 포장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기업이나 유통 업체는 소비자 말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곳을 방문한 유경은씨는 2년 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는데 조개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과천에서 살고 있지만, 불편해도 감수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커피 찌꺼기, 잘 씻어 말린 스낵 비닐, 병뚜껑을 자원순환센터에 내놓았다.

알맹상점은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49 2층에 있으며 영업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알맹상점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 #소분숍 #과포장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2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