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청소년도 헌법소원 가능하게 해야

등록 2021.01.04 10:45수정 2021.0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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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개소한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 4일 기준으로 4만 303건의 사건을 처리하며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부터,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훗날 21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할 때 헌법재판소를 빼놓고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 말고도 1809건의 사건에 대해 위헌성 결정을 내리며 헌법을 빼앗긴 수많은 이들에게 다시 헌법을 되돌려주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소원심판의 의의는 공권력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이다. 시민들은 헌법소원심판제도를 이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역시 자유롭게 헌법소원을 통해 보장받지 못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소원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은 법정대리인을 통해서만 보장받지 못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5조 제1항,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의 조항에 의해 청소년들은 스스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 민법 제5조의 입법취지는 사회 경험이 적고,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려워 불리한 법률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입법되었다. 그러나 위 조항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구제함에 있어 제약이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기본권을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생활의 특성상 개인의 자유 및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에도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는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할 수 없다. 권리의 구제를 청구하는 일은 법정대리인의 선택이 아닌, 청소년 스스로 선택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는 조항으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소원심판의 청구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청소년 역시 법 앞에 평등하고, 헌법소원을 자유롭게 낼 권리가 있다..

지금까지 몇몇 청소년들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20년 청소년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대통령과 국회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생명권 침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통령과 국회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생명권의 침해임을 알리는 의미가 있었다. 무사히 늙어 죽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외에도 2016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녹색당이 청소년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해 청구한 헌법소원은, 2019년 선거권 연령 인하라는 작은 진보를 불러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소년들은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왔다.

 위처럼 청소년이 헌법소원심판을 더 많이 청구하는 현상은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사회에서 많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청소년들,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헌법소원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는 데에 있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 학생입니다.
#헌법소원 #헌법재판소 #청소년 #법정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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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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