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군사기업까지 동원했던 '유성기업 노조파괴' 막내리나?

유성기업 노사 지난 12월 31일 노사합의 이뤄

등록 2021.01.04 18:53수정 2021.01.0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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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마지막 날인 지난 해 12월 31일 유성기업 노사는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의 각종 노사 단체협약을 한꺼번에 합의했다. 사진은 2012년 금속노조유성기업 영동지회가 옥천 옥각교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지 이를 지지하기 위해 찾아온 희망버스 시위장면 (촬영 :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 충북인뉴스


2011년~2020년 10년동안 임금협상 한꺼번에 체결
노조파괴 시나리오 드러나 대표이사 구속 등 사회적 물의


민간군사기업까지 동원해 노조파괴에 나섰던 유성기업 사측의 10년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난 걸까?

경자년 마지막 날인 지난 해 12월 31일 유성기업 노사는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의 각종 노사 단체협약을 한꺼번에 합의했다.

민주노총충북본부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사는 노사교섭 끝에 12월 30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87.5%가 찬성해 가결됐다.

합의대상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임금. 단체협약'안과 금속노조 중앙교섭. 금속노조 충남지부 집단교섭안이다.

이번 합의는 유성기업 노조가 2011년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교섭에 나선 지 10년 만에 이뤄졌다.

주요 합의 내용으로는 △ 임금합의(2011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임금협약/2020년 임금 협약의 유효기간은 2021년 3월 31일까지) △ 2020년 단체협약(협약 유효기간 : 2020년 4월 1일 ∼ 2022년 3월 31일) △ 노조파괴 현안(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방지, 노사 쌍방 유감 표명 △ 감시용 CCTV 철거 등) 등이 포함돼 있다.


유성기업 노사합의에 대해 민주노총충북본부는 "10년간의 투쟁 끝에 민주노조를 지켜낸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경의를 표한다"며 "아울러 유성기업 노조파괴 직후 보쉬전장, 콘티넨탈 그리고 올해 설립된 대양판지 노조까지 충북지역으로 번져나간 노조파괴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소박한 요구로 시작한 파업

2011년 5월 18일 (주)유성기업의 영동과 아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2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주장했다. 2009년 유성기업의 노사는 심야시간인 밤 12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주간 연속2교대 근무제'를 합의했다. 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였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에 맞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그날에 기다렸다는 듯이 용역을 동원해 폭력을 휘들렀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농성장에 투입된 경비용역은 사사건건 충돌을 유발했다. 차량을 이용해 노동조합 조합원을 향해 돌진했다. 차량에 치인 노동자들은 큰 부상을 당했다. 노사 충돌은 격화됐다.

공장에서 옥쇄농성을 진행한 노조의 행동과 노사 충돌에 대해 노동부장관은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일개 공장의 파업에 대해 대통령까지 시정연설로 비판했다.

공권력은 신속하게 불법을 응징했다. 파업이 시작된지 6일째인 5월 24일 경찰력이 투입됐다. 경찰은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노조 아산공장 김성태 위원장등 2명을 곧바로 구속했다. 공권력투입이후에도 수백명의 경찰경력이 공장에 상주하며 노조의 불법행위로부터 회사를 보호했다.

민간군사기업의 등장
이 모든 것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였다


"씨보트라고 하는 기계가 있었어요. 용역들에게 '그만하라'고 했는데 쇠뭉치로 머리를 내리치더라고요. 머리에서 피가 솟구치는데, 그 자리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

"뒤가 다 막혀있었고요. 유리창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렸어요. 용역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리면 해코지를 당할까봐 경찰이 있는 쪽으로 뛰어내렸어요. 경찰 수십 명이 있었는데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어요. 다쳤는데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도움도 없었어요."

"용역들은 쇠꼬챙이를 계속 던졌어요. 느낌이 이상했는데 보니 팔의 살점이 덜렁덜렁 거리더라고요."


유성기업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다음해인 2012년 7월 27일새벽, 경기도 안산에서 산업용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서 회사가 동원한 200명의 용역경비들이 노동자를 상대로 행사한 폭력사건을 두고 노동계가 '충격과 공포'빠졌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투입된 용역(사진 충북인뉴스 DB) ⓒ 충북인뉴스

 

2011년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와 영동지회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유성기업 사측은 용역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폭행을 당했다.(사진 충북인뉴스 DB) ⓒ 충북인뉴스



SJM 노동자 손범국씨는 이날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5년 만에 알았다. 내가 생산했던 제품이 자동차 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2층 높이 좁은 통로에 있는 노동자를 맞춰 쓰러뜨리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중략) 계단에 사무실 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지만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은 미친 짐승처럼 올라오며 거침없이 머리를 내리친다. 어젯밤 내가 만든 제품이 내 머리에, 내 동료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정치권도 충격에 빠졌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백주대낮에 기업의 사병이 활보하고 난입하여 폭행을 하는데 경찰청은 모르고 고용노동부는 방관하는가? 컨택터스라는 용역회사가 얼마 전 구입했다는 장비들을 봐라. 경찰과 구분이 안 된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인가"라며 충격을 표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아산·영동 지회(이하 유성기업노조) 조합원들은 뒤늦게 알았다. 2011년 회사가 동원한 용역회사가 컨택터스 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로트와일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컨택터스의 홈페이지. 일명 '히틀러 경비견'이라고 불리는 로트와일러는 가장 공격적인 경비견 종으로 알려져있다. 컨택터스는 이 경비견을 실제로 유성기업 농성현장에 투입했다. ⓒ 충북인뉴스


컨택터스의 등장은 잘 짜여진 시나리오의 출발점이었다. 시나리오는 '협상해태·파업유도 → 용역투입·충돌유발 → 공권력투입 → 복수노조 설립 → 금속노조 와해'의 수순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조합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의 재판에서도 인정됐다. 2016년 2월 17일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에서 노동조합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법원 선고가 진행됐다. 법원은 이날 유시영 회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 했다.

법원은 유시영 회장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유 회장이 개입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부당한 직장폐쇄를 통해 노동조합 조원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동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한 행위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컨택터스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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