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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시위는 폭력진압하더니... 의사당 난입은 봐주기?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과 '딴판'... "흑인사회, 분노와 좌절에 빠졌다"

등록 2021.01.08 07:09수정 2021.01.0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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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비교해 의사당 난입 시위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대응 비판 여론을 전하는 CNN 갈무리. ⓒ CN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막지 못한 치안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과 비교하는 지적도 나온다.

7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미 의회의 조 바이든 대선 승리 인증을 방해하기 위해 의사당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경찰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시위대의 난입을 막지 못했다.

시위대는 상원의장석에 앉거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무실을 점거했으며, 의사당 내부에 전시된 기념품도 훔쳤다. 그럼에도 일부 경찰은 시위대를 막기는커녕 함께 사진을 찍는 어처구니없는 장면도 나왔다. 

경찰은 주 방위군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방부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시위대 난입 후 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CNN 방송은 "의사당 난입 사태는 쿠데타와 다름없었다"라며 "그러나 최루가스와 폭력, 대규모 체포로 진압했던 지난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s) 시위 때와는 대응이 달랐다"라고 비교했다.

흑인 인권 단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시위에 대한 미국 공권력의 대응이 보여주는 위선의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흑인들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시위할 때는 공격용 화기, 최루가스, 전투 헬멧을 쓴 경찰이나 주 방위군을 마주하게 된다"라며 "만약 흑인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려고 했다면 구타를 당하거나 총에 맞았을 것이 확실하다"라고 비판했다.


백인이 다수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달리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폭력에 숨진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흑인 참가자가 많았기 때문에 더 가혹하게 진압했다는 것이다.

피부색 때문에... 여전한 '두 개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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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의회 의사당에 진입한 시위대와 이를 감시하는 경찰관 ⓒ AP=연합뉴스

 
NBC 방송도 "지난해 5월 경찰은 인종차별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이 나라의 표적이 되도록 부추겼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사당 난입 사태와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흑인 사회가 분노와 좌절에 빠졌다"라고 전했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번 사태는 두 개의 미국을 보여준다"라며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당신의 피부색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정의와 치안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기 배우도 목소리를 보탰다. 마블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는 "만약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가 백인이 아니었다면 벌어졌을 아수라장을 떠올려 본다"라고 꼬집었다.

스포츠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 프로농구(NBA) 애틀랜타 호크스의 로이드 피어스 감독은 "만약 흑인들이 의사당에 난입하거나 외부에서 항의하고 있었다면 (경찰의 총이) 불을 뿜었을 것"이라며 "이 나라 흑인들이 법 집행과 관련해 차별을 겪는다는 게 진정으로 인정되기 전까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슬픈 현실"이라고 치안의 이중 기준을 비판했다.

그러나 의회 경찰은 다른 입장이다. 스티븐 선드 국장은 성명을 내 "시위대가 쇠 파이프와 화학 물질로 공격하는 등 지난 30년간 경험한 적 없는 사태였다"라며 "우리도 용감하게 방어했다"라고 반박했다.
#인종차별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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