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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원고료, 잘 쓰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기사를 읽고 응원해준 독자들이 제 '키다리 아저씨'입니다

등록 2021.01.08 10:47수정 2021.01.0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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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진 웹스터의 소설 이후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는 익명의 후원자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습니다. 저도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인지라 그 말이야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상상 속의 인물이려니 했습니다. 누군가를 그렇게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돕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가요. 더군다나 그걸 아무도 모르게 한다는 건 참 어려운 노릇일 테죠. 그만큼 흔치 않으니 소설의 소재까지 된 것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물론 요즘도 연말이면 어느 동사무소나 구세군 모금함에 거액의 후원금을 놓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분들의 소식이 전해지곤 하지요. 그런 기사를 보면 '아, 저런 분들이 있기는 하구나' 신기해하면서도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딴 나라 이야기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런 분들이 바로 제 앞에도 나타나셨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다섯 분이나.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저는 '월 10만 원, 사방 1미터도 안 되는 이곳이 없었다면'이라는 제목의의 글을 사는이야기로 썼습니다. 지난해 초 실직을 해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어진 신산스런 신세를 한탄하며 독서실에서 보낸 한 철을 회상하는 글이었습니다.

기사를 송고했지만 지면에 게재되지는 않고 해를 넘겨 저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월 3일 기사가 올랐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사이트를 열어보니 메인 중에서도 탑(top)에 떡 하니 올라 있었습니다.  

1월 3일자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 황송하게도 제가 쓴 글이 메인에 올랐습니다. 그것도 맨 꼭대기에.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 이상구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조회 수가 마구 올라가 순식간에 1만 회를 넘겼습니다. '좋아요'도 금방 100회에 이르렀죠. 보잘 것 없는 글을 그리도 많은 분들이 찾아 읽어주시고 '엄지 척' 칭찬까지 해주시니 그 기분이야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그건 몇 번을 겪어도 그때마다 새삼스러운, 정말 대단한 희열이고 감동입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익명의 독자 분들께서 '원고료로 응원하기'를 통해 좋은기사 원고료를 보내주시는 거였습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보내주신 원고료가 총 6만7천원이었습니다. '애걔' 하는 액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을 처음 겪어 보는 저에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일생일대의 사건이었습니다. 나의 키다리님들은 그렇게 제게 오셨습니다.

물질과 마음과 깨달음의 선물
 

나의 키다리님들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제 언 가슴을 녹이고 어둔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셨습니다. ⓒ 이상구

 
저는 지난 2019년 2월부터 기고를 시작해, 그 해 5월 명함을 받으며 시민기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그동안 40여 개 정도의 기사가 게재됐고 그 중 서너 번 정도 독자들의 좋은기사 원고료를 받아 보았습니다. 그건 참으로 진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마다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담배를 끊었다는 참 사소한 이야기에도, 바이킹 타고 놀다 왔다는 한심한 자랑에도, 느닷없이 성당에 다니겠노라는 어쭙잖은 각오에도 원고료로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것에 놀랐던 건, 솔직히 '도대체 왜?' 하는 심정 때문이었습니다. 일면식도 없고, 글이 그만큼 좋은 것도 아닐 터며, 내가 어디 아프다거나 사업이 쫄딱 망했다는 이야기도 아닌데, 왜 나에게 돈을? 그런 거였죠.

그건 뒤집어 말하면 나는 이제껏 누군가에게 그런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는 거죠. 네, 저는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도통 고마움 따위는 모르는 참 못나고 한심한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메마른 데다 얼어붙기까지 한 인간입니다. 모든 호의와 동정과 배려를 의심하고, 사랑과 정의와 희망에 냉소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사생결단 투쟁의 연속이며 이 세상은 뒤처지면 죽는 냉혹한 정글에 다름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생을 따뜻하게 관조하라는 말 따위는 쥔 자들의 헛된 말장난이고,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속삭임은 현실을 가리려는 권력자들의 사악한 주술로 굳게 여겨왔습니다.

그런 삶이 온전할 리 없지요. 그렇게 잔뜩 삐딱해진 시선으론 이 세상이 평평하게 보일 리 없습니다. 그럴수록 몸은 더 기울어지고 세상은 더 멀어질 밖에요. 지금 제가 겪는 시련은 아마 그 대가일지도 모릅니다. 신을 믿게 되고 기도를 드려도 그 못 되고 못난 심성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우습게도 전 그 이유마저 잘 압니다. 무엇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어서였습니다.

받은 이상으로 베푸는 삶

그런데 전혀 뜻하지 않은, 그것도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제 마음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특히 전에 없이 당신들이 직접 입력해주신 응원메시지는 감동이었습니다.

어느 분께선 '인고의 시간이 성장의 열쇠'라 다독여주셨습니다. '혹한이 한창이나 봄이 멀지 않았다'고 격려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 해가 되시라'는 황송하기 짝이 없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 행간엔 진정성마저 가득 배어 있었습니다. 그걸 몇 번이나 되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끝에 '네가 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먼저 대접하라'는 성경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명쾌하진 않지만 그 깊은 뜻을 이제야 헤아리게 된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키다리님들은 물질과 말씀에 깨달음까지 얹어 선사해주신 겁니다. 그 따뜻한 마음, 그처럼 고운 심성이 한 줄기 빛이 되어 어더운 제 마음을 밝히고 언 가슴을 녹여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보내주신 원고료를 지금까지 한 푼도 찾지 않았습니다. 쓸 곳도 없으려니와 글로 얻은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였습니다. 처음 오마이뉴스에 기고할 때만 하더라도 원고료까지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어쨌든 이젠 그걸 어찌 쓸지 확실해졌습니다.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쓰는 것입니다. 지난 연말 오마이뉴스로부터 받은 2월 22일상의 상금도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는 데 썼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모이면 그게 더 필요한 누군가에게 우리 모두의 정성을 전하겠습니다. 
#키다리아저씨 #응원원고료 #은혜 #오마이뉴스 #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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